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꿨던 순간’ 코트는 떠나도 ‘배구인 김연경’은 우리 곁에
김연경(37·흥국생명)이 2월13일 은퇴를 선언하자 “아직 잘하는데 왜 은퇴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그 답을 내놨다.
지난 8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팀 내 최다 34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우승을 확정지은 김연경은 “우승컵을 들고 정상에서 은퇴하는 모습을 상상해왔다. 원래 원했던 마지막 모습”이라고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하면서 은퇴하고 싶었고, 그 적기를 이번 시즌으로 판단한 김연경은 꿈꿨던 은퇴의 순간을 완성하고 이날로 코트를 떠났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고 정규리그 MVP도 유력한 김연경의 선수 경력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아직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김연경의 부재는 당장 다음 시즌 V리그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경기별 관중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2위까지가 흥국생명 홈경기다. 흥국생명 홈 평균관중은 4562명으로 리그 평균(2545명)의 2배에 가깝다.
김연경 이후 리그 흥행을 이끌 스타 플레이어는 V리그에도 없고, 대표팀에도 없다.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 경쟁력은 김연경이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후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름을 날린 김연경의 자리가 쉽게 메워질 리 없다.
선수로서 마지막 염원을 이룬 ‘배구인 김연경’도 같은 고민을 안고 코트를 떠난다.
김연경은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이후 계속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하고 있었다”며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력 있는 선수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발굴하고 키울지는 지도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짚었다. 김연경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그는 “요즘 어린 선수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보이지 않는 기본기를 잘 다져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다. 우선 지난해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출범시킨 ‘KYK 재단’을 통해 배구와 유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올해 재단이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지 고민하는 시간도 갖겠다”며 “한국 배구 발전에도 보탬이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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