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회장 "한미 후계자는 임주현"… 임종윤·종훈 "감정담아 사장직 해임"

강민성 2024. 3. 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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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왼쪽부터 한미약품 임종윤, 임종훈 사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고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을 후계자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공식 지목했다. 송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송영숙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를 이어갈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두 아들인 임종윤·종훈 사장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 나는 아들 둘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지만 매번 그들로부터 거절당했다"며 "그들에게는 '한미를 지키는 일' 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자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아들의 심성과 성격, 그리고 둘의 자금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도 했다.

송 회장은 "장남과 차남은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자본의 속성상 그들은 한미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가족(임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며,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지금도 아들 둘은 나의 이러한 질문과 우려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꼽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두 아들을 지지한 데 대해서는 "(신 회장에)내심 기대했던 것은, 그가 아들 둘을 설득해 분쟁 상황을 종결시키고, 모두 함께 한미그룹 발전을 논의해가는 토대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를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의 이 결정이 임성기의 뜻을 지켜내는 버팀목이 되길 희망한다"며 "한미그룹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주주들께 나의 이 입장과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자신들이 사장직에서 해임된 건에 대해 "가족 간의 불화가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다"며 "오는 28일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를 사장직에서 해임한 것은 사적인 감정을 경영에 반영시킨 것으로 매우 부당한 경영행위"라고 이날 밝혔다.

또 "해임의 사유가 회사 명예 실추라고 하는데, 완전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현 경영진은 선대회장님이 일궈 놓으신 백 년 가업 기업을 다른 기업의 밑에 종속시키는 것이 회사 명예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백히 설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구와라도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와 임직원을 위해 회사를 올바를 방향으로 끌어 나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가족과의 갈등이 매우 가슴 아프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한미약품 그룹과 전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선대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한미약품을 글로벌 파마로 성장시키고 한미약품 그룹의 DNA를 잃지 않는 방안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사우회 투표는 현 경영진의 부당한 영향력 아래서 이뤄진 행위"이라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계열사 대표님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받고 있는 임직원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헤아려져 매우 가슴아프다"며 "저희가 경영권을 다시 잡더라도 이분들에게 개인적인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발표된 의결권 자문사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IR팀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한미그룹과는 달리 저희 쪽에서는 주주 제안의 정당성을 설명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저희는 접촉을 거의 하지 못했거나 접촉하더라도 매우 늦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저희 쪽에 중립적이거나 옹호해 주시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현 회사가 추진하는 이종 결합이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라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해 좀 더 많은 주주분께서 저희 주주 제안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인정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울회계법인을 통해 보도된 중간지주회사의 낮은 가치 평가에 대해 한미 측은 '본 결합거래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형제 측의 자료에 사용된 샘플들은 본 건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박 논리를 내세웠지만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거래가 전례에 없었다는 사실이 그만큼 합리성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얘기"라며 "어떤 대주주가 성과가 좋은 최상위 지주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전락시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국민연금 측의 향후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측에도 마찬가지로 저희 주주제안의 정당성을 설명할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다만, 개인 거래와 회사 거래가 패키지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현 경영진의 컴플라이언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점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번 신주발행이 국민연금 보유 지분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지난 25일에 진행된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솔직히 부끄럽다. 우리나라 최고의 변호인단을 통해 서면과 구두변론으로 주장한 내용이 모두 허구였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신주발행은 회사 경영상 꼭 필요하고 나머지 거래는 별개의 사안이며 상속세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하더니, 이우현 회장은 신주발행과 나머지 구주 매입 및 주식스왑은 패키지 딜이라고 못 박았고 임주현 사장은 이 모든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음을 자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OCI와의 거래로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면 오버행 이슈도 해결된다고 하는데 그럼 경영권 박탈로 소액주주가 된 형제들이 주식을 팔게 된다면 그것은 오버행 이슈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법원에 의해 신주발행이 안될 경우 이 거래를 재고하겠다는 이우현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시총 7조의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하려는 계획과 그것도 법원에 의해 신주발행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포기하겠다는 각오밖에 없는 파트너에게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맡기겠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형제는 "다시 한 번 호소하지만 더 이상 집안싸움으로 선대 회장님과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면 우리는 모든 가족과 신동국 회장님의 힘을 모아 가족 내부의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고 선대회장님의 유지를 이어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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