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새누리당 때도 매크로 돌려 가짜뉴스 유포했다"

2018. 6. 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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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지방선거 선대위 대화록 입수
"일베 글 퍼뜨려" 주문 2분만에 "완료"
광역후보 캠프 실무자 모두 참여
"오토핫키 등 매크로로 여론조작"
투표 하루 전 "유병언 연루 의혹"
박원순 비방 허위글 마구 퍼뜨려

[한겨레]

새누리당이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개설한 캠프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채팅방 화면 갈무리. 송영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가 유병언 세력과 야권 연대를 했다는 의혹을 확산해달라는 요청에 각 캠프에서 “완료했습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부터 각종 선거에서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 역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매크로를 동원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5일 <한겨레>는 2014년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에스엔에스(SNS) 소통본부 상황실이 개설한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록 일체를 입수했다.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맞춰 개설된 이 채팅방에는 새누리당 당직자 및 의원 보좌관 5명을 포함해 전국 17개 광역단체 후보 캠프 실무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상황실 구성원 ㄴ씨는 채팅방 개설 이유에 대해 “(각 지역 선거 캠프들의 온라인 대응이 필요한 콘텐츠에) 좌표를 찍고, 이곳에 담당자들이 ‘화력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라며 “캠프마다 사용 수준은 달랐지만 ‘오토핫키’ 등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에스엔에스 홍보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오토핫키’는 사용자가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크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의 하나다. 채팅방의 일원이었던 한 광역단체 후보 캠프의 실무자 ㄱ씨는 “중앙당과 지역 캠프가 함께 매크로 등을 활용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내용을 유포하기 위해 만들었던 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같은 에스엔에스에서 매크로를 사용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손작업으로 일일이 복사 및 붙이기를 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도 하다.

세월호 의혹 야권 향하도록 조작
“송영길-유병언 연대” 허위사실 배포
몇 분 뒤 여러 지역서 “완료했습니다”

새누리당 공조직이 ‘가짜뉴스’ 공장
“네이버 공감 댓글 1분 머무르게”
매크로 짤 때 체류시간 조작 요청

북풍 부추긴 무한RT
“오늘 인천에 포격 떨어졌다
잘 써먹어서 꼭 이겨라” 활용

이들이 좌표를 찍고 화력을 지원해 에스엔에스에 유포한 콘텐츠에는 이른바 가짜뉴스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투표 하루 전인 2014년 6월3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담당자는 한 극우 인터넷 매체의 기사 주소를 채팅방에 올리며 “을(乙) 위한 정당이라더니 뒤로는 서민 뒤통수? 새정치연(聯), 38억 블루바이크 의혹 ‘막판 변수’ 박원순 캠프까지 연루 확인… 선거 하루 앞두고 파장”이란 문구를 달아 배포한 트위터 게시글의 확산을 요청한다. 이 담당자는 “이건 내용이 모든 지역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기사의 원문은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다. 블로그 등에 남아 있는 내용과 당시 캠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기사는 민주당 선거 유세에 자전거(블루바이크)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사업자가 제기한 일방적 의혹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 기사에 ‘박원순 연루가 확인되었다’는 거짓 주장을 덧붙여 퍼뜨린 것이다.

