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인터뷰+]

김예랑 2025. 2.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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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으로 돌아온 하정우
"부글부글 끓는 분노, 에너지 느껴져"
"경락 포기, 90kg 육박…자연인으로 촬영"
하정우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형식, 배경, 시대로 바뀌느냐에 따라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드라마 자체는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애견인들이 많으니 강아지를 위해 복수하는 이야기는 새롭겠죠. 제가 '브로큰'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감독이 인물을 바라보는 태도였습니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큰'(김진황 감독)에 대해 하정우는 이같이 소개했다.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작품으로 하정우의 거침없는 액션과 날것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언론시사회 이후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평가에 대해 하정우는 "이 영화는 김진황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하다"며 "민태를 통해 김 감독이 해소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느껴졌고, 그 지점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태가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인물들과 의사소통할 때 도가 지나친 부분들이 있어요. 굉장히 거친 느낌이죠.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고 젠틀한 느낌 뒤에 부글부글 끓는 분노, 날 것 같은, 용암이 끓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민태가 동생의 죽음이란 명목 아래 하는 행동에서 감독의 시선 자체가 흥미로웠죠. 최근 몇 년간 제가 해왔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봤기도 하고요."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하정우는 조직에서 손을 털고 나와 노가다(막일)를 전전하는 민태를 연기하기 위해 90kg 가까이 몸을 불렸다. 그의 대표작 '황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그는 "'브로큰' 촬영을 하면서 경락도 받지 않고 자연인으로 살았다"며 "몸무게도 평상시와 달라서 다른 몸놀림을 느꼈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주어진 만큼, 느끼는 만큼 꾸미지 말자는 것이 첫 번째 마음가짐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억누르는 모습은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작들에선 영화의 흐름에 의해 재단된 캐릭터라면, 민태는 아무런 것도 없었어요. 미용실 신이 크랭크인하고 첫 컷이었는데 민태가 문을 열고 일어나 미용실 세면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죠.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의식하지 않고 심플한 지문에 디렉션을 안고 연기했어요."

하정우는 그간 신인 감독과 만나면 남다른 시너지를 뿜어내 왔다. 일각에선 '신인 감독 컬렉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홍진('추격자'), 김병우 ('더 테러 라이브'), 윤종빈 ('용서받지 못한 자'), 김성한 ('하이재킹'), 김광빈('클로젯') 감독 등이 있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 때 신인 감독이었는데 저랑 김윤석 형을 앉혀 놓고 '두 분은 이 작품을 통해 유명한 배우가 되실 거예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요. 너무나 자신 있게 이야기해서 놀랐죠. 윤종빈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봐왔어요. 함께 한 신인 감독들이 비슷한 부분은 자기 확신이 확실한 사람들이란 거죠. 산으로 가든, 들로 가든 끝까지 설득하고 이끄는 사람이에요. 김진황 감독도 마찬가지였어요. 영화 '양치기'(2016)를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호프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에너지가 느껴졌죠."

하정우 /사진=바른손이앤에이


하정우 역시 4편째 연출작을 준비 중인 감독이기도 하다. '로비' 후반 작업 중이며 최근 '윗집 사람들'을 크랭크인했다. "배우와 감독을 둘 다 해보고 느낀 점은 감독에게 질문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기분 나쁜 표정은 짓지 말아야 해요. 콜 타임도 칼 같이 지켜야 하고요. 주연배우일수록 감독을 옆에서 많이 지켜줘야 합니다. 제작을 시작하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주연 배우가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도 옆에서 잘 서포트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시나리오를 받으면 일주일 안으로 답을 빨리해줘야 합니다."

화가로도 활동 중인 하정우에게 '열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을 물어보자 "미혼이라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모든 게 미혼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동생이 육아하는 것을 보면 장난 아니구나 싶더라.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우인이 짐만 트렁크 2개를 들고 와서 세팅하더라. 낮잠 시간도 있고 밥도 먹여야 하고, 울기 때문에 온종일 보는 제가 지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정우는 최근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활발히 게시물을 올리거나 별명을 요청하는 팬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반년째다. 꾸미고 멋진 사진보다 이상한 사진에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팬들과 소통을 위해서라고 했다. 현재 25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그는 "더 빨리 늘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디더라"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기상천외한 댓글을 보면서 흥미롭고 재미를 느꼈다.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자체가 좋다. '진작 할걸'이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연예인들의 SNS 논란에 대해서도 "어쩌면 나도 SNS를 안 해왔던 이유"라며 "그래서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올릴 때도 신중히 하려 한다. 보는 사람, 댓글 단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며 적당한 선은 잘 지키며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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