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김구현…K팝 아이돌 전문 보컬트레이너

조성진 기자 2023. 12. 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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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A4, 업텐션, 백퍼센트, 케플러, TO1, 김요한
제로베이스원, 하현상, 스카이리, 송지은, 이븐 등등
많은 아이돌 보컬트레이닝
日 ‘프로듀스 101’ 시즌1~3 출연진 트레이닝
“보컬 레슨, 제자에 대한 공부(관심)가 먼저”
단지 ‘가르친다’가 아닌 ‘키워낸다’는 마인드 중시
작사‧작곡‧편곡‧디렉터로도 맹활약
박보검 ‘Dear My Friend’, 벤 ‘두근두근’ 작사
SG워너비 코러스로 음악계 데뷔
“케플러 김채현, 가창 탁월…이미 타고난 DNA”
“뉴진스, 걸그룹 게임체인저”
“태연, 아이돌 씬 최고의 보컬리스트”
“스트레이키즈‧제로베이스원도 역량 대단”
향후 동시대 리드한 명 프로듀서로도 기억되고파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B1A4, 온앤오프에서 업텐션, 백퍼센트, 김요한(X1), 송지은(시크릿), 케플러, TO1, 위아이, 제로베이스원, JO1(일본), 스카이리, 하현상, 엠넷 '보이즈 플래닛' 파생그룹 '이븐' 등등 많은 유명 K팝 아이돌 멤버 보컬트레이닝에서 일본 '프로듀스 101' 시즌1~3 출연진 트레이닝 및 MBC '위대한 탄생' 시즌 2~3 심사/트레이닝.

WM엔터, TOP미디어, 라포네(Lapone)엔터, (Oui)엔터, 굿럭엔터 등 다수 연예기획사 보컬트레이너로 활약했고 현재 CJ ENM 산하 '웨이크원'은 물론 다른 기획사 아이돌 트레이닝까지 맡으며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보컬트레이너가 있다. 김구현(43)이다.

김구현은 보컬트레이너 뿐 아니라 작사작곡편곡자 및 디렉터프로듀서로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송지은(시크릿) EP 'Dream' 전곡 작사작곡편곡 및 프로듀서, 서예안 'Wonder''Anding' '달라' '우리란 말에 네가 없어' 작사작곡편곡 및 프로듀서, 그리고 백퍼센트 'To.' 작사작곡편곡, 아이즈원 정규앨범 'Twelve'JO1 'The STAR' 앨범 보컬 디렉팅, 그리고 DK(디셈버)&김연지(씨야) '혼자왔어요', 백아연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 김재환(워너원) '삭제' 등 여러 인기 리메이크곡의 보컬 디렉팅 및 편곡자이고 글로벌 스타 박보검의 일본 첫 정규작 'Blue Bird'의 타이틀곡 'Dear My Friend'3시간 만에 작사했으며, KBS 인기드라마 '프로듀사' OST에 삽입된 벤의 '두근두근'도 단 2시간 만에 썼다. 배우 이범수, 현쥬니 보컬트레이너로도 활동했다. 이외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 모두 언급하기 힘들 만큼 경력 사항이 많다.

이외에도 김구현은 자신의 싱글 'Loveme', 'And You', 'I'm here' EP 앨범 'Falling Down' 등 여러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즈음부터 가사를 쓴 그가 프로 작사가로 데뷔한 곡은 SBS 기아체험 캠페인 메인송이다. 현재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사작곡 작품은 30여 곡. 정화예술대 실용음악과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서울 모처에 있는 작업실(스튜디오)에서, K팝 아이돌 전문 보컬트레이너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김구현을 만났다.

특정 질문을 하면 요지에 맞는 답변을 간결 충실하게 하는 인터뷰이가 있는가 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내용까지 장황하게 언급하는 인터뷰이도 적지 않다. 장시간 인터뷰 내내 김구현 보컬트레이너는 '오버'하는 면이 없었고 포장하지 않는 솔직 그 자체를 미덕으로 삼는 듯 보였다. 뜻한 바가 있으면 좀 더 쉬운 길이 있다해도 어렵게 돌아서 가려는, 요즘 쉽게 보기 힘든 다소 고지식하고 강직한 마인드가 느껴졌다.