같은 날, 이 담당자는 “박원순 후보 부인 강난희씨, 유병언 일가와 연관 의혹 유대균이 실소유주인 몬테크리스토 레스토랑 조각전시, 발레공연 핵심멤버 참여 주장 제기”라는 제목을 달아 또 다른 극우 인터넷 매체의 기사도 퍼뜨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 기사 역시, 익명 제보자의 전언을 들었다는 또 다른 익명 제보자의 전언을 인용하는 등 최소한의 기사 요건을 갖추지 않아 가짜뉴스에 가깝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쪽은 해당 보도가 허위라며 바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선거 승리 이후 취하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법률 지원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누군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캠프에서 엄중한 대응을 논의했었지만, 그 유포를 새누리당 공식 조직이 한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 당시는 ‘세월호 참사’ 직후여서 구조에 실패한 정부 무능론이 제기되던 때다. 채팅방을 보면,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세월호 관련 의혹이 야권을 향하도록 허위사실 유포를 서슴지 않았다. 2014년 5월30일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캠프 담당자는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유병언 ‘야권연대 의혹’ 파문 예상 유병언 관련 트위터입니다”라며 한 트위터 게시글의 확산을 요청한다. 이에 채 몇분 지나지 않아 여러 지역에서 “완료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해당 주소의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게시글은 스스로를 ‘새누리당 지지 단체’라고 소개하는 곳의 일방적 주장을 한 매체가 기사화한 것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2010 인천지방선거연대’ 참여단체 중 한 단체가 유병언 세력과 관련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단체의 일부 회원이 구원파 신도일 뿐 유병언과 직접 연관은 없었다. 당시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를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진행된 흑색선전”이라며 규탄 기자회견까지 했다.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북풍’을 활용하자는 모의도 이뤄졌다. 5월22일 오후 북한이 연평도에 있던 우리 초계함정에 2발의 포격을 가하자 한 캠프 관계자는 “인천에 오늘 폭격 떨어졌다며 잘 써먹어서 꼭 이겨라!”라고 말했다. 이후 인천 쪽 담당자가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강조하는 트위터 메시지 리트위트(RT)를 요청하자, 다른 캠프 관계자들이 “화력지원”하겠다고 일제히 화답한다. 채팅방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게시글 확산 지시가 내려오면 무조건 따랐다”며 중앙당에서 내려온 지시나 접전 지역에서 부탁해 온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중앙당에서 직접 연락해 채근하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 혐오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게시글을 퍼뜨려달라는 주문도 등장한다. 이런 요청들에 선거 캠프 담당자들은 2분 만에 “완료했다”고 답하거나 3분 만에 “40개 완료했습니다”라고 답한다. ㄱ씨는 “지시가 내려진 지 1~3분 만에 확산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매크로를 썼기 때문”이라며 “매크로를 쓰지 않는 수작업은 캠프별로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알바를 고용해서 했다”고 말했다.

채팅방에는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뿐만 아니라 네이버에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2014년 5월30일 한 지역 캠프 담당자는 ‘네이버 블로그 공감+댓글 좀 부탁드립니다’라며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주소를 공유하면서 ‘단! 블로그에 1분정도는 머물러주세욤ㅠㅠ’라고 부탁한다. 이에 대해 ㄱ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쓸 때, 공감과 댓글만 달고 바로 나오지 말고 1분간 머물고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짜달라는 부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이버 알고리즘이 공감과 댓글 말고도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인기 있는 블로그 게시글을 판단해 메인 화면에 노출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에 매크로를 이용한 행위에 대해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당이 저품질 불공정 정보를 확산하는 행위는 법적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측면에서 심각한 해악이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누구에 의해서든지 매크로 활용 선거운동은 심각한 여론 왜곡이고 불법적 선거 개입이다. 이 행위를 정당 차원에서 하는 것은 큰 문제다. ‘드루킹’ 같은 사적인 인물이 매크로를 쓰는 것보다 더 위중하다”며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앞으로 선거 과정에 매크로 활용 여부를 실시간 감독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카톡방 개설은 새누리당 에스엔에스 소통본부장이었던 전하진 의원에게도 보고됐다고 채팅방 참여자들은 전했다. 개설 직후에는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선거를 잘 부탁한다”고 격려까지 받았다고 한다. 당 공식 보고를 거쳐 청와대도 이 카톡방의 존재를 알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 전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중앙당에 있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했다”며 “카톡방의 존재도 몰랐다. 매크로 활용에 관해서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무소속)은 “매크로나 가짜뉴스 부분은 전혀 모르고,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완 박준용 오승훈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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