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때문에 혼동이 올것" 김태형도 난색, 아직 현장 목소리는 차갑다

윤욱재 기자 2024. 3.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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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롯데 감독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사직, 윤욱재 기자]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피치클락, 수비 시프트 제한, 그리고 베이스 크기 확대까지. KBO 리그 시범경기가 개막하자마자 '핫이슈'로 떠올랐다.

KBO 리그는 지난 9일 이천 베어스필드, 수원 KT위즈파크,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부산 사직구장, 창원NC파크 등 5개 구장에서 시범경기가 일제히 개막했다.

올해 KBO는 ABS,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피치클락은 우선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추후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우선 ABS는 일명 '로봇심판'이라 불리는 제도다. 그동안 심판이 직접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했다면 이제는 ABS의 트래킹 결과로 대체된다. KBO는 "ABS의 도입은 개선이 요구됐던 판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이다. 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 ABS 시범 운영을 거쳐 기술적 안정성을 높여왔다. 이후 구단 운영팀장 회의, 감독 간담회, 자문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24시즌 도입을 최종 결정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타자들의 키 차이를 고려해 세밀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KBO는 "ABS가 판단하는 S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 확대 적용한 총 47.18cm로, 중간면에서 1번 판정한다. 이는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ABS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정성'이다. KBO는 "ABS 도입으로 양 구단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지며, 정확성은 ABS 도입 이전 주심의 91% 수준에서 95~96% 이상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KBO는 피치클락 제도도 시범 운영을 하기로 했다. 투수는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안에 투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볼로 처리한다. 타자는 피치클락 내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지켜지지 않을 경우 스트라이크가 부여된다.

이에 대해 KBO는 "불필요한 경기 지연 감소를 위해 도입된 피치클락은 전반기 시범운영 되며, 위반에 따른 제재 보다는 선수단의 적응과 원활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라면서 "또한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수가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등 주자가 있을 때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부과되는 ‘투수판 이탈’이 타석당 세 차례까지 제약없이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물론 피치클락 제도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KBO 리그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위반 시 볼·스트라이크 제재 대신 구두 경고만 부여되며, 투수판 이탈 제한 규정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위반에 따른 제재 적용 여부와 시점은 전반기 운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위반에 따른 제재를 포함해 피치클락 규정이 전면 적용된다"라는 것이 KBO의 설명.

▲ 롯데 나균안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직구장 외야에 설치된 피치클락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 블로킹 수비에 성공한 롯데 유강남 ⓒ롯데 자이언츠

과연 현장에서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태형 롯데 감독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전날(9일) 시범경기를 통해 ABS, 피치클락, 수비 시프트 제한 등 새로운 제도와 마주한 것에 대해 "ABS가 중간마다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라면서도 "피치클락은 조금 빠른 것 같다. 선수들이 경고를 많이 받았다. 물론 준비를 빨리 해야겠지만 혼동이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KBO 리그의 흥행을 위해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필요하겠지만 한꺼번에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뜩이나 시범경기 일정도 짧은데 정규시즌에서도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문제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시간을 줄이려고 야구 자체를 많이 바꾸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불필요한 것은 조금씩 줄여야 한다.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줄이겠나"라고 피치클락 제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했다. 전날에는 "견제 횟수를 줄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ABS에 대해 "생각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다소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것이라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 선수들 스스로가 느껴야 할 것"이라면서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사실 선수들이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치중해야 하는데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직접 경기를 뛴 선수의 입장은 어땠을까. 전날 경기를 직접 뛰었던 롯데 포수 유강남은 "생각보다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면서 "사실 5개 구장에 열린 하이라이트 장면을 다봤다. 그런데 어떤 경기는 볼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로 들어오기도 하더라. 내가 공을 받을 때는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을만 한데 볼이 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만약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미세하게 다르면 이에 따른 혼란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지금 KBO 리그에는 대변혁의 시기가 온 것은 맞다. 그런데 시범경기 첫 날부터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2주도 안 남은 상황. 시범경기를 통해 새로운 제도들의 문제점을 발견한다면 이를 보완하는 작업 또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직 현장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이날 사직구장에서는 롯데와 SSG의 시범경기가 열린다. 롯데는 전날 SSG에 6-1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범경기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롯데는 우완투수 이인복을 선발투수로 내세우고 박승욱(유격수)-고승민(우익수)-빅터 레이예스(중견수)-전준우(지명타자)-한동희(3루수)-정훈(1루수)-최항(2루수)-강태율(포수)-황성빈(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전날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을 꾸린 것과 다른 모습.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도 나가야 한다"라면서 "어제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첫 경기였는데 팬들도 많이 오셨고 시범경기를 떠나서 경기를 잡으려고 총동원했다"라고 밝혔다. 전날 사직구장에서는 시범경기임에도 9483명의 관중이 몰렸다.

한편 SSG는 최지훈(중견수)-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최정(3루수)-한유섬(우익수)-고명준(1루수)-박성한(유격수)-전의산(지명타자)-안상현(2루수)-조형우(포수)와 선발투수 박종훈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로써 '형제 대결'이 성사됐다. 최정-최항 형제는 지난 해까지 SSG에서 한솥밥을 먹었으나 올해는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최항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처음이다.

▲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태형 롯데 감독 ⓒ연합뉴스
▲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선임된 이숭용 SSG 감독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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