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함 사라지고 자화자찬 난무하는 일본 사회
도쿄신문 "주변국에 대한 우월감 빠질수 있다" 경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인은 왜 아름다울까', '패배하지 않는 일본 기업', '일본인으로 태어나길 정말 다행이다'….
도쿄의 서점을 방문하면 이처럼 일본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이런 제목의 책이 쉽게 눈에 띈다.
TV에서도 일본의 특출함을 부각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나 기술을 소개하면서 "일본이 아니면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거나 "역시 일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등 유난히 일본을 강조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을 구호로 걸고 자기 긍정을 강조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30일 이런 경향을 소개하며 일본에서 그윽함이나 겸허함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사회의 자화자찬에 관해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면 "자학"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수정·폐기를 주장하는 우익 정치인이 역사문제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는 것을 '자학사관'이라며 극복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 등을 의식한 지적으로 보인다.
신문은 브라질 월드컵 때 일본이 응원단이 경기가 끝나고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일본 언론이 미화했지만, 한국에서도 시합 종료 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지나친 자기 긍정이 한국과 중국에 대해 최근 두드러진 혐오 감정과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우스이 마후미(대<木대신 石이 들어간 椎>井眞史) 니가타세이료(新潟靑陵)대학 교수(사회심리학)는 "전에는 반중·반한 감정이 적었다. 일본 이 경제력이나 기술력에서 중국과 한국을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위라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좋은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에 따라잡히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겸허하게 있을 여유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도쿄신문은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것과 자화자찬에 빠지는 것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보이고 이런 가운데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거나 주변국에 대한 우월감에 빠질 수 있다고 최근 분위기에 우려를 제기했다.
또 1941년 발행된 일본의 아동용 국정 수신(修身) 교과서인 '착한 어린이'에 "일본은 좋은 나라, 깨끗한 나라", "강한 나라. 세계에 빛나는 훌륭한 나라"라고 노골적으로 찬양했던 것처럼 일본을 미화가 전쟁 구호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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