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봄 코트에 핀 한송이
10년 만에 봄 코트에 한송이 꽃이 피었다. 여자배구 정관장 미들블로커 한송이(40)가 위기에 빠진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정관장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1차전 패배를 설욕한 정관장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면서 승부를 3차전(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으로 끌고 갔다.
정관장은 이날 주전 선수 2명이 뛸 수 없었다. 이소영은 정규시즌 막바지 발목을 다쳤고, 정호영이 1차전에서 무릎 통증을 느껴 교체된 뒤 2차전에서도 결장했다. 고희진 감독은 이소영 자리엔 김세인, 정호영 자리엔 한송이를 투입했다. 두 선수는 고 감독의 기대대로 활약했다.
한송이는 이날 3득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유효블로킹 11개를 잡아 수비 상황에서 반격 기회를 만들었다. 서브, 수비, 2단 연결은 만점에 가까웠다. 정호영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와는 다른 자신만의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에 힘을 실었다. 고희진 감독도 "베테랑이 이래서 필요하다"며 칭찬했다.
한송이는 노란 꽃다발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한송이는 "(부)승관이가 선물해줬다"며 웃었다. 아이돌 세븐틴 멤버인 그는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한송이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음만큼은 안 돼 아쉽다. 솔직히 오래간만에 나가 경기력이 좋진 않았다.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을게 뭔가'를 생각했다. 투지를 불어넣고, 연결 플레이에 더 신경쓰려 했다"고 말했다.
한송이는 20주년을 맞는 V리그 역사의 산증인이다. 여자부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2005시즌부터 19시즌을 모두 뛰었다. 그런 한송이도 포스트시즌 무대는 10년만이다. GS칼텍스 시절인 2013~14시즌 이후 처음이다. 2017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으로 이적한 뒤에도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3위 도로공사와 준PO를 치를 기회가 있었으나, 승점 1점이 모자라 실패했다.
그만큼 포스트시즌에 대한 열망은 강해졌다. 개막을 앞두고 만났던 한송이는 "포스트시즌을 치를 생각에 휴가 계획도 짜지 않았다. 모든 경기를 보며 '내년에는 저 자리에 서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 7일 GS칼텍스를 이겨 정규시즌 3위로 PO행 직행을 확정지은 뒤 눈물도 흘렸다. 한송이는 "PO에가도 눈물이 날 거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전광판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자막을 보니 눈물이 났다"며 "팀원들이 너무 잘 해줘서 고마워 오열했다"며 쑥스러워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뀔 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 한송이의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미들블로커로 바뀌었고, 국가대표 박은진-정호영 듀오가 있어 백업이 됐다. 두 살 터울 언니 한유미는 은퇴해 해설위원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송이는 팀에게 필요한 선수로 코트에 서 있다.
10년 전 한송이는 이소영, 이숙자 코치와 함께 우승했다. 이번 봄에도 최종 목적지는 정상이다. 한송이는 "챔피언이란 목표를 세우고 시즌을 시작했다. 위기가 있을 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모르지만, 늘 한 곳을 보고 있다. 지금처럼 해왔던 것처럼 매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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