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싼타페 급발진 언제까지 회피할 건가"

박성의 기자 2017. 2. 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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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 車결함 간담회..부산 싼타페사고 유가족 "소비자 보호정책 절실"
지난해 8월 2일 오후 부산 남구 한 주유소 앞에서 다대포로 휴가 가던 일가족이 탑승한 싼타페 차량과 트레일러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다치고 4명이 숨졌다. / 사진=뉴스1

“급발진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발생했다니, 마치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동차 결함 피해자 제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동차 결함의심 사고 피해자들이 참석, 사고 당시 상황과 자동차사의 미진한 대응 등을 직접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및 교통안전공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들도 자리해 피해사례를 청취했다.

 

화두는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결함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 8월 부산에서 발생한 싼타페 급발진 추정 사고 및 지난 1월 팔공산 갓바위 아래 산길에서 발생한 싼타페 급발진 추정 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이 자리해 당시 상황과 자동차사 대응 등을 발표했다.

 

◇ “현대차 급발진 조사참여, 가해자에게 원인규명 맞기는 꼴”

 

지난해 8월 2일 부산 감만동에서 현대차 싼타페를 타고 가족과 피서를 가던 운전자 한모(64)씨가 갑자기 치솟은 차량 속도 탓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일가족 5명 가운데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 등 4명이 숨졌고 운전자 한씨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후 4개월 가량 조사를 이어간 경찰의 판단은 운전자 과실이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사고 당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길 수 있었던 점 등 운전자 과실이 있다"며 급발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9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감정을 벌여 파손이 심한 점 등을 이유로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 결함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부산 싼타페 사고 피해자 유가족(왼쪽)과 팔공산 싼타페 사고 피해자(오른쪽). / 사진=박성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운전자 한씨의 유가족 최모씨는 “마치 함정에 빠진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첫날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현대차를 사고 합동조사에 참여시키자고 하더라. 국과수에는 결함조사 장비와 기술진이 없는데, 현대차는 있다고 했다. 마치 의료사고를 당했는데 가해 의사에게 부검을 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지 않은 운전자 탓이라고 하는데 황당한 주장”이라며 “직접 자동차 가속 상황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봤다. 절대로 정차하지 않는다. 경찰은 첫날부터 브레이크 얘기를 운운했다.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관계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씨는 “현대차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결함의심) 사고를 방어하는데 돈 없고 시간이 없는 서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며 “소비자를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나 조사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용진 의원 “정부와 현대차, 소비자 피해 외면 말아야”

 

박용진 의원(사진)은 22일 간담회를 열고 현대차에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 등 결함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 1월 1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팔공산 갓바위로 해맞이를 갔다가 산길에서 사고를 당한 운전자 권모씨도 참석해 현대차에 싼타페 급발진 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고 당시 권씨는 갓바위 입구 내리막 산길에 세워둔 차에 올라 출발하는 순간 차가 굉음을 일으키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권씨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듣지 않았다. 왼쪽발로 풋브레이크도 동시에 밟았지만 차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갔다”고 주장했다.

 

권씨 차는 약 80m를 달려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와 계곡쪽 소나무를 들이받은 뒤 멈췄다. 이 사고로 권씨 차와 들이받힌 승용차 등 3대가 폐차됐다. 권씨 아내는 갈비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권씨 차에 설치된 에어백 7개는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차량센서 충돌각이 맞지 않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사고 후 권씨는 현대차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지만 “가속페달을 밟아 놓고 착각하는 거 아니냐”며 센터측이 급발진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권씨는 “운전 경력만 23년이다. 차가 튕겨나가는데 브레이크를 밟지 않겠나. 현대차가 무조건 잘못을 덮어놓으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용진 의원은 “국가 기관이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비가 없고 인력이 없어서 차량 결함 조사를 자동차사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모두 국가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리에 현대차 관계자가 와있는 것을 안다”며 “(간담회 개최 목적이) 현대차를 망신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 신뢰를 되찾은 뒤 이윤을 추구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잘못된 점을 필히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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