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개적 양성애자 정치인이 주지사 자리에 오를 예정입니다.
케이트 브라운(55·여) 오리건주 국무장관은 존 키츠하버(68) 현 주지사가 사직함에 따라 그 직위를 오는 18일 승계키로 했습니다.
오리건주에는 부지사가 없으며, 주지사가 임기 도중 물러나면 주 국무장관이 주지사직을 승계합니다.
민주당 소속 브라운은 15년 전 남편 댄 리틀과 결혼해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 오고 있으나, 본인의 성적 성향이 양성애자임을 오래 전부터 밝혀 왔습니다.
이에 따라 브라운은 2년 전 양성애자로서는 최초로 연방의원에 취임한 커스턴 시네마 연방하원의원(39·민주·애리조나)을 제치고 양성애자 중 미국 의전 서열상 최고위 공직자가 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임을 공개한 고위 공직자의 사례로는 2004년 8월 뉴저지 주지사 재직 중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하고 3개월 후 사임한 짐 맥그리비(58)가 있습니다.
여성인 브라운이 오리건 주지사에 취임하면 미국에서 여성 주지사의 비율은 12%(50개 주 중 6개 주)로 늘어나게 됩니다.
브라운의 전임자인 키츠하버 현 주지사는 20년 연하 약혼녀의 부적절한 행동과 윤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던 끝에 13일(현지시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키츠하버의 사직은 18일자로 발효됩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4선을 한 키츠하버는 "평생을 바친 여러 기관과 정책에 내가 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주 상원) 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에 대한 외부의 사임 요구 이유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며칠 전 승계권자인 브라운 장관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키츠하버의 약혼녀로 오리건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 온 실비아 헤이스는 이른바 '녹색산업' 관련 컨설턴트로 거액의 보수를 받으면서 키츠하버 주지사의 환경 분야 고문 노릇을 해 온 점이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로 문제가 돼 왔습니다.
헤이스는 18세 에티오피아 남성에게 미국 영주권을 얻어 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1997년부터 4년 3개월간 위장결혼을 했던 사실이 올해 초
키츠하버는 뒤늦게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겠다며 헤이스의 무보수 주지사 고문 직위를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여론은 갈수록 악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리건 주 상·하원 지도자들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최근 몇 주간 그의 사임을 요구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