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주원의 아우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느 위기에도, 유혹에도 선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늘 선한 마음으로 주변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경외감이 드는 이유다. 배우 주원도 마찬가지다. 그 선한 아우라로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대중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주원이다.
4일 개봉되는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주원은 극 중 신입 소방관 철웅을 연기했다.
주원이 ‘소방관’이 된 이유는 곽경택 감독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곽경택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자란 주원에게 ‘소방관’은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작품이란 점도 주원을 ‘소방관’으로 이끌었다. 주원은 이에 대해 “이 작품으로 인해서 대중 분들이 이런 사건에 대해 알고, 그걸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굿닥터’를 했던 이유도 소아외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했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을 알아나가는 시간은 주원에게 충격의 연속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실제로 소방관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됐을 때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주원은 “촬영할 때에는 안전을 대비해서 몸에 뭘 바르고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뜨거웠다. 그런데 소방관 분들은 그 현장에 매일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어느 것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소방관들의 희생과 직업정신 앞에서 무너졌다는 주원이다. 주원은 “저는 사실 제가 뭘 하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소방관은 못할 것 같다. 직업인데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지 않나. 그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일을 한다는 점에서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그 충격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것, 주원이 철웅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주원은 “이 영화는 기교가 안 어울리는 영화 중 하나다. 리얼함이 잘 전달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철웅은 주원의 진심을 담기에 아주 좋은 캐릭터였다. 철웅은 신입 소방관으로, 첫 현장에서 불에 대한 트라우마를 얻고 성장통을 겪은 뒤 진정한 소방관으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이에 대해 주원은 “제가 생각하는 철웅은 정말 제가 당장 내일 소방관이 된다고 했을 때의 모습이다”라면서 “철웅이는 용태(김민재)의 권유로 소방관이 되지만 소방관으로서 자질이 아직 부족한 인물이다. 그래서 진섭(곽도원)에게 ‘왜 우리가 그렇게 위험한 곳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 하나’라고 따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했다.
철웅에 깊이 몰입한 주원은 정말로 생생하게 그 감정들을 스크린에 담아냈고, 그걸 보는 우리는 소방관의 현실과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원은 “소방관으로 오래 일하신 분들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안 하고 화재 현장에 ‘그냥’ 들어가신다더라. 철웅은 그런 생각을 아직 못하는 인물이다. 소방관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철웅이처럼 시작해서 점차 사명감이 생기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나간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가 철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소방관’을 촬영하는 내내 주원은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자료를 들여다보며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소방관들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허투루 연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특히 주원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이란 대사를 늘 마음 한편에 품고 있었다. 주원은 이에 대해 “이 자격은 제가 봤을 때 소방관 분들에게 딱 맞는 자격인 것 같다. 촬영하면서 느꼈지만 소방관 같은 직업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은 정말 소방관 분들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 그 중요한 키워드를 내내 되새기며 철웅을 만들어갔던 주원은 주원은 마지막 장례식장 장면 촬영을 두고 여러 고민을 했다. 해당 장면은 철웅이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선배 소방관들에게 훌륭한 소방관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히며 어느새 어엿한 소방관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감정의 톤을 어느 정도로 잡고 연기해야 할지 곽경택 감독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이에 곽경택 감독은 철웅이 울지 않고 소방관으로서의 결의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단다.
주원은 이에 대해 “감정을 꾹꾹 참는 느낌으로 장례식장 장면을 촬영했다. 그게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보고 나서는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웅이의 의지를 표현하는 장면으로 완성된 게 나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촬영을 끝내고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한 작품이 아니기에 주원은 ‘소방관’ 개봉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소방관’을 보고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럼에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용기와 희생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철웅이 신입 소방관에서 진정한 소방관으로 거듭났던 것처럼, 주원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된 적도 있었고, 그래서 삐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늘 생각뿐이었고, 어떤 우여곡절에도 함께 하는 현장에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아우르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갔다.
그 시간들을 쌓아온 끝에 주원은 ‘선한’ 마음과 생각들이 옳았음을 증명해 냈다.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직업인 만큼 함께 작업하는 동안에는 행복한 현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주연 배우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주원이다. 결국 그 선한 마음이 지금의 주원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주연 배우로서 자신 만의 길을 걷고 있는 주원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다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인생작이자 데뷔 초반작인 ‘제빵왕 김탁구’ 이후로 악역을 해본 적 없다며 언젠가는 악역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고스트스튜디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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