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점 찍고 은퇴' 김연경, '좀비' 정관장마저 극복했다

김성수 기자 2025. 4. 8. 21: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김연경이 은퇴 시즌에 마침내 '우승'이라는 점을 찍었다.

ⓒKOVO

흥국생명은 8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최종전 정관장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이 우승으로 5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모두 여자부 최다 기록이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 이후 6년 만의 우승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이날 34득점을 기록하며 선수 개인으로는 2008-2009시즌 이후 16년 만에 V-리그 정상에 올랐다.

시리즈 전적 2승2패에서 열린 최후의 5차전에서 정관장이 주포 메가와 미들블로커 정호영을 앞세워 1세트 19-14, 5점 차까지 리드를 벌렸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중심으로 뭉쳐 22-21 역전을 이뤄냈다.

듀스까지 이어진 양 팀의 1세트는 흥국생명의 것이 됐다. 정관장 메가의 백어택이 아웃되며 25-24 세트포인트를 잡은 흥국생명은 또다시 날아온 메가의 백어택을 김다은이 블로킹해낸 덕에 26-24로 1세트를 가져가게 됐다. 김연경은 1세트에만 10점을 몰아치며 우승을 거머쥐려 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정관장은 메가에 박은진-정호영의 높이를 살려 17-12로 2세트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은 흥국생명이 표승주의 오픈을 막아내는 투트쿠의 블로킹으로 24-24 듀스를 만들었다.

흥국생명의 2세트 영웅은 김연경이었다. 박은진의 속공을 블로킹해낸 김연경은 이후 오픈 득점까지 적중시키며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2-0 리드를 선사했다. 우승까지 단 1세트.

1세트만 내주면 패하는 정관장은 3세트 1실점 후 메가-염혜선-부키리치-정호영 등 팀 구성원이 번갈아 득점하며 7연속 득점을 올리고 7-1로 크게 앞섰다.

이후 흥국생명이 24-24 듀스까지 만들며 정관장을 위협했지만 정관장이 김연경의 네트 터치에 이은 표승주의 오픈 적중으로 1-2 세트스코어 추격에 성공했다. 정관장은 이어진 4세트까지 25-23으로 가져오며 최후의 5세트로 향했다. 

팽팽한 5세트 승부에서 흥국생명이 14-12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후 한 점 실점하긴 했지만 결국 투트쿠가 마지막 점수를 내며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을 만들었다.

ⓒKOVO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준우승에 그쳤던 김연경이 이번 시즌 도중 은퇴를 발표하면서, 그의 마지막 우승 도전이 시작됐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의 상대는 정관장.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꽉 채우는 승부를 하고 올라온 정관장과 3월20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후 열흘 이상을 쉰 흥국생명의 맞대결이기에 체력적 차이는 확연할 듯했다.

흥국생명은 실제로 체력적 우위를 앞세워 홈에서의 1,2차전을 내리 가져갔다. 특히 1차전은 깔끔한 3-0 셧아웃 승리였고, 2차전서는 정관장이 1,2세트를 먼저 잡았음에도 흥국생명이 3,4,5세트를 내리 가져오며 역전승을 거뒀기에 우승을 할 저력이 충분함을 보이는 듯했다. 김연경도 두 경기 모두 팀 내 득점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보였다.

그렇기에 3차전도 흥국생명의 승리로 가볍게 끝나며 김연경의 은퇴 시즌이 우승으로 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홈에서 남의 축제를 바라볼 수 없는 정관장이 2차전과 반대로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세 세트를 가져오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어 4차전마저 5세트 7-10으로 뒤지고 있던 걸 뒤집고 최종 5차전 티켓을 따냈다.

정관장의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주전 리베로인 노란은 근육 손상으로 인해 1차전에 뛰지 못했고, 챔프전 기간 동안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채 경기만 겨우 뛰는 중이다. 주장이자 주전 세터인 염혜선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 투혼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두 선수는 진통제를 맞으며 겨우 통증을 참고 있는 상황. 이런 처지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주자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4차전 승리 후 정관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부상에 신음하던 선수들은 이제 우승을 말하고 있다. 염혜선은 "5세트를 좋아하나 싶었다. 그래도 끝난 게 아니니 정신을 다잡은 게 잘 통했다. 모든 선수에게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보였다. 어쩌면 주인공이 정관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싶다. 악역이 오히려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지금 멤버로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호영도 "주인공을 정해놓고 하는 싸움이 아니기에,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승이라는 목표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다. 끝까지 더 심한 부상 없이 현재 멤버 그대로 코트 위에서 웃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관장에게 분위기가 넘어가 김연경이 또다시 준우승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1,2세트 모두 10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과 세트 승리를 이끌었고 결국 우승에 닿았다. 특히 2세트에서는 듀스에 이은 세트 마무리 득점까지 기록하며 여제의 위엄을 보였다.

ⓒKOVO

좀비같이 밀려오는 상대의 기세를 이겨낸 '여제' 김연경이 마침내 은퇴 시즌에 '우승'이라는 점을 찍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