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요금 훔쳐가는 '휴대폰 동영상 광고'

이충신 2017. 1. 3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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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빼가나
5~15초 봐야 건너뛰기 가능
1인당 한달 평균 122편 시청
최대 1기가 데이터가 광고로
돈 내고 광고 동영상 보는 셈

누가 부담해야 하나
사업자 책임엔 공감하면서도
이통·콘텐츠·플랫폼간 떠넘기기
정부도 문제해결 적극 안나서
소비자단체 "전액 보상해줘야"

[한겨레]

서울 잠실에 사는 이소영(29·공무원)씨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본다. 전날 보지 못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주로 보는데, 동영상을 보려고 15초짜리 광고를 강제로 봐야 하는 게 항상 불만이었다. 볼 때마다 짜증이 났지만 공짜로 보는 대가려니 생각해 꾹 참아넘겼다. 그런데 설 연휴인 지난 27일 동영상 광고를 보다가 휴대폰 데이터양이 상당히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씨는 “그동안 내 돈을 들여가면서 광고를 봤다고 생각하니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예능이나 드라마, 스포츠 등 동영상을 무료로 보려면 먼저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이런 광고를 볼 때 소모되는 데이터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달 조사한 내용을 보면, 휴대폰 이용자 65%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로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데 대해서는 82%가 부당하다고 여겼다.

유튜브나 네이버 등에서 동영상을 무료로 보려면 5초나 15초 안팎의 광고를 봐야 한다. 해당 시간이 지나면 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스킵 버튼’이 활성화되지만, 지난 시간만큼은 데이터 비용이 발생한다. ‘스킵 버튼’이 지나치게 작게 표시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인기가 높은 지상파·케이블 티브이(TV) 동영상은 광고 시간이 15초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폰으로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려면 먼저 광고를 봐야 한다. 이때 소모되는 데이터 비용도 이용자가 부담을 해야 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사를 보면, 이 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데 대해 82%가 부당하다고 여긴다. 김경호 선임 기자 jijae@hani.co.kr

오세정(국민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디지털미디어 조사업체 디엠씨(DMC)리포터의 보고서를 보면, 휴대폰 이용자는 한달 평균 122편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업체의 ‘2016 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분석’에 따르면 휴대폰 이용자들이 하루 평균 4편가량의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질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고화질(480P) 동영상 광고를 볼 경우 5초짜리는 2~3메가바이트(MB), 15초짜리는 8메가바이트가량의 데이터가 소모된다. 고선명화질(HD)이나 초고선명화질(FHD)의 동영상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고화질(480P) 동영상을 보고 이 때마다 15초짜리 광고가 붙는다고 가정할 경우, 한달에 평균 976메가바이트(122편×8메가바이트) 가량의 데이터가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이용자가 추가 부담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이동통신 3사의 최저 데이터 제공(300MB) 요금제의 경우 제공 데이터양을 1메가바이트당 단가로 환산하면 109원,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 바로 아래 단계인 6기가바이트대 제공 요금제의 경우 1메가바이트당 단가는 8원꼴로 훨씬 싸진다.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인 6기가바이트대 제공 요금으로 계산해도 모바일 동영상 광고를 보는 데 월 7800원(976메가바이트×8원)가량 비용이 추가로 든다. 1년으로 따지면 9만3천원가량의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동영상의 절반을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이용한다면 1년 추가 부담은 4만6천원가량으로 줄어든다.

데이터 요금제 2~2.3기가바이트 제공 기준으로 계산하면, 1메가바이트당 단가는 20원꼴이다. 이 요금제 이용자가 동영상을 볼 때, 와이파이와 엘티이를 절반씩 사용한다면 월 458메가바이트가 소모되며 월 9160원, 연간 10만9568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 동영상 광고 트래픽이 고스란히 가계 통신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광고로 소진하는 데이터가 1기가바이트에 가까워 이용자들은 1~2단계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사업자들과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서 한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익을 얻는 사업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사업자,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포털에 제공하는 스마트미디어랩 등 콘텐츠 사업자, 네이버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스마트미디어랩은 포털에 10%의 광고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 점을 들어, 비용을 이미 지불했으니 플랫폼 사업자가 광고 트래픽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망을 제공하는 이통사는 광고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발을 빼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와 이통사도 함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태도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자가 지불하는 비용에는 광고 트래픽 비용이 포함된 것은 아니고, 통신사도 트래픽 수입을 올리니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의 협조를 구해 ‘모바일 광고 시청으로 트래픽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전 고지를 곧 하도록 하겠다”며 “비용 지급에 대해서는 차츰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적극적인 이용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보통신기술(ICT)정책국장은 “이용자들은 광고를 보는 것으로 이미 동영상 시청 대가를 지불했다”며 “광고 시청으로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은 전액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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