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저희 엄마도 네 번이나 정주행… 홀딱 빠지셨대요"[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5. 4.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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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6부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서 오애순·양금명 1인 2역 맡아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오애순은 어쩌면 이름부터 운명처럼 시를 품은 여자였다. 어릴 적 글을 쓰고 싶었고, 시를 남기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책상 대신 생선 좌판을 내주었고 그녀의 손에 연필 대신 전복을 쥐어주었다. 오애순의 인생은 때로는 파도처럼 거셌고 때로는 한낮의 바다처럼 너른 품이었다. 한 세대의 시간과 인내, 사랑을 그린 넷플릭스 16부작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과 금명을 연기한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를 지난 2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으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1~4부 공개 직후에는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으며, 총 16부까지 모두 공개된 이후에는 6,0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줄곧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압도적인 화제성과 몰입도를 증명했다. 공개 3주 차에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고 볼리비아, 칠레, 모로코,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총 3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아이유는 캐스팅 전부터 드라마의 성공을 확신했다.

"처음 받았던 대본에는 16부까지 전체적 내용은 없었어요. 초반부를 먼저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죠. 특히 3화에서 관식이 애순을 향해 헤엄쳐 오는 부분이 재미있더라고요.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힘들게 재회해서는 애틋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옷값 물어내야 해'라는 유쾌한 대사를 툭 내뱉는 게 재미있었어요. 절절했다가 유쾌했다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가 또 웃게 했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었죠.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어서 후반까지도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사진=넷플릭스

아이유는 극 중 애순과 그의 딸 금명까지 1인 2역을 소화하며 두 번의 인생을 살았다. 애순으로 시를 꿈꾸던 소녀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견뎌낸 엄마가 되었고, 금명은 그런 엄마의 딸로서 세상의 차가움을 온몸으로 겪으며 어른이 되어갔다. 서로를 닮았지만 각기 다른 결을 지닌 두 인물을 동시에 그려내는 연기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게 또 욕심이 나는 포인트이기도 했어요. 작가님이 저를 믿어주시고 맡긴 거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해낸다'라는 의지를 불태웠죠. 1인 2역이면서도 나이에 따라 성장하는 묘사가 섬세했어요. 현장에 갔을 땐 관식 역인 보검 씨의 눈이 저를 몰입하게 만들었어요. 그 눈이 부담되다가도 다른 걸 까먹게 되는 눈이거든요. 보검 씨의 눈을 보면 몰입에 큰 도움이 됐죠."

아이유에게 '폭싹 속았수다'는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우는 신이 하루에 몰려 있을 때는 마음만큼 눈물이 콸콸 쏟아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아이유는 연기하는 내내 애환과 사랑이 뒤섞인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가장 기억이 나는 건 애순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소풍이었지'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에서 '귀로'라는 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이 곡을 쓰실 생각을 하셨을까 싶었어요. 그 장면에서 가장 많이 울었죠. 그리고 아빠인 관식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금명에게 '애순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도 현장에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박해준 선배님의 마르신 모습이 감정이입이 많이 됐고요. 실제로 선배님이 살을 많이 빼서 찍었는데 며칠 전까지는 건장하게 있다가 이틀 만에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살을 쫙 빼서 오시고는 했어요. 그 모습에 눈물이 뚝뚝 나더라고요."

'폭싹 속았수다'에서 보여준 아이유의 섬세한 연기는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실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평소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피드백을 주던 어머니조차 이번 작품만큼은 깊은 몰입감으로 작품을 감상했다는 전언이다.

"엄마께서는 늘 제가 음악이나 드라마 작업을 하면 상세한 피드백을 주시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말이 없으셨어요. 그냥 시청자로서 드라마에 홀딱 빠져 즐기고 계셨더라고요. 네 번 정주행했는데 봐도 봐도 재미있으셨대요. 절친들도 재미있게 보셨다며 다양한 반응을 보내주고 계세요."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사진=넷플릭스

아이유에게 이번 작품은 화려한 변신이나 눈에 띄는 도약보다는 조용하고 단단한 성실함으로 쌓아 올린 시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촬영장에선 언제나 후회 없이 임하고자 했던 시간들이 쌓여 단단한 내면을 완성했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좀 모호한 것 같아요. 성장과 퇴보의 기준을 잘 모르겠거든요. 다음 작품의 결과물이 안 좋으면 퇴보가 되는 건가 싶은 거죠. 그냥 좋게 봐주셨나 보다 싶어요.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작품을 찍은 건 처음인데 꾸준히 성실하려고 했죠. 작품 안에서도 성실함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나오잖아요. 나도 매일 촬영장에 갈 때 성실하게 준비하고 후련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의미의 성장이라면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애순을 연기한 아이유에게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연기 경험을 넘어, 스스로의 성격마저 바꾸게 만든 인생작이었다. 김원석 감독이 '폭싹 속았수다'를 "조부모, 부모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면, 아이유는 이 작품을 "다음 세대를 위한 다리이자, 새봄이 세대가 반드시 봐야 할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세대의 분들이 이 작품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죠.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다 보니 무거운 주제일 수 있어서 시청을 주저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광례에서 애순, 또 금명에서 새봄으로 이어지며 어머니에게서 딸로 또 그의 딸로 삶이 이어집니다. 우리 드라마 자체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자 하는 구조잖아요. 그렇다면 금명의 딸 새봄의 세대에는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겠죠. 그래서 새봄의 세대들에게 이 작품을 꼭 추천해 주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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