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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중남미서 신도 급감…정치·사회·팬데믹 등 영향

등록 2022.01.12 13:28:58수정 2022.01.12 16: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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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일상 관심 적고 정치·사회 문제 중시하는 해방신학 등

신앙체험과 신도 일상 중시하는 오순절 교회에 신도 빼앗겨

최대 가톨릭국 브라질도 올해 비가톨릭 주민 과반수 넘길 듯

[바티칸시티=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간) 삼종기도에서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교황은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11.15

[바티칸시티=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간) 삼종기도에서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교황은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11.1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브라질에서 가톨릭 신자가 된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다는 자료가 있다. 이처럼 남미에서 가톨릭은 수백년 동안 거의 모든 주민들이 믿는 종교였다.

그러나 최근 남미 여러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을 버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이 남미 출신 교황이 재임하는 동안 벌어져 주목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 여론조사 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남미 지역에서 비가톨릭 신자가 다수가 된 나라가 우르과이와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중미 5개국 모두 7곳이다.

전세계에서 가톨릭 신자수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서도 빠르면 올해 가톨릭 신자가 과반수에 미달하게 된다고 연구자들이 밝히고 있다.

리우주의 경우 이미 가톨릭 신자수가 과반수보다 적어져 전 인구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2010년 총인구조사에 나타나 있다.

브라질 인구학자 호세 에스타키노 디니스 알베스는 "바티칸이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를 잃어가고 있다. 정말 큰 손실이지만 되돌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감소율이라면 빠르면 올 7월 가톨릭 신자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다.

가톨릭 신자 감소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톨릭에 대한 우대를 폐지한 정치적 변화와 전세계적 탈종교화 현상이 주 원인이다. 팬데믹 동안 전도에 열심인 신교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디니스 알베스 교수가 말했다.

비판자들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종교적, 사회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실패 이유라고 지적한다. 남미 가톨릭 교회는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자주 받아왔다.

1960~70년대 해방신학의 확산으로 남미의 가톨릭 교회가 마르크시즘에 경도돼 사회 정의 실현에 나섰지만 신교 신앙 확산을 막지 못했다. 이를 두고 "가톨릭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 집착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오순절 교회에 집착했다"는 말도 나왔다.

가톨릭의 퇴보는 남미 지역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오순절 교회 신도들의 보수적 성향에 힘입어 자이르 보우소나르 우파 대통령이 2018년에 당선할 수 있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 본인은 가톨릭 신자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의 내각에는 오순절교회와 복음주의 신자들이 가득하고 의회도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부인도 복음주의 교회 신도다. 오순절교회는 미국에서 발원한 종파로 장로교 신교 종파 가운데 하나다.

한편 교황 출신국인 아르헨티나처럼 종교를 믿는 사람이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인공유산을 합법화하는 등 진보적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여전히 가톨릭 신자가 다수인 멕시코조차 교회의 사회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지난 9월 대법원이 인공유산 허용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바티칸 교황청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은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남미 주민 84%가 교회를 다니며 성장했으나 2014년 69%만이 가톨릭 신자로 남았다. 남미 주민 가운데 장로교 신자라고 밝힌 사람이 19%였으며 이들 중 65%가 오순절교회 신자였다.

프란시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이던 때 오순절교회 지도자들과 만나 경쟁하지 않고 공존할 것을 모색했다. 프란시스 교황은 개종을 노리는 포교활동에 반대하는 일도 많았다. 2019년 아마존지역 종교회의에서 신도수가 주는 문제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으며 프란시스 교황의 주관심사인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기도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6세기 중남미를 식민지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가톨릭은 19세기 독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국교의 지위를 상실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는 가톨릭에 대한 법률적 특권이 인정됐고 다른 종교는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2020년까지 브라질의 오순절 교회 신도가 680만명에서 4670만명으로 늘었다. 과테말라의 경우 19만6000명에서 290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엄격한 교회 생활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물질적, 영적 도움을 주는 오순절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성과를 냈다.

신도가 소규모 집단을 이끄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쌀과 콩을 기부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줬고 소년 축구클럽을 지원해 갱단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브라질의 낙후한 공공의료시스템을 대신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도 떠맡았다.

이들 신교 신자들은 신과 더 가깝게 느낀다는 응답률이 훨씬 높아서 가톨릭에서 신교로 개종한 사람 10명중 6명 이상이 교회가 신자들을 돕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개종했다고 밝힌 것으로 2014년 퓨 조사에서 밝혀졌다.

신교 신자들의 신앙심도 훨씬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 브라질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신교 신자들의 60% 이상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간다고 답했으나 가톨릭 신자들은 16%만 그렇다고 답했다.

브라질의 경우 텔레비전 방송국을 보유하는 등 활발한 기업활동을 펴는 신자들이 많은 오순절 교회는 헌금도 많아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치 세력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남미 최대 도시 사웅파울루에 세워진 3억달러(약 3571억원) 짜리 솔로몬 사원이 신교의 급속한 성장을 상징한다. 브라질에서 가장 돈이 많은 오순절 교회가 2014년에 지은 이 사원은 10만명의 신도를 수용한다.

이곳의 목사들은 남편들에게 설겆이를 하라고 가르치고 바람을 피운 부인을 용서하라고 설교한다. 결혼한 목사들이어서 가톨릭 신부들과 달리 자유롭게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으로 장식한 솔로몬상 앞에 정장을 한 남성들이 크레디트카드로 헌금을 받는다. 목사들은 헌금을 많이 할수록 더 부유해진다고 약속한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중남미에서 오순절 교회의 확장이 조만간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종교 시장이 갈수록 다원화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남미 가톨릭 교회들 가운데는 오순절 교회처럼 부흥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신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2019년 프란시스 교황을 대신해 아마존 종교회의를 주재한 우르과이의 마르틴 라사르테 신부는 해방신학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종교 체험보다 중시했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오순절 교회가 신도들에게 제공하는 복음속에서 느끼는 실존적 기쁨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카리스마파 가톨릭 개혁이 가톨릭 신자의 오순절 개종을 일부 막아왔다. 신앙치유와 방언과 같은 오순절 교회 방식과 성모 마리아 숭배와 같은 가톨릭 전통을 결합한 가톨릭 종파다. 2020년 남미 가톨릭 신자의 22.8%가 카리스마파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나 있다.

최근에는 가톨릭 교리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150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가 있는 브라질의 파울로 리카르도 신부는 해방신학 이론을 부정하면서 총기 소유를 완화하자는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기도 한다.

프란시스 교황은 2013년 브라질을 방문하는 등 중남미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교황에 자문하는 전세계 학자 기구인 바티칸 교황청 사회과학 아카데미의 칠레 출신 사회학 교수 페드로 모란데 쿠르트는 "가톨릭 교회는 중앙집권적인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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