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하늘 "마약 취한 연기, 진짜 처절하게 보이고 싶었다"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대한민국 마약 범죄의 이면을 파고드는 범죄 액션 영화 '야당'은 실존하는 마약 브로커 야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야당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치 용어가 아닌 수사기관과 범죄 조직 사이에서 정보를 거래하며 양쪽 모두로부터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일컫는 실제 은어다. 영화는 이 세계의 핵심 브로커로 떠오르는 한 인물 이강수(강하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과 배신, 그리고 생존의 이야기를 다룬다.
강하늘이 연기한 이강수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로, 감형을 조건으로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제안을 받아 야당이 되어 마약판을 흔드는 인물이다. 그는 수사기관의 손발이 되어주면서도 언제든 그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스스로를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믿는 브로커다.
불법과 합법, 선과 악의 경계에 놓인 이 오묘한 인물은 어느 순간엔 관객의 연민을 자아내고, 또 다른 순간엔 찬물을 끼얹듯 냉혹한 이면을 드러낸다. 강하늘은 그 복잡한 결을 꿰뚫고 인물이 가진 내면의 균열을 스크린 위로 끌어 올렸다. 때문에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위해선 단순한 매력보다 묘한 중간 지점이 필요했다. 그는 이강수를 통해 선과 악 사이, 비호감과 연민 사이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이 인물이 너무 악랄하게만 보이면 관객이 따라오기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그를 정당화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매 장면마다 '이건 너무 센가?' 하면서 조율했어요. 착해 보이면 좀 더 죽이고, 너무 나쁘면 조금 낮추고, 그런 식으로 수위를 계속 맞춰갔죠."
그가 파고든 이강수는 얄밉다기보단 자신감이 과잉된 우월주의적인 인물이었다. 사람을 깔보는 눈빛과 태도, 무엇보다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 태도가 오히려 연기를 하는 데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했다.
"야당들의 모습이 담긴 참고 영상들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마약판에서 야당으로 활동한 인물들은 처벌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전혀 없더라고요. '난 안 잡힌다', '그럴 리 없다' 이런 확신이 너무 가득한 거예요. 그 오만함, 자신감, 그게 이 인물의 핵심 같았어요."
강하늘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세계가 허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이 건넨 실제 사례들과 자료 영상들을 접한 후 이 인물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진짜 가상의 소재인 줄 알았다. 근데 감독님이 보내주신 자료를 보고 나서 이게 현실에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오히려 더 무서웠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그게 이렇게 영화적으로 녹아들 수 있구나 싶었다. 연기하면서도 진짜 현실이랑 너무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약에 취하고 끊는 장면은 감정과 체력 모두를 소모한 장면이었다. 그는 이 장면을 위해 촬영 전 체중 감량까지 감행했고, 벽에 머리를 박는 등 신체적으로 위험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짜 처절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고통을 그 자체로 보여주고 싶었고, 약에 취한 사람들 영상도 엄청 많이 찾아봤어요. 약에 취하는 사람마다 오는 반응이 다 다르다고 해요. 그래서 정답은 없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사실적인 움직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약물 후유증 장면은 말을 더듬는 디테일 하나로 무게를 더했다. 강하늘이 직접 제안한 설정이었다. 그는 "너무 깨끗하게 회복되면 극적인 느낌이 떨어질 것 같았다. 약 후유증이 사람마다 다르고, 꼭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라고 하더라. 저는 말이 꼬이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 설정을 받아주셔서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정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신은 후반부 옥상 신이었다. 실제로 상황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리액션을 만들어야 했고, 그는 담배를 문 얼굴, 무표정, 웃음 등 여러 테이크를 촬영해 편집에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줬다. 그는 "그 장면은 관객이 봤을 때 뭔가 통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답은 없고 느낌이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여러 버전으로 감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야당'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알 수 없었던 낯선 세계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강하늘이 이 영화에 매료된 이유도 그랬다.
"이 대본을 안 읽었으면 저도 야당이라는 단어를 평생 몰랐을 거예요.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그래서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현실적인 디테일이 영화로 옮겨졌다는 게 흥미롭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함께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존중도 아끼지 않았다. 한참 선배인 유해진, 박해준과의 호흡을 떠올리며 그는 "많이 배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유)해진 선배는 정말 동료처럼 대해준다. 나이 차이도 있고 경력 차이도 크지만 항상 동료로 동등하게 대해주는 느낌이었다. 저는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의 연기 철학은 철저히 관객 중심이다. 강하늘은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보다, 관객이 무엇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건 이번 작품뿐 아니라 그의 전작들을 관통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천의 얼굴'로 불리며 미더운 배우가 된 오늘날의 양분이기도 하다.
"제가 뭘 보여주느냐보다 관객이 뭘 느끼느냐가 제 연기의 기준이에요. 연기에서도 마찬가지죠. 상대 배우가 화를 내야 한다면, 그 감정이 상대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제가 액션을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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