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태영 새 자구안 주말까지 내놔야”

안승진 2024. 1. 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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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자산 단 1원도 포함 안 돼”
태영건설 제시 1차案 작심 비판
상환 공언했던 외담대 541억 미납
“최소한 약속 안지켜 채권단 우려”
자산 매각 자구안 의구심 드러내
“오너일가 위한 계획 아닌가” 발끈
티와이홀딩스 지분 활용방안 제기
태영측 “사주일가 484억 사재 출연”
産銀도 곧 주요 채권단 회의 소집
실효성 있는 자구방안 요구할 듯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은 의심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 언급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건설이 전날 내놓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계획에 대해 4일 이같이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너(대주주) 일가는 자회사 매각으로 수천억원의 현금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자구계획에는 단돈 1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채권단은 태영건설 측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며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29일 만기였던 상거래채권 1485억원을 상환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미납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외담대는 태영건설로부터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협력업체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로,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협력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태영건설은 이를 채무 유예기간 상환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융채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원장은 “약속을 안 지킨 얕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감원장. 뉴스1
이 원장은 “기본적인 요건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총수재산의 핵심인 (태영건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자금이)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심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 일가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은 의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관점에서 태영건설은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도맡아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벌었고 총수일가 재산에 기여한 바 있는데, 부동산 손실이 난 데 대해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 채권단이 떠안아야 한다”며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직격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하나하나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에 대해서는 “채무자 말에 의하면 태영건설이 아니라 오너 일가가 더 급한 자금을 썼다는 의심을 들은 상황”이라며 “(태영건설에) 쓴 것도 회사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명의 자금은 아예 따로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과 관련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자금을) 쓰고 나머지를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고 전달받은 게 있다”고 했고, 에코비트 매각에 대해서는 “현실성 있는 자금조달계획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약속대로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며 “이 중 416억원은 윤석민 회장의 지분을 매각한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윤 회장의 부친인 윤세영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해 사주 일가가 총 484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자구안에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원장은 “핑계든 명분이든 방송법을 이유로 SBS 매각이 어렵다면 티와이홀딩스는 상장법인이어서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일가가 (지분을) 들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방안이 있지 않냐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를 태영건설이 진정성 있는 자구안을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한으로 설정했다. 제1차 채권단 협의회가 오는 11일 열리지만 그 이전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채권단에 대한 설득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11일이 지나도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도 협의회 이전 주요 채권단을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태영건설에 실효성 있는 자구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기준이 되는 채권 규모는 미정이나, 협의회 전까지 이른 시일 내 회의를 열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609곳에 달하는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채권단을 별도로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조건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위기가 다른 건설사로 확산할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동부건설과 신세계건설을 취약한 건설회사로 거론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개최한 올해 산업별 신용평가 전망 영상설명회에서 “본격적인 경기반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상위권 건설사로 유동성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안승진·이도형·이병훈·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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