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사모님의 특명 "특산물 대령하라"

양윤경 입력 2018. 5. 13. 20:21 수정 2018. 5.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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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가 대한항공 해외 지점 직원들을 시켜 중국 왕대추부터 우즈베키스탄 체리까지 철마다 해외 특산품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역 절차도 거치지 않은 불법 반입입니다.

운항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대한항공 직원들은 사모님의 사적인 심부름에 동원됐습니다.

양윤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한항공 중국 북경 지점에서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씨를 위해 보고용으로 찍어 본사에 보낸 사진입니다.

가로 약 20-30cm, 세로 10cm 상자 12개에 작은 사과만큼 씨알이 굵은 대추가 빼곡히 차 있습니다.

대추 사진을 받아 본 이명희 씨의 지시는 회장 비서실을 거쳐 다시 북경 지점으로 전달됩니다.

[비서실] "사모님께서 아래와 같이 대추 관련 지침 주셨습니다. 보낸 것 먹어 봤는데 작년 것보다 질기니, 시 장에 가서 먹어보고 좋은 것으로 골라 보내라."

북경 지점장은 고충을 호소하지만 사모님의 지시는 계속됩니다.

[북경] "지금까지 대추 살 때마다 일일이 먹어보고 가장 맛있는 것을 골라 사고 있습니다. 10여 개 상점을 돌아다니며 맛을 본 후 좋은 것을 일일이 선별해 담았습니다."

[비서실] "사모님께서 대추 15상자를 3일 뒤 전량 도착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북경] "아침부터 난리쳐서 가까스로 15상자 만들어서 포장해 보냈습니다. 빨리 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 바랍니다."

대추를 무사히 보낸 뒤에도 사모님의 깐깐한 지시는 이어집니다.

[비서실] "사모님께서 잘 받아보셨고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이 있으셨습니다. 대추 상자가 너무 조악하니 내년엔 좀 더 크고 깨끗한 상자를 찾도록 하라. 알이 너무 작으니 다시 보낼 것. 청도 지점장에게 3시간 떨어진 산지에 가서 샘플 사서 보내라고 할 것"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대한항공 지점 덕분에 이명희 씨의 식탁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다달이, 마치 조선시대 왕의 진상품처럼 세계 방방곡곡의 특산품이 도착했습니다.

4월의 과일 중국 비파, 7월을 책임진 터키 살구, 9월의 선택 중국 대추.

그런데 이것들은 아예 수입 금지 품목이었습니다.

인도 망고와 우즈베키스탄 체리는 등록된 과수원에서 소독을 거쳐야만 들여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식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검역 신고 대상입니다.

[김길하 교수/충북대 농업생활환경대학] "검역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단 외국에서 병해충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만약에 그것을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때는 자연환경과 농업환경에 막대한 이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명희 씨가 국내로 들여온 농수산품 가운데 현재 확인 가능한 검역 신고 기록이 있는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물어봤습니다.

이스탄불산 살구도, 광저우산 비파도, 북경산 대추도 검역 신고 기록은 없었습니다.

농수산물을 검역 없이 들여온 사람은, 최고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 "휴대의 경우는 신고를 하셔야 돼요. 만약에 신고 안 하고 있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계속 반복됐으면 누계가 이게 중과가 되죠. 금지품 가져 오면 다 압수고, 미신고는 폐기가 될 수 있죠. 압수가 돼서."

오늘 밤 11시5분에 방송되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명희 씨의 해외 특산품 불법 반입 행태와 함께, 이 씨 자택에서 일했던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한 내용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MBC뉴스 양윤경입니다.

양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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