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작' 박예영이 연기를 짝사랑이라 생각하는 이유

황소영 기자 2024. 3. 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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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영,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배우 박예영(34)이 데뷔 첫 사극을 완주했다.

2013년 영화 '월동준비'로 데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구경이' '안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거쳐 tvN 주말극 '세작, 매혹된 자들' 동상궁과 만났다. 차근차근 단편 영화부터 밟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현재는 소속사가 있지만 회사 없이 홀로 스케줄을 조율하고 소화하던 시간이 길었던 그녀. "연기를 대할 때 짝사랑처럼 거리를 두는 편이다. 연기를 (대할 때) 다음 생이 없는 것처럼 대하면 내 삶이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라며 지금까지 배우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종영 소감은.

"치열하게 찍었는데 우리의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 안심하고 있다. 부모님이나 부모님 친구들, 친구의 부모님들이 보고 연휴 전후로 연락 많이 왔다. 할머니를 뵈러 갔었는데 ('세작'을) 재밌어해서 뿌듯함을 느꼈다."

-첫 사극이었다.

"애드리브가 전무했다. 아무리 픽션 사극이라고 해도 고증 같은 것도 있고 이인의 약점을 쥐고 관계가 형성되는 관계니까 제삼자가 함께할 땐 지밀상궁에 맞게 행동하고자 했다. 그리고 처음에 사극 분장이 처음이다 보니 하늘을 보려고 하면 머리가 옷에 걸리고 걸어갈 때 치마가 밟히고 그랬는데 점점 요령이 생기더라. 그런 게 재밌었다."

-동상궁을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특히 4회까지는 대사가 없다 보니 정보가 부족했다. 테스트 촬영할 때 작가님한테 '혹시 동상궁에게 키워드를 던져준다면 뭘 던져주겠냐?'라고 질문했더니 '순애보'라고 답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순애보라고 해서 그 방향으로 잡고 연기했다. 행동 하나하나가 임팩트 있게 나오니 그 밸런스에 중점을 맞추고자 했다. 기댈 곳은 작가님의 키워드뿐이었다.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임팩트가 셌다. 촬영하러 가는 날엔 배우들과 감독님을 믿고 촬영했다. 동상궁은 이인에 의해, 이인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해 안 가는 행동들도 다 이유가 있었다."

-미움을 많이 받을까 걱정하지는 않았나.

"작가님이 '동상궁 욕 많이 먹을 거라 힘들 수 있다'라고 했는데 캐릭터 때문에 욕먹는 건 괜찮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동상궁에게 연민이 생긴다고 했을 때 약간 안심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희수가 동상궁에게 '나는 마마님과 이인의 총애를 두고 겨를 수 없다'라고 하는데 '당연히 넌 그렇겠지, 넌 사랑받으니까 난 아니야'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가슴에 남더라. 사무치더라. 동상궁은 할 수 있는 걸 다 하지 않았나. 결국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희수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질투만 났다면 동네방네 얘기했을 것 같은데 끝까지 얘기하지 않았다. 이인에게 해가 가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도 찰나에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은 초심을 찾고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엔딩에 만족했나.

"엔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걸로 아는데 난 만족했다. 동상궁에겐 연지를 바르고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자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도망가서도 살 수 없고, 산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만큼 이인에게 욕심이 생긴 이후이지 않나."
박예영,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배우 조정석, 신세경과의 호흡은.

"정석 선배와는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 '뺑반' 때 만났었는데 신이 달라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 서로의 존재만 알다가 이번에 호흡을 처음 맞춘 것이다. 여전히 편하고 좋은 분이다. 조금 곤란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대화하며 찾아간 것도 많다. 편안하게 배려를 많이 해 줬다. (신) 세경 배우와는 싸우는 장면 두 신이 전부였다. 서로 아쉽다고 하고 그랬다."

-왕대비 역할의 장영남과 자주 만나지 않았나.

"선배님은 정말 편안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탑재하고 있는 분이다. 긴장감 없이 앉아서 있다가 돌연 싸우고, 서로 저주하다가 방긋 웃고 그랬다. 진짜 편하게 했다."

