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교육청, '현주엽 논란' 휘문고 오늘부터 고강도 감사

이승엽 2024. 4. 1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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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부 파행, 재단 비리 등 일주일 감사
1대 1 현장조사, 감독 급여 잡음도 대상
교회와 조건부 기부약정 논란도 불거져
현주엽 휘문고 농구부 감독. MBN 제공

현주엽 휘문고 감독의 농구부 파행운영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15일부터 일주일간 휘문고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한다. 기존 예정된 종합감사를 겸한 이번 감사에서 교육당국은 현 감독을 둘러싼 의혹은 물론, 휘문고와 재단(휘문의숙)을 향해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재단 측이 과거 학교시설인 체육관을 교회 측에 빌려주는 대가로 기부금 수십억 원을 받은 사실까지 뒤늦게 확인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15일부터 일주일간 휘문고 종합감사를 실시한다. 교육당국은 앞서 2월 현 감독이 방송활동 등을 이유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해 특별장학을 진행했고, 조사 결과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정식 감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을 상대로 한 1대 1 질의·응답도 계획하는 등 강도 높은 현장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특별장학을 통해 현 감독이 학교 측과 계약한 주당 40시간의 근무를 채우지 못했으며, 이를 보충하는 방과 후 훈련 기록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감독의 보수 지급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도 중점 감사 대상이다. 휘문고 측은 지난해 11월 3개월 임기를 남겨둔 A감독을 대신해 현 감독을 전임코치로 선임했다. 2명의 감독이 공존한 탓에 인건비는 2배로 늘었고, 학부모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교육청은 학교 측에 지원하는 일부 학교운동부지도자 인건비가 규정과 달리 현 감독이 아닌 A감독에게 지급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 학교운동부 운영매뉴얼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운동부지도자의 인건비와 관련해 학부모 부담 경비가 가중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의무가 있다. 현 감독이 받는 연봉은 약 8,000만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휘문고와 재단이 회계부정 의혹 등으로 교육당국의 감사를 받는 건 처음이 아니다. 김정배 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민원감사에서도 휘문고에 대한 학사개입, '셀프 성과급' 지급, 회계 부적정 처리 등 사유로 6회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시교육청은 "동일한 행태가 반복되면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김 이사장에게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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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임대차 유지 조건 30억 교회 기부받기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휘문고 정문. 이승엽 기자

재단이 과거 B교회에 주말 예배장소 목적으로 체육관을 빌려주면서 30억 원의 '조건부 기부 약정'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2019년 9월 30일 B교회와 휘문 재단의 기부약정서에 따르면, 재단 측은 B교회로부터 2017년 12억 원, 2019년 13억 원, 2022년 5억 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30억 원의 기부금을 받기로 했다. 그 대가로 2017년 1월 23일 휘문고와 B교회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승인하고 성실히 준수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재확인했다.

문제는 임대차계약 준수를 조건으로 기부금을 받은 만큼 사실상 이면계약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학교가 아닌 재단회계로 거액을 기부받아 회계 불투명성도 크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법상 체육관은 학교시설이라 임대 수익은 재단이 아닌 학교로 귀속돼야 한다. 하지만 수익이 재단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온전히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쓰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휘문 재단은 2018년에도 당시 명예이사장 등이 해당 교회로부터 시설사용료 및 기부금 수십억 원을 재단 계좌로 받은 뒤 유용해 내홍을 겪었다. 이후 휘문중 공간 등 임대 시설은 더 늘었지만, 2018년 10월 김 이사장 취임 뒤에도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받는, 불투명한 회계 관행은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학교와 재단 회계를 구분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면서 "학교 수입이 학생들의 고품질 교육에 쓰이도록 교육당국이 철저히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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