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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위대한 인물 잃었다" 빗속에도 투투 대주교 집 찾는 추모객들

송고시간2021-1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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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맞서 싸운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선종한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에는 비가 계속 내렸다.

남아공은 이날까지 성탄 연휴로 많은 사람이 고향을 방문한 가운데 빗속에도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에서 투투 대주교가 살았던 집 앞에는 드문드문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는 투투 대주교의 선종에 대해 "모두에게 손실이다. 넬슨 만델라처럼 매우 존경을 받은 국가적 원로가 떠나 나라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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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웨토 집 앞 추모의 꽃다발…만델라 집과 대각선 방향 100m 거리

투투 대주교의 소웨토 집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
투투 대주교의 소웨토 집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7일(현지시각) 고(故)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소웨토 집 앞에 추모객들이 놓은 꽃다발들이 비에 젖은 채 놓여 있다. 투투 대주교 부부는 이곳에서 1975년부터 살았고 현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역사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2021.12.28 sungjin@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맞서 싸운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선종한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에는 비가 계속 내렸다.

남아공은 이날까지 성탄 연휴로 많은 사람이 고향을 방문한 가운데 빗속에도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에서 투투 대주교가 살았던 집 앞에는 드문드문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투 대주교는 1975년부터 이곳에서 부인 레아 여사와 함께 살았으며 나중에 결혼 50주년 행사도 이곳에서 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집안은 비공개지만 요하네스버그 역사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소웨토의 다른 블록에 사는 주민 음리셀라(42)는 이날 빗줄기가 굵은데 우산도 쓰지 않은 채 투투 대주교 집 앞에 찾아와 머리를 숙였다.

투투 대주교를 추모하러 빗속에 찾아온 소웨토 주민
투투 대주교를 추모하러 빗속에 찾아온 소웨토 주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7일(현지시각) 빗속을 뚫고 투투 대주교를 추모하기 위해 생전 소웨토 집을 찾은 주민 음리셀라(42) 씨가 두 손을 모아 고인을 기리고 있다. 2021.12.28 sungjin@yna.co.kr

그는 투투 대주교의 선종에 대해 "모두에게 손실이다. 넬슨 만델라처럼 매우 존경을 받은 국가적 원로가 떠나 나라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인에 대해 한마디로 '거인'이었다면서 영적일 뿐 아니라 물리적이고 정책적으로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투투 대주교의 타계 소식을 접한 이웃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투투 대주교가 지난 10월 구순 생일 기념 예배를 드릴 때 정정한 모습을 보고 앞으로 5년은 더 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부모도 투투 대주교가 아침이면 이 집 앞 거리에서 조깅하는 것을 보곤 했다면서, 키가 165㎝로 알려진 고인은 체구는 비록 작았지만 '작은 거인'이었다고 음리셀라는 강조했다.

투투 대주교의 집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약 100m 거리에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투투 대주교가 1984년,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3년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들 두 집이 자리한 빌라카지 거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두 사람이 한곳에 살았던 거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거리 안내판도 '노벨상 수상자 산책로'로 돼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집은 둘째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와 살던 곳으로 그와 투투 대주교는 사실상 같은 동네 주민이자 친구였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나중에 만델라가 악명 높은 로벤아일랜드 등에서 27년을 복역한 후 자유의 몸이 돼 첫날 밤을 머문 곳이 투투 대주교의 케이프타운 집이었다.

투투 대주교 집과 한 거리에 있는 만델라 집
투투 대주교 집과 한 거리에 있는 만델라 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7일(현지시각) 소웨토 투투 대주교 집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넬슨 만델라의 집 겸 박물관. 두 집은 빌라카지 거리에 있으며,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사람의 집이 한 거리에 있는 것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2021.12.28 sungjin@yna.co.kr

만델라 전 대통령의 집을 찾은 한 흑인 여성은 연휴 시즌이라 TV 뉴스도 안 보다가 이날에서야 투투 대주교의 부음을 접했다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투투 대주교의 손녀를 소셜미디어에서 팔로하고 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가족사진들을 올려놨길래 별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차로 3시간 반 거리인 림포포주의 주도 폴로콰네에서 소웨토를 찾은 오베드 코마페(37) 등도 투투 대주교에 대해 "선한 싸움을 싸운 사람이다. 남아공에 공헌한 위대한 인물이자 영웅이었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투투 대주교 집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투투 대주교 집 주변의 주차 안내요원인 타펠로(29)는 "어제는 100명 넘게 추모객이 찾아왔는데 오늘은 비도 많이 내려 아침부터 많게는 20명 정도 찾은 것 같다"면서 "투투 대주교는 성직자로서 문화적으로도 남아공을 풍부하게 만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투 대주교가 선종한 케이프타운에서 장례식이 열리는 이번 주말 정도에 이곳 소웨토에서도 별도 추모 행사가 열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XYaMNrhpNO4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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