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찌가 별거냐".. 그들이 벗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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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들이 벗었다.
2013년 튀니지에서는 토플리스 시위를 벌인 프랑스·독일 출신 여성 운동가 3명이 공공질서를 해친 혐의로 구속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 연구소 교수는 "당장 토플리스 시위에 대해 '과격하다', '부끄럽다' 등 격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여전히 공고한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적 시각 때문"이라며 "통념에 반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시위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보는, 유의미한 운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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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들이 벗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토플리스(Topless·상의를 벗은 차림) 시위다. 이 시위는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한국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낳았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참가자들은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며 페이스북이 남성과 달리 여성 누드 만을 음란물 취급하며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을 발표한 참가자들은 이어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찌찌가 찌찌지 별거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적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했다.
이는 하루만에 페이스북이 사과하고 게시물을 복구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페이스북 검열 논란은 지속됐고 토플리스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커졌다.
◇'관심 끌기' 아닌 여성해방 운동…슬럿워크·노브라 운동으로 변주
관심을 끌기 위한 극단적 투쟁으로 보이는 토플리스 운동은 1960년대 서구에서 여성해방 운동으로 시작됐다. 육체 노동이나 수영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 남성이 웃옷을 벗는 것은 용인되는 데 반해 여성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렸다. 성적대상화와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편견에 대한 거부 메시지도 담겼다.
1980년대 들어 토플리스 운동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지속적인 시위로 1992년 미국 뉴욕에서는 토플리스 상태로 거리를 걷는 것이 합법화됐다. 2007년부터는 매년 8월23일 세계 토플리스의 날(Go Topless Day)로 지정돼 전세계 수십개국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노출을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방식은 '슬럿 워크'(Slut walk·잡년 행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행진하고 춤을 추는 시위) 등 다른 방식의 운동으로도 변주되고 있다. 특히 브래지어의 경우 여성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해에는 한국에서도 '노 브라'(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것) 운동이 일어나는 등 '탈코르셋'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과격해", "반감 든다" 반응…페미니즘 전문가 "통념-메시지 충돌"
하지만 토플리스 운동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의 경우 불꽃페미액션 시위 이후 공개된 장소에서 옷을 벗는 것이 공중도덕에 반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과격한 투쟁 방법이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몇몇 국가에서는 토플리스를 합법화하기도 했으나 범죄로 처벌하는 국가도 많다. 2013년 튀니지에서는 토플리스 시위를 벌인 프랑스·독일 출신 여성 운동가 3명이 공공질서를 해친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에서도 지난 3일 시위를 벌인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왔다. 다만 경찰은 이번 불꽃페미액션 시위 관계자들은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토플리스 시위와 잇따른 반발에 대해 통념과 새로운 메시지의 충돌이라고 평가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 연구소 교수는 "당장 토플리스 시위에 대해 '과격하다', '부끄럽다' 등 격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여전히 공고한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적 시각 때문"이라며 "통념에 반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시위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보는, 유의미한 운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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