김구현은 부산에서 직업 군인(부사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군인 특유의 강직하고 꾸밀 줄 모르는 아버지 성품을 본받은 김구현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꼽고 있다.

"어쩌면 제가 좀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것도 부모님의 영향일 수 있습니다."

솔로 가수 또는 코러스 세션 활동을 하다가 선생(보컬트레이너)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구현 또한 SG워너비 코러스 보컬로 음악계에 데뷔했다.

SG워너비 코러스 보컬로 활동하게 된 사연도 남다르다. 길을 가던 중 SG워너비 2집 쇼케이스 포스터를 보곤 SG워너비 매니저에게 연락해 "코러스 좀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것. 이미 매니저와 한번 본 사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매니저 또한 김구현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던 터라 이런 전화 통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이였다면 "웬 미친놈"이냔 반응이었을.

이렇게해서 김구현은 매니저 추천으로 SG워너비 세션 코러스로 2집부터 2.5, 3, 4집 전국 투어와 일본 콘서트까지 함께했다SG워너비에 이어 KCM 2~3집 전국투어 코러스, 신화 앤디(1)와 신혜성(3) 한일중 콘서트 라이브 코러스로도 활동했다.   

"신혜성 코러스 할 때부터 한계를 느꼈어요. 저와 함께하는 코러스 멤버들 급이 달랐습니. 천단비, 임주현 등 이미 코러스 계에선 TOP을 찍고 있던 베테랑들이 저와 함께하고 있었거든요."

김구현은 코러스 보컬을 포기하고 자기 정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때가 나이 서른. 보컬트레이닝 공부를 하며 '보컬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즈음이다.

후일 B1A4가 되는 연습생들 트레이닝을 맡은 게 보컬트레이너로서의 시작이다.

김구현은 이들 연습생이 학교를 마치고 오면 일단 자비로 밥부터 사 먹일 만큼 인간적 관심과 사랑을 갖고 트레이닝에 임했다. 전 부문 녹음 수업으로 진행할 정도로 노력을 많이 들였다.

B1A4 보컬트레이닝에 이어 티오피(TOP)미디어 아이돌그룹 백퍼센트를 맡았고 이어 업텐션 트레이닝도 했다.

티오피(TOP)와 결별 후 김구현은 공백기동안 자기 정진의 시간을 가졌다. 이 기간에 그는 보컬트레이닝 심화는 물론 작사작곡과 교육(대학강의) 등 세 분야를 축으로 하는 인생 설계를 새로이 디자인했다. 엠넷 '프로듀스X 101'의 멤버(김요한) 트레이닝 제의가 들어온 것도 이즈음이다. 이렇게 해서 김구현은 김요한의 본격적인 첫 보컬트레이너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던 김구현은 김요한에게 "이 노래를 부르면 트레이너들이 너를 B등급으로 평가할 거야. 이때 고음이 시원하게 나온다는 이유로 그럴 거다"라며 몇몇 경우의 수까지 대비해 연습시켰다. 그리고 예언은 적중했다. 김요한은 B를 받은 것이다. 보컬트레이너로서 김구현이 지적했던 특정 부분에서 고음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집중 트레이닝을 시킨 게 효과를 발휘한 것.

이후 다른 기획사 관계자가 김요한의 노래를 듣곤 ", 저 애 노래 많이 늘었네"라고 놀라며 그를 가르친 보컬 선생을 찾았고 이렇게 해서 김구현에게 연락하기에 이른다. 웨이크원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케플러'의 메인보컬 김채현도 김구현이 배출한 실력파 아이돌 스타 중 하나다. 김구현 보컬트레이너는 김채현에 대해 "이미 (남과 다른) 타고난 DNA를 가졌다""노래를 잘하는 게 당연하다"고 평했다.

