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자영업자가 부동산 살 땐 자금출처 조사 주의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씨가 걱정하는 부분은 사실 종합소득에 이미 포함된 게 대부분이었다. 이 고객처럼 업종을 자주 변경하거나, 여러 업종을 동시에 경영하는 경우 소득신고에 누락이 있을 수 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게 되는데, 국세청은 이런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세무신고가 투명하게 됐는지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필자의 오랜 세무상담의 경험이다. 매년 투명하게 세무신고를 하고 통장에 자금을 관리했어도 지인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나, 부모님이나 배우자로부터 지원받았던 자금 등 나의 부가 증가했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소득이 부지불식간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기 마련이다. 부동산을 사거나 부채를 상환했다는 것은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소득이야 당연히 소득세를 냈을 테고, 증여를 받아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결국 증여세를 걷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세청은 납세자의 직업, 나이, 소득세 납부실적, 재산상태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국세청은 이러한 정보를 갖고도 납득이 안 되면 자금의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 서면 조사에 들어간다. 증여세 낼 상황이냐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세청이 사전에 기준을 정해줬다는 점이다. 개인이 어떻게 모든 자금의 흐름을 100% 관리하겠는가. 입증하지 못해도 되는 공간을 만들어뒀다. 부동산을 샀거나 부채를 갚은 금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 전체 거래금액의 80% 이상만 확인되면 나머지 20%를 소명하지 못해도 전체가 소명된 것으로 봐준다.
사실 자립해서 성공한 자영업자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으니 80%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국세청에서 정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추가로 취득금액(또는 부채상환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출처를 입증하지 못한 금액 2억원 미만까지 허용한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그간 사업으로 번 돈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소득세신고서를 준비해야 한다. 평소 성실 신고를 안 했다면 그간의 소득세신고자료를 모두 모아도 취득자금을 소명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 소득세를 줄여보겠다고 하다가 증여세를 내야 할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자금출처조사에서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증여세 신고 시 공제받을 수 있는 신고세액공제(7%)를 받지 못하고,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사업자로서 극심한 경쟁에서도 살아남고 사업장 관리에도 성공했지만, 세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엄청난 자금 손실을 볼 수도 있게 된다. 절세라는 것은 무조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아니다. 실수 없이 공제받을 수 있는 것 잘 살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이 절세이다.
유창우 공인회계사 cpayoo@gmail.com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