황병헌 판사 선고에 '굳은 표정' 김기춘과 '두 눈 꼭 감은' 조윤선…
"피고인 김기춘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 조윤선은 징역 1년에 처하되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27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11호 중법정에서 재판장이 형을 선고하는 동안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의 옆에 선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두 눈을 꼭 감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담담한 얼굴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부터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 순서로 피고인석에 일렬로 앉았습니다.
김 전 실장은 하늘색 줄무늬 수의를, 조 전 장관은 검은색 정장을 입었습니다.
판결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김 전 실장은 두 눈을 깜빡이면서 재판장이 말하는 판결 이유를 곰곰이 분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공판 중반부터는 실형을 직감한 듯 입술을 쭉 내밀고 얼굴을 찡그렸다. 몸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숙였다 하며 여러 번 고쳐 앉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판결 내내 두 눈을 꼭 감고 곧은 자세로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이 자신의 이름이 말할 때마다 조금 초조한지 마른 침만 수차례 삼킬 뿐이었습니다.
다른 피고인들도 대부분 담담히 재판장의 말을 들었습니다. 다만 김 전 비서관은 복잡한 감정 탓인지 안경을 들춰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양 손가락으로 여러 번 훔쳐냈습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주문을 읽을 때 가장 감정변화가 커 보이는 이는 신 전 비서관이었습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이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께부터 선고를 직접 보려는 사람들 수십 명이 몰렸습니다.
피고인 가족석, 변호인석, 기자석을 제외하고 일반 방청객에게 주어진 자리는 31석이었습니다.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는 탓에 사람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바닥에 가방을 놓아 자신의 순서를 표시했습니다. 또 새치기를 막는다며 종이에 숫자를 적어 자체 대기 번호표를 만들어 손에 쥐고 있기도 했습니다.
법정에 입장한 방청객들
일부 방청객들은 김 전 실장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자 "아이고"라고 탄식했습니다. 판결이 모두 끝난 뒤 한 중년 여성은 "판사님 정치권력에 따라서…"라며 외치다 법정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