"걸그룹 케플러는 K팝씬의 가장 평균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K팝의 형식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룹을 꼽는다고 하면 그중의 하나가 단연 케플러죠. 노래의 구성()과 진행, 안무 등등 전반적인 차원에서. 특히 김채현은 고음을 아주 시원하게 구사합니다. K팝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칼군무와 고음이라면 케플러와 김채현은 바로 이 한 축을 잘해주고 있는 것이죠."

김구현 보컬트레이너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젤리피쉬엔터 보이그룹 이븐(EVNNE)의 박한빈이정현문정현박지후 보컬트레이닝도 맡았다.

"이븐 멤버 모두 실력이 너무 좋습니다. 춤추면서 한치 흔들림 없는 호흡으로 노래를 완창할 만큼 남다르죠. 물론, 트레이닝 통해 그런 수준으로 올라오게 한 것이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선 몸의 밸런스를 잘 알아야 하고 호흡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녹음실에서 노래하는 것과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것, 춤추며 노래하는 것 등은 각기 방법이 다르죠. 연차가 쌓이며 이런 게 같아지는 것이지만, 처음엔 다 다르게 해야 합니다."

코러스 보컬로 활동할 당시의 김구현. 

"저는 보컬트레이닝을 위해 의학서적을 참조하는 편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보컬트레이너들은 노래할 때 턱을 들지 말라고들 합니다. 클래식에선 턱을 들지 않는 게 맞는 거지만 대중음악에선 꼭 그렇진 않죠. 몸 안에 열리는 공간, 턱을 당길 때 열리는 공간이 있는데 그때 나오는 주파수는 클래식과 어울리는 주파수에요. 턱을 들었을 때 닫히고 새롭게 열리는 공간이 있는데 이게 팝과 잘 어울리는 공간의 주파수, 즉 턱을 들었을 때 잘 나오는 소리가 있다는 게 얼마 전 제가 흥미롭게 읽은 의학 논문입니다."

김구현 보컬트레이너와 인터뷰 때 나눈 많은 얘기 중 가장 흥미를 끄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국내 보컬트레이너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예상되는 이 내용은 추후 '조성진의 가창신공'을 통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김구현이 생각하는 보컬트레이너의 덕목 소양, 그만의 교수법 등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의 답변 포인트는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를 공부해라'였다.

"보컬트레이닝을 시작한 초기만 해도 저는 배우러 온 아이에게 제 지식 자랑만 했던 것 같아요. 특정 아이와 잘 맞는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입식 트레이닝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 애가 따라오지 못하고 잘 못하면 '이렇게 열심히 가르쳤는데 너 왜 못하는 거니'라고 핀잔을 주는 식이었죠. '재능이 없구나'라고. 그러나 지금은 '재능'이 아니라 '느린'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되죠. 단지 그 시간 동안 기다려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간 제가 만난 연습생들은 거의 모두 열심히 하고 기본값은 돼 있었어요. 그 꿈을 위해 고시 공부하듯 하는 게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트레이너의 역할이 중요한 거죠. 단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키워내는 것. 키우려면 먼저 그 아이를 잘 공부해서 그 애가 정말 어떤 소리를 해야 어울리고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제자를) 맡게 되면 이런 걸 가장 먼저 염두에 두며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스타 또는 연습생 등에서 제기되는 '싸가지가 없다'는 건 어떤 면에선 사회성이 덜 되어있어서 생겨나는 것이죠. 우리는 잘못하고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에게 혼나며 자란 세대입니다. 이러한(가정교육) 걸 배워야 할 시기에 연습생을 하고 있고 그것보다 더 어린 시기에 데뷔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등. 한마디로 인기 많은 게 대장이죠. 따라서 이 세계에선 인기가 많은 애에겐 쓴소리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의 몫이라고 봅니다. 어떤 회사는 '레슨 시켜주는데 왜 실력이 늘지 않는 거야'란 반응이지만 어떤 회사는 아이들에 대해 엄청나게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특히 '웨이크원' 같은 경우는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어땠는지 뭐가 늘고 있는지 우리가 볼 땐 이런 게 있는데 선생님이 생각하기엔 어떤지 등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깊은 관심을 갖고 고민소통하려고 합니다. 다른 회사에서 넘어오는 애들도 종종 있죠. 그들이 제일 첫 번째로 하는 얘기가 '애들이 너무 착해요' '회사 분들이 너무 좋으세요' 또는 '엄마, 이전 회사에선 나보고 다이어트를 어떻게 하라고 하고 또 뭘 어떻게 하라고 하는데 이 회사에선 내 건강을 걱정해줘' 등입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재미있어야 해요. 저는 현재 일본의 '프로듀스101' 시즌3 트레이닝도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매일 끝날 때쯤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가 '하루에 딱 한 번만 더해줘' 입니다. 그게 뭐가 됐든 끝내려고 할 때 하루에 한 번씩만 더하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흥미가 있어야 해요. 재미있는 게임이 있으면 한 번 더 하게 되듯. 그 한번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1년이면 365번을 더하는 것이죠. 안 한 것과 한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한번 더하려고 할 때 그걸 ''이라고 생각하면 실행에 옮기는 게 즐겁지 않죠. 반면 '흥미'를 느끼고 '재미' 있으면 한번 더하는 것도 즐거운 것이 됩니다."

