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났던 특급호텔들, 화장실 청소인력 따로 둔다

손호영 기자 2018. 2. 1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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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매뉴얼 대대적 정비]
물컵, 모두 걷어 한 곳서 닦기로.. 화장실 청소 인력은 침구 못 만져
객실 가구 오염측정 매뉴얼 마련

최근 서울시내 특급 호텔들의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보도된 후, "5성급도 못 믿겠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일본 등 해외 언론에 알려지며 파문이 커졌다. 문제가 된 호텔들은 화장실 청소 전문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고, 식기류를 추가 구매하거나 일괄 세척하도록 위생 매뉴얼을 바꾸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가 됐던 한 호텔은 최근 화장실 청소 전담 인력과 중앙세척실 인력을 추가 고용했다. 이 호텔은 변기를 청소하던 수세미로 객실 물컵을 닦아 문제가 됐다. 이후 화장실 청소 인력을 변기 담당과 욕실 담당으로 다시 나눠 청소도구가 겹치지 않도록 새 매뉴얼을 마련했다. 물컵은 중앙세척실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객실마다 살균소독기도 갖춘다. 13일 객실 절반에 들여왔고, 나머지 절반은 설 이후 비치하기로 했다. 그 전에는 일회용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기 위생검사 결과는 공식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방침이다.

다른 호텔은 침실 청소, 침구 정리, 화장실 청소 인력을 각각 따로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화장실 청소를 했던 직원이 침구 등을 만지지 않도록 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가장 효율적인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호텔은 기존 투입되던 청소 직원 한 명 이외에 식기 세척 전문 인력과 객실 내 비품을 수거해 옮기는 일을 하는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직원 정기 교육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위생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이번 특급 호텔 위생 문제는 직원 개인의 직업 윤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호텔들은 청소 직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매뉴얼을 더 촘촘히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손님이 사용하지 않은 물컵은 물로만 간단히 세척하기도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수건 등 매번 세척이 필요한 비품은 전량 수거해 중앙세척센터에서 작업 후 올려 보내고 있다"며 "특히 물컵은 세척 후 밀봉해서 비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호텔은 컵의 개수를 기존 8000개에서 1만 개로 늘렸다. 전체 객실 물컵을 한 번에 세척해도 부족하지 않도록 했다. 객실 내 비품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새로 구입해, 매일 세탁할 수 없는 카펫과 가구들의 적정 오염도 기준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호텔은 층마다 살균건조기를 비치하기로 했다. 컵과 티스푼 등 식기류를 별도의 장소에서 세척해 층별로 배달 후 건조할 예정이다. 호텔 측은 "욕실용 도구함과 화장실용 도구함을 분리해 청소 과정도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문제가 된 호텔 외 다른 곳들도 위생 매뉴얼을 바꾸고 있다. 서울 시내 특급 호텔 10곳을 접촉해 보니, 9곳에서 매뉴얼을 재정비하거나 인력·장비 등을 보강했다고 했다. 호텔 위생 문제가 보도된 이후 "이 호텔은 괜찮은 거냐"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청소 어떻게 하고 있느냐' '전체적인 청소 과정을 알려달라'는 단골 손님들의 문의 전화가 자주 들어온다"며 "가이드라인과 작업 과정, 새로 보강된 위생 매뉴얼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5성급 호텔은 "최근 오염도 측정 기기를 새로 구매했다"며 "앞으로 주 2회 식기, 리넨, 전화기 등의 오염도를 체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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