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을 김연경의 마지막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시청자들에게 욕먹지 않을까. 그만큼 거짓말 같고 극적인 마지막이었다. '한국 배구의 전설' 김연경(37)은 떠날 때도 예술로 떠났다.
우승을 위해 은퇴 번복까지 한 김연경은 한국 복귀 후 3시즌 만에 기어코 우승을 하며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거짓말 같았던 김연경의 은퇴 스토리를 정리해본다.
▶복귀 후 쌍둥이 사태-3연속 준우승에 눈물
한국 배구 선수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까지 날아오르다 2020년 여름,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김연경. 당시 김연경이 복귀하자 이재영-이다영이라는 국가대표 쌍둥이에 그녀까지 더해져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배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팀이 탄생하는가했다.
하지만 2021년 초 그 유명한 '쌍둥이 학폭 사태'가 터지며 팀내 불화도 일어났고 결국 김연경은 압도적 활약을 했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우승을 내주며 회의를 느끼고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
상하이에서 한 시즌을 보낸 김연경은 정말 한국에서 마지막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2022년 여름 다시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재복귀 첫 시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으나 한국도로공사에 2승 후 3패라는 최악의 모습으로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2023년 여름, FA가 된 김연경은 페이컷(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연봉을 깎는 행위) 논란에도 흥국생명에 잔류했다. 이번에도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갔지만 현대건설에 막혀 또 준우승. 2023-2024시즌 종료 후 은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국내 복귀 후 3연속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깨기 위해 은퇴를 번복하고 2024-2025시즌도 선수로 활동한다고 발표했다.
▶거짓말 같은 우승 스토리
이렇게 3연속 준우승에 그친 김연경은 지난 2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발표 이후 프로배구 역사상 최초의 '은퇴 투어'가 열렸고 김연경은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원정팀 팬들에게 인사하고 상대팀으로부터 선물도 받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했다. 결승 상대는 정관장. 김연경의 맹활약으로 5판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2승을 차지하며 우승에 단 1승만 남겨뒀다. 특히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2까지 갔을 때 5세트에서 김연경은 6점을 혼자 내며 승리로 이끌었고 상대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조차 "5세트 김연경은 제가 3년 동안 상대한 것 가운데 가장 좋은 타점과 각도가 나오더라"라며 인정할 정도였다.
이렇게 우승이 임박하는 듯 했지만 우승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3,4경기를 거짓말처럼 모두 패한 것. 게다가 3경기에서 1,2세트를 모두 잡으며 우승까지 단 1세트 승리만 남겨뒀다가 3세트를 모두 지는 리버스스윕을 당한 것이 뼈아팠다. 2세트에 25점 경기에서 무려 36-34까지 가는 초접전을 펼친 것이 세트를 가져왔음에도 타격이 컸다.
2023년 2승 후 3패를 당하며 우승을 내줬던 트라우마가 있는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다시 2승 후 2패를 당한 뒤 5차전을 맞이했을 때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듯했다. 하지만 5경기 1,2세트를 모두 듀스 접전 끝에 승리하며 트라우마를 이겨내는가 싶었다.
여기서 막장 드라마 작가 같은 승부의 신이 장난을 쳤다. 5경기 3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정관장이 가져가게 했고 4세트도 정관장이 25-23으로 승리하며 결국 마지막 5세트까지 간 것이다.
5경기 5세트. 어떤 식으로든 승부가 나는 최종 세트에서 김연경은 강렬한 스파이크가 아닌 헌신적인 수비로 결정적 방어를 해냈고 이에 힘입어 결국 15-13 흥국생명이 승리하며 마침내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물론이고,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5세트 막판 김연경의 수비를 '흥국생명 우승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김연경 입장에서는 국내 복귀 후 3연속 준우승에 이어 은퇴를 발표한 시즌 챔피언결정전 2승 후 2패, 5경기도 2세트를 이기고 2세트를 내준 후 이룬 거짓말 같은 우승이었다.
▶그렇게 전설이 된 김연경
당연하게도 챔피언 결정전 MVP가 된 김연경은 14일 열릴 시상식에서도 MVP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년만의 정규시즌-챔피언 결정전 통합 MVP가 될 것으로 보이며 MVP를 차지하고 은퇴하는 최초의 선수가 될 예정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입단 첫 시즌인 2005-2006시즌에 이어 2006-2007시즌도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JT 마블러스 유니폼을 입은 2009년 첫해에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1년 세계 최고인 유럽 무대로 향했다.
세계 여자배구 최고 수준의 튀르키예 리그에서 6년간 무려 7개의 우승컵을 수확하며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특히 2011-2012시즌에는 CEV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견인하고 득점왕과 동시에 대회 MVP를 독식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전력약세로 여겨진 한국을 이끌고 4위를 차지했고 4위팀 선수로 대회 MVP를 받을 정도로 대단했다. 2013-2014시즌 페네르바체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MVP 수상을 일궈내며 세계 최고 여자 배구선수의 자리를 공고히 굳혔다.
이후 중국에서도 정규리그 1위, 최고 외국인 선수상 등 가는 곳마다 압도적 실력으로 에이스가 돼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연경은 국내로 돌아와 쌍둥이 사태, 리버스스윕 준우승, 3연속 준우승 등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지만 결국 '우승'이라는 유종의 미로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
한국 배구 No.1 전설이 되어 은퇴하는 김연경. 김연경은 우승 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한다"며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의 내 모습을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은퇴하게 돼 정말 좋다"며 웃었다. 은퇴하는 마지막 순간마저도 '스타는 스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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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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