김구현은 보컬트레이닝뿐 아니라 곡 쓰는 데에도 관심을 늦추지 않는다. 의뢰받아 곡을 써서 보내면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고 있다.

"아무래도 곡만 쓰는 전문 작곡가가 아닌 것도 자주 탈락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 하지만 이처럼 자주 탈락해도 계속 곡을 써서 보내곤 합니다. 내게 뭐가 부족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개인적으론 르세라핌으로 유명한 작곡가 팀 13을 좋아합니다. 13은 모든 장르를 잘합니다. 어느 것 하나 떨어지지 않는 대단한 퀄리티로 말이죠."

SG워너비 등이 유행하던 소위 '흉성의 시대'는 소리의 울림을 중시했다. 두꺼운 목소리가 대접받았고 따라서 보컬트레이너들도 이런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런 스타일이 만연해지다보니 피로감이 들었다.

"대체 시장으로 등장한 게 아이돌입니다. 보컬트레이닝 시스템이 자리잡혀가며 아이돌도 상향 평준화되고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도 높아졌습니다. 한국인들은 고음을 잘 구사하면 노래를 잘한다고 인식하죠. 따라서 점점 그쪽을 팠고 작곡가들도 음역을 넓혀가며 곡을 선보였습니다. 1~2년 전까지 3옥타브를 구사하는 남자가 팀에 한 명씩은 꼭 있어야 했을 정도였죠."

"팀원 구성이 많아지며 각 멤버별 특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멜로디도 변화무쌍해지게 됐어요. 즉 음악이 '듣는' 것에서 '보는' 걸로 바뀌게 되는 거죠걸그룹 중에선 르세라핌, 뉴진스를 남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고음을 쳐야 하는 세대였지만 르세라핌, 아이브, 뉴진스 등으로 오며 고음을 그렇게 살벌하게 하진 않죠. 클라이막스로서의 고음이 아닌. 그 게임체인저가 뉴진스라고 봅니다. 더 이상 서커스가 아닌 스토리가 된 것이죠. 르세라핌은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구축한 상태에서 바로 이런 축을 담담하고 있는, 이미 완성형 그룹입니다. 보컬트레이닝을 시작한 이래 제 새끼(제자)들이 아닌 가수의 앨범을 처음 산 것도 뉴진스입니다. 이만큼 대단한 퀄리티를 위해 제작진들은 죽어 나가겠구나란 생각이 들만큼 사족이 없는 음악/사운드를 하고 있는 것이죠."

"발라드와 댄스를 함께 부르는 건 매우 힘든데 이 양쪽을 탁월하게 콘트롤할 수 있는 2명의 가수가 바로 아이유와 태연입니다."

