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스마트폰 없으면 밥도 안 먹어요.." 우리 아이도 '베이비 스몸비'?

윤영현 기자 입력 2017. 11.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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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한 학부모의 고민 상담 글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작성자는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어 속상해한다"며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동 중에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을 일컫는 '베이비 스몸비'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 늘어나는 유·아동 스마트폰 중독…이유가 뭐길래?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살 사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만 3~9살 사이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로 늘어났습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외부활동이 줄었고, 스마트폰에 대항할 만한 놀잇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목동아동발달센터 한춘근 소장은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스마트폰은 콘텐츠가 다양한 데다가 조작도 쉽다"며 "책은 집중해 읽고 이해하는 시간, 장난감은 조립하고 완성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달리, 스마트폰은 '클릭 한 번'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4살 된 아이를 키우는 3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안 좋은 걸 알지만 조금씩 보여주다 보니 이제는 스마트폰 동영상 없이는 밥도 안 먹고 울기부터 한다"며 "잠깐 쓰는 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막았어야 하는 건지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스마트폰이 안 좋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께 아이를 맞기는 입장에서 무조건 데리고 나가서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아이와 시간을 못 보내는 내 잘못인 거 같아서 미안하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스마트폰 속 동영상과 게임, 아이들 뇌 균형 깨뜨려 발달장애까지…

아이들은 선택적 분별능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유·아동기에 접하는 잘못된 매체들이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지난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만 5~6살 영유아 건강검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사이 해당 연령대 아이들의 비만율은 7%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식사 속도가 빠른 아이일수록 비만 위험이 4.3배 높아졌고, 여기에 TV나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보면 비만 위험은 4.9배로 급증했습니다.

2~8살 사이는 감각 기관과 뇌가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스마트폰의 동영상, 게임 등의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에 장시간 노출되면 시각과 청각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좌우 뇌 균형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뇌의 불균형은 주의가 산만하거나 또래보다 말이 늦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틱 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바쁘니까 잠깐은 괜찮겠지" 부모 행동이 스마트폰 중독 만든다…

지난해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화 교수팀이 발표한 '유아 스마트기기 사용 및 이용수준 현황' 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이 이뤄지는 상황은 '아이가 원할 때'가 37.7%로 가장 많았습니다. '부모가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 때'는 36.9%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한춘근 소장은 SBS와의 통화에서 "어린아이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이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며 "아이들이 집에 있는 장난감을 마트에서 또 사달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은 모방으로 학습해 나가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윤영현 기자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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