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로 인생 첫 제작 김윤진 “연출도 하라고? 백발될 것”[SS인터뷰]

함상범 2024. 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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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사진 | CJENM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원조 월드스타’ 배우 김윤진이 처음으로 제작에 발을 들여놓았다.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도그데이즈’가 김윤진의 첫 제작물이다.

4년 전 비행기 안에서 본 할리우드 영화 ‘도그데이즈’의 잔상이 깊어 직접 판권을 산 작품이다. 모든 제작 업무를 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윤제균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JK필름과 협업했다. 크레딧에는 출연 겸 공동 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느낀 김윤진이 선택한 ‘도그데이즈’는 반려견과 얽힌 여러 군상을 통해 인간과 반려견이 공유하는 감성을 전하는 이야기다. 인간이나 견공이나 우울함과 상실감, 아픔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여러 레이어를 통해 은은하게 전한다.

김윤진. 사진 | CJENM


김윤진은 “국내에 1500만 반려인이 있다. 교훈적이지 않은 범위에서 ‘반려인이 알고 있고 느끼는 감성을 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인물의 여러 입장을 담아서 은근하게 스며들게 하는 잔잔한 영화 ‘도그데이즈’”라고 말했다.

◇“매 순간이 기적, 감독은 뼈를 깎는 직업”

김윤진도 오랜 반려인이었다.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 거야”라고 하곤 다시 키우고 ‘무지개다리’(반려동물의 죽음을 이르는 용어)를 건너는 과정이 반복됐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크다. ‘도그데이즈’에서 느낀 큰 감동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제작에 뛰어들었다.

“미국 내 소속사에 부탁해서 ‘도그데이즈’ 제작사의 판권을 샀어요. 미국은 한국이랑 달라서 10%만 내면 판권을 살 기회가 주어져요. 정확하게 판권이 필요할 때까지 기간 연장만 하면 돼요. 그렇게 큰돈이 아니에요. 그러다 투자가 결정되면 그때 전체 판권을 사는 구조예요. 그래서 제가 판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배우로서 영화에 참여하는 것과 제작자로서 나서는 것은 차이가 크다. 배우가 손님이라면, 제작은 집주인인 셈이다. 배우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김윤진. 사진 | CJENM


“마음이 뭔가 불편했어요.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요. 4년을 거친 제작 과정을 영화화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기적과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이 정말 많아요. 제가 캐스팅 제안을 받으면 일주일 안에 답을 드렸어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흘 내에 주려고요. 배우 캐스팅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어요. 감독님은 뼈를 깎는다는 걸 알겠어요. 시야가 엄청나게 넓어졌어요.”

김윤진과 윤제균 감독은 인연이 깊다. 영화 ‘하모니’(2010)와 ‘국제시장’(2014)에서 협업했고 영화화되지 않은 작품에서도 윤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정말 어울리지 않은 대본조차도 김윤진에게 손을 내민 감독이 윤제균이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고맙고 가까운 감독이었다.

“인연을 떠나서 캐스팅을 가장 잘해주실 분이 윤 감독이었어요. 저도 나름 계산을 한 거죠. 바로 승낙을 해주시더라고요. 플랜B는 없었어요. 배우들이 이렇게 화려해질 줄은 몰랐어요. 저의 작은 꿈에 날개를 달아 준 분이 윤 감독님과 JK필름이에요.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해요.”

◇“연출하면 백발 될 지도, 꿈도 꾸지 않아”

캐스팅 윤곽이 잡히지 않았을 때 윤여정이 합류하면서 ‘도그데이즈’는 급물살을 탔다. ‘미나리’(2022)로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윤여정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커졌고, ‘도그데이즈’가 그 덕을 본 셈이다. 최근 윤여정은 “오스카상 받고 나서 주인공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뭔가 가식적인 것 같다”면서 씁쓸한 입맛을 다신 바 있다.

“저도 그 기사를 찾아봤어요. 윤여정 선생님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크게 환호했거든요. 어쩌면 제 행동도 가식적이었다고 느끼실 수 있죠. 정말 그 사람 입장이 되지 않으면, 사람 마음은 모르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정말 멋져요. 대중영화 원톱도 할만하신데 ‘그렇지 않다’고 거침없이 말씀하시는 것도 멋있어요. 제 눈엔 그게 용기거든요.”

김윤진. 사진 | CJENM


연기와 제작, 연출은 업무적 성격이 제각각이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측면에선 공통점이 있다. 배우가 제작을 겸하다가 연출까지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김윤진은 연출에 뜻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제가 지금까지 염색을 안 하는데요. 연출을 하게 되면 아마 백발이 될 거예요. 수많은 사람의 질문에 답을 주는 게 감독이잖아요. 그만큼 판단이 빨라야 하는데, 저는 작은 거 하나에도 1시간은 걸릴 사람이에요. 그러면 영화는 망하겠죠. 제작은 다시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워낙 쉽지 않아서 바로 하진 않을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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