"팀 전성기인 현시대에서 아이유는 처음부터 솔로였어요. 수많은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솔로로 등장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는데, 이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트렌디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스토리들 그러면서 어떨 땐 어쿠스틱하고 인디스럽게 냈다가 또 어떨 땐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음악을 했다가 등등 모든 영역을 다 아우르는 아티스트죠태연은 아이돌 씬에서 최고의 보컬리스트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아이돌씬이 아닌 전체를 본다 해도 태연은 최고의 보컬리스트죠. 트렌디함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를 계속 발전시켜가는 면모도 대단합니다. 얼마 전에 발매한 태연의 미니 5'투 엑스(To.X)'도 너무 인상적으로 들었어요."

"동방신기가 이전 보이그룹의 장점 등 모든 걸 응축시켰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샤이니를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동방신기가 (이미) 잘난 사람들의 집합체라면 샤이니는 그 안에서 성장하며 각자 자기 것들을 찾으며 한 명 한 명 아티스트로서 성장했다는 게 제겐 더 인상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스트레이키즈도 남다른 팀이죠. 곡을 쓰고 프로듀싱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역량이 대단합니다. 기성 작곡가들과 맞장 떠도 절대 밀리지 않을 만큼."

"제로베이스원도 언급하고 싶어요. 보컬 스타일은 트렌디한데 음악적 느낌은 80년대, 다시 말해 젊은 세대와 전 세대에게 동시 어필할 수 있는 게 특히 강점이죠."

"에이티즈, 몬스타엑스 또한 어디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할 것 같은 뚝심, 단단함이 돋보이는 팀입니다. 해외에서 인기가 있으려면 무조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두 팀은 이걸 갖고 있죠."

"향후 여자가수 중에선 아이유, 태연과는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남자가수는 박효신입니다. 박효신은 그 시대가 원하는 소리로 계속 변화해가는 가수인데 이런 점은 정말 말이 안 될 만큼 대단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려면 몸의 밸런스를 다 바꿔야 하죠. 어느 날은 마라톤 선수로 뛰다가 어느 날은 100m 선수로 뛰고 또 어느 날은 400m . 이런 걸 해내는 사람이 박효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돌 보컬트레이너로서 김구현을 찾는 빈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때그때 필요에 의한 인스턴트식 트레이닝이 아닌, '단순히 가르치는 게 아닌 키워내는' 마인드의 소유자이기에 그만큼 믿음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올곧고 고지식한 애티튜드도 때론 필요하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김구현 보컬트레이너의 라이프사이클은 오전 11시 기상, 오후 2시 전까지 학교 강의를 끝내고 이어 회사로 가서 보컬트레이닝에 몰두한다. 트레이닝이 끝나고 늦은 저녁 자신의 스튜디오로 와서 새벽까지 곡 작업을 한다. 야구, 테니스, 전시회 다니기 등이 취미였을 뿐 아니라 CGV 최고 레벨일 만큼 영화(특히 마블) 매니아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너무 바빠 이런 걸 즐겨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요 몇 년 휴식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작년부터 휴가도 가지 못했고요. 그래서 잠깐의 시간이라도 쉴 때 잘 쉬자는 주의입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친구들 못 본 지도 오래되다 보니 이 친구 저 친구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을 정도입니다."

만일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여행을 떠나는 게 '하고 싶은' 1순위다.

"평소 다른 가수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아무 소리도 없는 '적막'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러한 고요를 즐기며 힐링, 비워두기, 귀를 쉬게 하는 거죠. 컨디션 회복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어쩌면 적막도 제겐 (또 다른) 음악인 거죠."

김구현은 보컬트레이너로서 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도 포부가 남다르다. 의뢰자의 요구에 부응해 빨리 좋은 퀄리티로 작업을 끝내주는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제가 만드는 앨범이 동시대를 리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길 기대합니다. 이런 면에서 박진영, 방시혁 등과 같은 선배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특히 프로듀서는 물론 아직도 현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진영이란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지척이죠."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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