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축구-결혼, 안혜경을 만드는 ‘행복의 삼각대’[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3.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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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사진 스튜디오더무로



촬영장비를 거치하는 ‘삼각대’는 세 개의 막대로 서로를 지지한다. 이 균형이 절묘하게 맞으면 그 어떤 장비도 거뜬하다. 비로소 그 삼각대 앞에 선 이는 행복한 경험을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다.

연기와 축구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 이 세 가지는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이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삼각대’와 같다. 우리는 흔히 그를 ‘기상캐스터 출신 연예인’으로 기억하지만, 안혜경은 누구보다 치열한 모습으로 그리고 열심히 이 삼각대를 만들어냈다.

■ 연기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사진 스튜디오더무로



안혜경은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연극 ‘정동진’의 상연을 마쳤다. 그가 속한 극단 ‘웃어’에서 올린 이 공연에서 그는 민영 역을 맡았다. 사랑을 잃고 정동진을 찾은 여러 인물 중 하나로 터프한 본심을 숨기고 있다.

“대사 중 손이 굵어져 반지를 끼지 못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원래는 ‘운동을 해서…’였는데 ‘축구 골키퍼를 해서…’라고 애드리브를 한 적이 있었어요.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출연 때문인지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웃어’는 2006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한 안혜경이 지인들과 만든 극단이다. 10주년 기념 공연이 ‘정동진’이었다. 연극협회 기준 3년 동안 정극 다섯 작품에 출연한 단원 6명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어 조직에 어려움을 겪었다. 돈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였다.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연극 출연장면. 사진 스튜디오더무로



“쓰임을 받아야 하는 처지니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모였어요. 큰 극장보다는 관객의 시선이 마주치는 소극장 공연을 좋아합니다. 연습을 많이 하는 거로도 유명해요. 연출 선생님이 술을 안 드셔서 ‘술을 즐기면 극단을 나가도 된다’고 하실 정도로 엄하시죠. 늘 공연은 떨리지만, 그만큼의 희열도 따라와요.”

■ 축구

강릉대 재학시절 홍보모델 경험을 통해 KBS에 리포터로 들어갔던 안혜경은 방송의 재미를 느끼고 아나운서를 꿈꿨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부터 시작한 기상캐스터 업무에서 그는 ‘톡톡 튀는’ 모습으로 재능을 드러냈다. 리포팅 중에 우산을 쓰고, 스카프를 매는 등 날씨를 ‘시각화’하기 위해 애썼다.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장면. 사진 SBS



“회사를 그만둔 시점이 연기에 재미를 느낀 시점과 비슷한 것 같았어요. 당시 유명세를 타서 카메오 연기도 많이 했었는데 결국에는 기상캐스터로서 오래 나올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어느 순간 들었죠. 가장 좋은 시점에 나왔다는 느낌이에요.”

연기에도 재미를 느꼈지만, 분명히 벽은 존재했다. ‘바람불어 좋은 날’ ‘아름다운 그대에게’ ‘학교 2013’ 등에 나섰지만 2015년 이후 캐스팅이 안 돼 우울감도 느꼈다. 그러던 2019년 그를 구원한 건 ‘불타는 청춘’이었다.

“사실 구본승 오빠, 강경헌 언니, 신효범 언니 등 다 제 스타들이셨는데 거기에 낄 수 있을지 의문이 났었어요. 분명 걱정도 있었지만 ‘이래저래서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나갔던 생각이 나요. 하지만 결국 언니, 오빠들과 이야기하면서 왜 그분들이 건재할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됐죠.”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사진 스튜디오더무로



경기도 양평 편에서 ‘불타는 청춘’ 멤버들이 우연히 찼던 공, 이것이 ‘골때녀’가 되고 ‘불나방’의 시초가 될지는 스스로도 몰랐다. 그는 결국 ‘골때녀’의 창단 멤버로 4년째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도 운동에 매달릴 정도로 ‘축구’는 그에게서 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정말 못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습에 매달리게 돼요. 일주일에 아홉 번 연습한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 결혼

그는 지난해 9월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인 송요훈 감독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빈센조’ 촬영감독 출신으로 송중기의 결혼식 사회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혜경은 털털해 보이는 겉과 달리 바빠야 의미가 있고,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 느껴야 안정을 찾는다. 그래서 일이 없으면 초조하고 쉬는 일을 버티기 힘들었다. 결혼은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줬다.

배우 겸 방송인 안혜경 봉사활동 장면. 사진 스튜디오더무로



“편안해졌어요. 마음이 편해졌죠. ‘불타는 청춘’을 하면서 왜 이렇게 결혼들을 안 하실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진짜 내 편이 생긴 느낌이 이런 거구나 느껴요. 가족, 매니저 물론 다 제 편이지만 늘 곁에 있는 든든한 내 편이요. 강아지랑 고양이도 좋아했지만, 더 큰(웃음) 저와 잘 맞는 제 편이 생겼어요.”

남편의 직업인 촬영을 위해서는 안정된 ‘삼각대’의 존재가 필수다. 연기와 축구, 그리고 안정된 가정은 안혜경이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프레임의 삼각대 역할을 해준다. 곧 드라마도 들어가고 ‘골때녀’ 촬영에도 매진한다. 한 번도 안 해본 라디오 DJ에 도전하고 싶다며 그는 다시 눈을 빛낸다.

“늘 그 자리에서 꾸준하게 노력하려고 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늘 쉬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일게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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