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연의 ‘동적인 평균’, 발칙함과 부끄러움 사이[★인명대사전]

하경헌 기자 2024. 4.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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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장도연. 사진 CJ ENM



개그우먼 장도연은 스스로에 대해 ‘슈퍼 노멀(SUPER NORMAL) 개그우먼’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워낙 다양한 개성이 존재하고, 실제 튀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는 개그계에서 그가 가진 독특함은 다른 이에 비하면 쉬이 묻히기 쉬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KBS 공채 22기 개그우먼으로 데뷔 17년이 넘어선 지금의 시점에서 그만큼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새롭게 론칭하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든 장도연이라는 MC를 그림에 안 넣어본 PD와 작가는 없으며, 실제 다채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그는 현재 MBC ‘라디오스타’의 고정 MC로 활약 중이며 JTBC ‘배우반상회’에도 출연 중이다. 이는 스튜디오 토크형 프로그램이며, JTBC ‘걸스 온 파이어’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장도연은 이를 통해 쇼 오디션 형식에 최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 출연한 개그우먼 장도연. 사진 MBC



그리고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2020년 이후 4년째 ‘스토리텔러’로 활약 중이며, 김태호 사단으로 불리는 TEO의 유튜브 채널 토크 프로그램 ‘살롱드립’의 두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다.

기안84를 연예대상으로 밀어 올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그리고 오는 26일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을 방송하는 티빙 예능 ‘여고추리반 3’ 역시 장도연의 무대다. 나열한 것처럼, 그의 무대는 단순 토크 프로그램 뿐 아니라 교양, 쇼 오디션, 야외 예능 등 장르도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지만 그의 바쁨이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그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장도연이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스타일이 ‘평범’한 것이라 그럴 수 있지만, 그 평범을 예능인으로서 중간, 평균의 모양새라고 지칭할 때 이는 ‘정적인 평균’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상황이 나왔다 움츠러드는 ‘동적인 평균’에 가깝다.

개그우먼 장도연. 사진 스포츠경향DB



그는 개그우먼치고는 ‘어색해’ ‘부끄러워’ ‘창피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편이다. 원래부터 개그우먼이 꿈이 아니었고 우연한 아르바이트 기회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신동엽의 안목에 캐스팅된 쪽이라 예능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적은 편이었다.

게다가 타고 난 내향형 이른바 ‘I’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와 인터뷰를 한 경험으로도 대외적 이미지에 비해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대본이 짜인 콩트의 상황이 아니면 그렇게 돌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며, 오히려 조용히 들어주거나 공감해주는 데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그가 움츠러들기만 하는 예능인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저돌적이면서도 발칙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8년 열린 패션지 ‘엘르’의 시상식이었다. 당시 열린 ‘엘르 스타일 어워즈 2018’에서 ‘걸 크러시 상’을 수상했던 장도연은 뒤 순서 수상자들이 도착하지 않아 시간을 많이 써야 했던 상황에서 무대에 올라 3분 정도를 끌었다. 대본이 없는 상황이었고 당사자 역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의 넉살은 수상소감을 ‘레전드’로 남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JTBC ‘걸스 온 파이어’로 오디션 MC로 데뷔한 개그우먼 장도연. 사진 JTBC



그는 이후 2022년 KBS 연예대상에서 ‘개는 훌륭하다’로 인기상을 수상하면서 100초에 소감을 마무리 짓는 센스있는 수상소감으로 끼를 발산했다. 각종 연기를 통해 수줍거나 부끄러워하다가도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박나래와 함께하던 이른바 ‘활력댄스’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도 그의 ‘발칙한’ 이미지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이러한 동적인 평균치에도 대중들이 장도연을 찾는 이유는 그의 편안함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다채로운 면을 갖고 특히 토크 형식에 장점을 보인다. 때로는 출연자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출연자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나서 웃음을 주며 분위기를 이끈다.

특히 ‘걸스 온 파이어’ MC로서 섰을 때는 자신보다 더 긴장한 출연자들을 위해 “이분들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따뜻한 기운을 드리고 싶다”고 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반대편에 앉은 초대손님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스토리텔러 역할을 봐도 그렇다.

2021년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예능인상을 수상한 장도연. 사진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장도연은 그의 말마따나 ‘내향인 가운데서는 가장 활발’하고, ‘외향인 가운데서는 가장 수줍은’ 성격을 갖고 있다. 이렇게 외향과 내향, 리드와 공감, 발칙함과 부끄러움의 경계에 선 그의 ‘슈퍼 노멀’은 단순한 양적인 평균이 아니다.

오랜기간 방송을 통해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겸양의 평균이며, 출연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이끌어내는 배려의 평균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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