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동원 총장 “AI와 인간 지성 융합… 인류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다”

표태준 기자 2025. 2. 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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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120주년 인터뷰
지난 18일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은 고려대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인간 지성을 융합한 인재를 기르겠다는 ‘넥스트 인텔리전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김 총장 오른쪽 흉상은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해 고려대의 기반을 닦은 인촌 김성수 선생./박성원 기자

“올해는 대학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로 급변하는 미래 시대를 향해 ‘퀀텀 점프(비약적 도약)’할 시기입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지난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딥시크 충격의 한가운데서 과학기술의 첨병인 대학이 수세적인 자세로 있으면 직무 유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190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 사립 고등교육 기관인 보성전문학교를 잇는 고려대가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았다. 법률학과 이재학(理財學) 두 전문과로 시작한 학교는 한국 최초로 경영학 교육을 시작하며 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등 근현대사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고려대는 120주년 슬로건으로 ‘넥스트 인텔리전스(Next Intelligence)’를 내걸었다. 김 총장은 “고려대가 AI와 인간 지성을 융합한 인재를 길러내 한국의 차세대 ‘거대 지능망’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라며 “기술 발전이 초래한 양극화, 기후변화 등 인류 난제 해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변화는 지난 20일 출범한 ‘AI 컴퓨팅 센터’로 시작됐다. 센터는 AI 연구의 핵심 인프라인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 14대를 갖추고 있어 연구자들이 AI 관련 다양한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는 앞으로 10년간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센터를 국내 대학 최대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취임 2년을 맞는 김 총장은 “고려대는 새 시대로 퀀텀 점프할 준비를 마쳤다”며 “‘민족 대학’에서 이제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류 공헌 대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퀀텀 점프’를 준비하는 이유는.

“올 초에만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 ‘양자 컴퓨터 열풍’ 등 인류사를 뒤흔들 기술이 구체화하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노(勞)든 사(使)든 기술 진보를 막거나 등한시한 측은 모두 쓴맛을 봐야 했다.(김 총장은 경영학 교수로 노동과 기술의 관계가 주 연구 분야다.) 대학은 기술 발전과 함께 찾아온 양극화, 기후변화 같은 난제에 답할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변해야 한다.”

-AI 시대 학생 교육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2년 전 취임 직후 국내 대학 최초로 ‘AI 활용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턴 모든 학생에게 AI 과목을 필수로 듣게 하고 있다. 어떤 전공이든 고려대 학생이면 ‘AI 기본 소양’은 갖췄다고 보면 된다. 올해 정보대학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신입생 102명을 뽑았다. 고려대가 한국 AI 기술력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자부한다.”

-인류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는데.

“고려대는 1905년 나라가 일본에 빼앗기는 과정을 본 대한제국 대신 이용익 선생이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한다’는 ‘교육 구국(救國)’을 위해 보성전문학교를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학교 경영을 맡은 손병희 선생과 교수와 학생이 함께 3·1 운동을 주도하는 등 항일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면서 민족 사학의 역할을 다해 왔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은 고려대의 역할도 도약해야 한다.국가와 민족에 공헌하는 대학을 넘어 인류 미래에 공헌하는 대학이 되고자 세운 화두가 바로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말 ’2025~2034년 지속 가능 전략 계획’을 수립했다. 양극화, 기후변화, 환경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전략이다. 고려대와 같은 해 개교한 중국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와 함께 ‘S3 지속 가능성 포럼’을 열었고, 올해와내년에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7월 전 세계 30여 대학 연구진이 고려대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인류 난제는 한 대학, 한 교수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적 연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장을 고려대가 마련한 것이다.”

-AI 연구와 인류 난제 해결에는 재정이 많이 필요한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학교 재정이 심하게 악화했다. 기부금 모금, 외국인 유학생 유치, 예산 제도 개편으로 2년 만에 적자를 모두 해소했다. 대학 총장의 핵심 역할은 기부금 모금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후 기부금 모금을 위해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녔다. 모금액이 2022년 452억원에서 2023년 1550억원(약정 기준)이 돼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작년에도 기부금 1000억원 약정을 받았다.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다.”

-기부금을 늘린 비결은.

“기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이다. 역대 기부 이력, 기부자의 관심 사안과 현재 경제 상황 등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고, 기부자와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윈윈 설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작년 익명을 요청한 AI 관련 첨단 기업에서 기금 교수 채용과 AI 등 연구를 전제로 300억원을 기부받을 수 있었다. 120주년을 맞이해 동문들이 기금을 쾌척한 덕도 크다.”

대학서 가상현실 테스트 - 고려대 한 학생이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고려대

-연구 실적이 좋아진 비결은.

“2022년 대비 지난해 고려대의 논문 발표 수가 13.8%, 논문 피인용 수는 44.2% 증가했다. 탄탄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한 덕분이다. 미국 예일대와 함께 연례 학술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제 네트워크를 쌓았다. 작년 ‘QS 세계 대학 평가’ 순위가 전년도보다 12단계 오른 67위를 기록했다. 5년 내 30위권에 진입할 것이다. 또 10년 안에 고려대 교우와 교수 가운데 노벨상, 필즈상, 튜링상 수상자가 배출되도록 지원하는 ‘KU-노벨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외무고시,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각종 시험 합격자가 많이 늘었는데.

“취임 직후 ‘국가고시 지원 위원회’를 만들어 고시반의 학습 환경 개선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각 고시반에 주임 교수를 임명해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고려대 졸업생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작년 한 PR 기업에서 ‘고려대’ 이미지 컨설팅을 받았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떠올리는 주요 단어가 ‘투박’ ‘우직’ ‘의리’라고 하더라. 세련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들이 미래 인재의 핵심 가치라고 본다. AI 시대 개개인이 홀로 쌓은 지식 역량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남과 협업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이타주의 등 ‘고대 정신’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김동원 총장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 위스콘신대에서 노사관계학(석박사)을 전공했다. 미 뉴욕주립대 경영대 교수, 고려대 총무처장·기획예산처장·노동대학원장·경영대학장 등을 거쳐 2023년 3월 고려대 총장에 취임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규제개혁위 민간위원과 한국인 최초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 등을 지냈다.

☞고려대 120년

고려대는 1905년 대한제국 대신 이용익이 ‘교육 구국(救國)’을 건학 이념으로 고종 황제 하사금을 받아 설립한 보성전문학교가 전신이다. 보성전문학교는 이용익 선생의 망명 후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 선생이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재정난을 겪었다. 1932년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이 학교를 인수해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새 교사를 지으며 현재 고려대 기반을 닦았다. 3·1 운동과 4·19 혁명 등 현대사 굵직한 사건마다 고려대 교수와 학생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71년 우석대와 합병해 의대와 부속 병원을 확보했고, 1980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현 세종시)에 세종 캠퍼스를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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