-지난 11년의 시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실 '세작' 전까지는 회사 없이 혼자 하는 시간이 길었다. 혼자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그랬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지난 시간들이 아주 좋은 양분이 된 것 같다.
난 연기를 대할 때 짝사랑처럼 거리를 두는 편이다. 연기를 다음 생이 없을 것처럼 대하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좋은 선택을 두고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최대한 삶과 연기를 나누려고 했다. 단편 영화부터 오래 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떨어뜨려놓으면 이 작품이 되지 않아도 내 삶이 망하지 않는다가 됐고, 좋은 게 올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하지 않아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디션을 가볍게 대한 적은 없는데 볼 때 최선을 다하고 문 닫고 나오면 잊어버린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지 않나. 그 작품이 될까 안 될까 고민하기 전에 다른 걸 찾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한다고 해도 힘들 때가 있었을 것 같다.

"독립 영화라고 해서 찍을 때 늘 화기애애한 건 아니다. 더 간절할 때가 있다. 근데 상업 색깔이 있는 작품을 하게 되면서 내가 회사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 배우다 보니 날 선택하는데 따른 많은 설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적어도 날 선택해 준 감독님들을 창피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나 혼자 즐겁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내게 주어지는 기회들이 당연하지 않고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세작'도 내게 그랬던 것 같다."

-박세영이란 배우를 알린 작품으로 '안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안나'를 찍을 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찍었는데 21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 후보로 올랐다고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고 참석 여부를 묻기도 전에 간다고 했다. 후보로 가는 것만으로 설레고 좋았다. 감독님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시상식인데 '감독님들이 날 어떻게 알지?' 그랬다. 가서 긴장도 많이 했는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었다."

-평소 쉴 때 무엇을 하나.

"'세작' 전까지는 쉴 틈이 없었다. 1년에 두 작품씩 했다. 회사가 없어 홀로 일정 조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쉴 땐 주로 집에 박혀 있었다. '세작'이 끝난 다음에 여유가 주어졌는데 최근에 스노보드를 타면서 혼자 찾아가는 시간이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것을 찾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연기할 때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싶기도 하다. 걷다가 발목이 삐었다. 억울하게 못 타고 있지만 보드를 탈 때 설산도 보이고 노을도 예쁘더라. 여유가 너무 좋았다. 겨울이 지나서 이제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 배드민턴도 좋을 것 같아서 도전을 해 볼 생각이다."
박예영, 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늘 똑같은 걸 소원으로 빈다. 건강하게 소소한 행복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소원을 빌곤 하는데 그게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뭘 해야 할지 헷갈릴 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라는 말이 큰 줄기이기도 한데 '요즘은 부끄러우면 어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다들 실수도 하고 그러지 않나. 엄마가 내게 자주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점이 선이 된다'는 말이다. 점을 잘 찍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도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나.

"남동생 하나가 있다. 5살 차이가 나다 보니 내가 제2의 엄마 같다. 고민 상담을 많이 하는데 내가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날 응원하는데 정작 친구들에겐 누나 얘기를 안 했더라. 어쩌다가 건너 건너 아는 분에게 얘기해 당황한 것 같은데 민폐가 되기 싫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가족들도 늘 건강한 선택을 하길 바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고맙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난 노잼 인간이다. 친구들도 결이 비슷해서 아무리 친해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다. 집에 있는 게 최근까지 좋다.(웃음) 지금의 인생이 불행한 건 아니지만 E(MBTI) 성향의 에너지가 궁금하긴 하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될 때가 되면 하겠지 생각하고 있다. 비혼은 아니다."

-'세작'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배운 게 정말 많았던 작품이다. 독립 영화는 주연으로서 만드는 틀을 함께했다면, 여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어떻게 놀지 고민했던 작품이다. 감독님과 배우들을 믿고 했을 때 조각이 이렇게 맞춰지는구나 확실하게 느낀 작품이다. 다음 작품을 찍을 때 상호 믿음에 대한 신뢰가 더 생길 것 같다."

-2024년 계획은.

"올해도 늘 똑같을 것 같다. 재밌는 걸 찾아보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작품 하나 하고 싶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독립 영화에서 했던 도전들을 상업 작품에서도 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 역할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걸) 해내는 배우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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