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 “현장감·몰입감, 단언컨대 ‘볼륨업’이 최고죠” [D:인디그라운드(173)]

박정선 2023. 12. 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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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까지 각 분야의 최고 연주자들과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한 무대에 뭉쳤다. 밴드 뮤지컬 형식의 ‘볼륨업’을 통해서다. 홍경민이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2022년 초연돼 현재 세 번째 시즌으로 서울숲 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라이브 연주가 바탕이 되는 만큼 이 작품에서 현장감있는 음악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초연 준비 과정에서 모든 출연진이 직접 완성한 넘버는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이에 홍경민을 필두로 극중 넘버를 담은 OST 앨범을 발매하면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마루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볼륨업’의 프로듀서로서 이번 인터뷰에 임하게 되셨어요. 뮤지컬 제작자의 길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가요?

정확히는 제작자의 길 이라기 보다는 창작 뮤지컬을 오래 해오다 보니 직접 글을 써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그걸 실천에 옮긴 정도라고 봐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제작자의 길을 걷는다고 하기엔 좀 거창한듯 하네요(웃음).

-한 방송에서 ‘볼륨업’의 출연자인 정모 씨가 작품의 모델이 김종서 씨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종서 형을 모델로 했다기보다는 실제 종서 형이 운영하던 ‘볼륨’이라는 라이브클럽이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곳에서 대본 작업을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코로나19 영업 제한으로 인해 클럽 운영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그 모습이 힘들어하는 라이브클럽을 표현하는데 많은 모티브가 됐습니다.

-밴드 뮤지컬이라는 형식의 특성상 가수 출신, 유명 연주자들이 대거 합류했어요.

애초에 주변에 있는 뮤지션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에 맞춰 준비한 거라 캐스팅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연주자들을 연습 시켜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대 이상의 적응력들을 보여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OST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전체적인 곡의 방향성을 어디에 뒀는지 궁금해요.

OST이기 때문에 당연히 각 장면에 어울릴만한 곡 스타일과 가사를 가지고 있고요. 아무래도 밴드 형식의 공연이다 보니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 넘버의 느낌 보다는 가요, 팝의 느낌이 강하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계에서 OST 앨범은 매우 귀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그만큼 많이 내놓지 않으니까요. OST 앨범을 발매하고자 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뮤지컬이 넘버가 중요하지 않은 공연은 없겠지만 저희는 특히나 밴드 뮤지컬을 표방하는 음악극이다 보니 연주자들과 배우들의 음악을 콘텐츠로 남겨놓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정해진 음악에 배우들이 노래만 부르는 OST가 아니라 편곡 하나 하나, 연주 하나 하나 모든 배우의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에 고스란히 모두의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가 컸습니다.

ⓒ마루엔터테인먼트

-공연에선 모든 음악이 라이브로 진행되는데요. OST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이런 지점들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 것인지도 궁금하네요.

맞아요, 그 라이브의 느낌이 그대로 앨범에 옮겨지길 원했습니다. 그냥 뮤지컬 넘버라는 개념보다는 실제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강한 곡들이라 OST를 듣고 있을 때도 마치 클럽 ‘볼륨’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볼륨업’은 이 작품의 메인 넘버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어떤 메시지를 담은 곡인지 설명해주세요.

사람이 많든 적든 무대위에 서서 그 순간을 맘껏 즐기려는 뮤지션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관객이 1000명이든, 10명이든 결국 무대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뮤지션이 똑같을 테니까요.

-이밖에도 소개하고 싶은 작품의 주요 넘버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오이아에오’를 만들던 시기도 코로나19가 심할 때라 어디 맘편히 여행가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만들었는데 그게 공연 대표곡이 될지는 몰랐어요. 여주인공의 마음을 담은 ‘꿈’ ‘사랑이야’는 초연 준비 당시 조정민 양이 고민해서 만든 곡이에요. 트로트 가수로 활약하던 정민이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넘버를 만들어올지 몰랐는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모든 곡에 배우들의 노력이 묻어있는 아주 소중한 기록입니다.

-작사, 작곡에 있어서 뮤지컬 음악은 기존 가요와 분명 차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든 건 함께 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매 장면 장면 어울리는 곡들을 서로 나누어 고민하고 작업했기에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했습니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 넘버와 달리 우리 배우들에게 익숙한 팝이나 록 장르의 곡들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인들이 대거 모여있다 보니, 모든 출연진이 직접 넘버를 작업했다는 것이 큰 특징이에요. 함께 하는 작업 과정이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준비는 힘들어도 매순간 즐거웠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면 든든하고, 흐뭇했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이 공연을 준비하던 시기 중에서 넘버를 하나씩 만들어 냈던 당시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함께 음악 작업을 한다는 것이 마냥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그게 어려울 순 있는데 그냥 앨범 준비가 아니라 극에 맞는 넘버여야 했기 때문에 연출자의 의견, 작가의 의견 등 중심이 잡혀 있었던 것이 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었을까요?

극 중에 필요한 노래를 만들었다가 그 장면이 필요 없어지면서 넘버가 삭제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데모 음악만 남아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마침 공연 시작 전후 음악이 필요했고 지금도 잘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 음악이라 OST 앨범엔 담기지 않은 게 아쉽지만요.

ⓒ마루엔터테인먼트

-홍경민 씨가 만든 곡을 포함해 가장 애정이 가는 곡, 혹은 가장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는지 궁금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당연히 ‘오이아에오’입니다. 우연찮게 만든 곡이 공연의 대표곡이 되었으니까요. 모든 곡들이 충분히 장면마다 역할을 잘 해줬다고 생각해서 딱히 아픈 손가락은 없습니다.

-작품의 넘버가 가지는 매력 포인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라이브와도 같은 생동감?

-곡 자체의 완성도가 당연히 제일 중요하지만, 뮤지컬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다 보니, 그 전달자들이 음악의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디렉팅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볼륨업’의 최고 장점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라이브 클럽에 와있는 듯한 현장감과 몰입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생한 라이브의 느낌은 단언컨대 ‘볼륨업’이 최고일 거고요.

-케이팝의 글로벌화가, 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해요.

‘볼륨업’ 대만공연을 다녀온 멤버들의 이야기로는, 현지에서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정서로 만든 우리의 극이 충분히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특성상 시즌제로 운영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데요. 이 작품도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고요. 또 다음 시즌도 계획하고 계실까요?

공연이란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어가야겠죠. 마음같아선 대표적인 롱런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동시에 매 시즌마다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 역시 한국 뮤지컬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셨을까요?

뮤지션 위주의 극이다 보니 연기적인 면이나 극의 완성도가 간혹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있어요. 이 부분은 계속해서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만 굳이 조금 더 바란다면, 사람들에게 밴드의 매력과 라이브의 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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