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적 쇄신, 홍은택 대표 겨눈다

최우영 기자 2023. 12. 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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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카카오의 쇄신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홍은택 대표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카카오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얼 남궁훈 전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취임할 당시 '사회적 책임 강화' 역할을 맡았던 홍 대표이기에 최근의 시세조종 혐의, 택시단체와의 갈등, 도덕적 해이에 따른 사회적 지탄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범수 창업자 전면 등판의 의미 '사이먼 패싱'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 11일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 등장했다. 직접 전 직원 간담회에 나선 것은 2년 10개월만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를 '사이먼(홍은택 대표의 영어 이름) 패싱'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 대신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 책임감 있게 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이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최근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의 욕설 논란과 소셜미디어 폭로전으로 드러난 카카오 내홍 사태에 대해 지난달 30일 첫 입장을 밝혔다. 당시 홍 대표는 △건설비리 관련제보 및 김 이사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감사 착수 △김 이사장 욕설 논란에 대한 외부 법무법인 조사 의뢰 등을 알리며 "감사나 조사 결과를 예단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공지는 기존 공지문과 달리 댓글 작성이나 '싫어요' 등 의사 표시가 허용되지 않는 외부망에 올라왔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카카오 크루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홍 대표가 취임 당시 주요 임무로 맡았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따른 공동체 전반의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래서, 사이먼은 연임 합니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브라이언톡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이에 홍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브라이언톡에서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사전에 모인 다른 질의들을 취합해 "사이먼이 연임을 하게 되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의 대표 임기는 내년 7월까지지만,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원칙적으로 사내이사 임기가 연장 돼야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이에 김범수 창업자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현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제가 답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간담회가 끝난 이후 서 지회장은 노조원들에게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기억한다. 예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실현될 수 있도록 힘내보겠다"며 홍 대표의 연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 홍 대표에 대한 카카오 내부 여론이 악화되다보니 근거없는 음해성 소문들도 횡행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홍 대표가 자신이 소속된 사조직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고 중용한다거나, 개인적 친분으로 인사권을 휘두른다는 등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은 실체가 불분명한 '루머' 수준이다. 한 카카오 직원은 "유독 홍 대표에 대한 공격성 루머가 퍼진다는 건 그만큼 인심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물러나면 후임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홍 대표 연임이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거나, 카카오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이에 앞서 조기 강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 대표의 뒤를 이을 대표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김 창업자가 브라이언톡에서 '내부 발탁' 방침을 밝힌 만큼, 주요 사업을 맡고 있는 부문장급에서 승진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와 같이 각자대표를 하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대표처럼 '사업 부문'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른다.

데이터센터 사고 후속조치를 진행한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 참여했던 송지혜 부사장이 그 중 하나다. 송 부사장은 야후코리아와 베인앤컴퍼니, 바이오업체 휴젤 등을 거쳐 카카오에선 카카오톡 부문장을 역임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그라운드엑스를 맡은 양주일 대표 역시 이름이 오르내린다. 양 대표는 네이버와 NHN을 거쳐 카카오 지갑사업실장 등을 지냈다. 현재 그라운드엑스 대표와 카카오의 카카오톡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둘 다 사업 관리와 리스크 관리 모두 가능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주총을 통한 홍 대표 연임 철회, 새 카카오 대표 발탁 등은 모두 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경영쇄신위원장으로 조직 개선을 주도하는 김 창업자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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