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흡연족의 습격②]금연구역된 흡연카페.."세금 꼬박 내는데 왜 못피우게 하나"

2018. 7.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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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흡연카페의 입구. [성기윤 수습기자/skysung@heraldcorp.com]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 등록 업소 ‘철퇴’
-업주 “당장 폐업하란 이야기” 불만 증폭
-일부 업종변경 ‘꼼수’…“반쪽자리 정책”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ㆍ성기윤 ㆍ이민경 수습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카페. 손님 5~6명이 각자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느 카페의 모습과 다름 없었다. 다만 손님들 손에는 담배가 쥐어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와 라이터가 놓여져 있었다. 카페 곳곳엔 공기청정기가 비치돼 있었다. 흡연카페인 이곳에선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흡연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46) 씨는 “다른 카페와 달리 이곳에선 담배를 필 수 있어 자주 들린다”며 “담배를 피기 위해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니 대화의 맥이 끊기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카페에 대한 규제에 대해선 “차라리 담배 판매를 금지하지, 담배는 팔면서 왜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개정법에 따라 이달부터 실내 휴게공간 면적이 75㎡ 이상의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로 등록된 흡연카페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내년 1월부터는 실내 휴게공간이 있는 모든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다만 흡연카페 대부분이 영세업소로 업종 변경을 고려하거나 규정에 맞는 흡연시설을 설치하는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9월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위반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에 있는 흡연카페는 약 30곳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흡연카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새로운 방침에 업주와 흡연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년 째 흡연카페를 운영 중인 임모(40) 씨는 “갑자기 계도 기간 안에 업종을 변경하라고 하는데, 업종을 변경하게 되면 주방이나 인테리어도 바꿔야 해서 비용이 크게 든다”며 “그 동안 단골손님들이 많았는데 정부의 방침이 나온 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세금 낼 것은 다 내고 합법적으로 사업하는데 문을 닫으라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애연가 김모(50) 씨는 “흡연카페가 사라지면서 이젠 커피 마시면서 편안하게 담배를 피울 곳이 없게 됐다”고 아쉬워하며 “몇년전 담뱃값을 한꺼번에 올리더니 흡연자들을 위한 예산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비흡연자를 위한 정책은 이해가 가지만 흡연자의 권리는 일방적으로 무시만 당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로 서울 시내에서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로 등록한 흡연카페 다수는 업종을 바꾸는 절차에 돌입했거나 폐업신고를 했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가 아닌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로 등록하면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단란주점과 유흥업소는 흡연이 허용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한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로 흡연카페를 운영하다 최근 음식점으로 바꾼 한 업주는 “정부가 흡연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로 이같은 조치를 취했겠지만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가 아닌 흡연카페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이상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 등록한 업주들은 9월부터 시작될 단속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흡연카페 업주는 “정부의 계도 기간이나 단속은 우리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다른 업종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카페가 정식 업종 명칭이 아니고 흡연을 가능하게 한 공간을 흡연카페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며 “시설기준으로도 분류가 안되기 때문에 현재 흡연카페의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연정책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흡연카페까지 모두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업종과 관계없이 실내에서 담배 피는 행위는 모두 금지돼야 한다”며 “금연정책은 국가로서 당연한 의무인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금연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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