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유미 "강남순 흥행, 에미상만큼 기뻐요"

최지윤 기자 2023. 11. 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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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유미(29)는 작은 체구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속 괴력 소녀 '강남순'처럼 말이다. 극본을 보고 주위에서 '완전 너 같다'며 추천한 이유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1'(2021)과 '지금 우리 학교는'(2022)에서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제 어디를 가든 '남순이다!'라며 반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드라마 부문 여우게스트상을 받은 것만큼 기뻐했다.

"둘 다 기분이 좋다.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했을 때 에미상을 받지 않았느냐. 사람들한테 나를 알리는 계기가 돼 의미 있고, 이전의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상이다. 강남순은 그 상황을 겪고 다시 한 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앞으로 다양한 걸 해봐도 될까요?'라고 확인 받는 상황이다. 연기할 때 나 혼자만 해내는 게 아니다. 같이 호흡하는 사람의 눈이나 말, 감정이 나를 이만큼 크게 만들어준다. 나도 항상 에너지를 받아서 크게 보이는 게 아닐까."

이 드라마는 백미경 작가의 여성 히어로물인 '힘쎈여자 도봉순'(2017) 세계관을 확장했다.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6촌 남순과 엄마 '황금주'(김정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이 강남 신종마약범죄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1회 4.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는 10.4%로 막을 내렸다. "이미 도봉순을 다 본 상황에서 캐스팅됐다"며 "참고하기보다 그 세계관을 내가 잘 이어가려고 했다. 전작에 폐가 되지 않게, 바통 터치를 잘 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남순은 몽골에서 와 모든 사람에게 반말하곤 했다. 자칫 비호감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설정이다.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받아 들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김정식 PD님이 '딸이 반말할 때 한 번도 기분 나빴던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아이같은 순수함, 악의없이 내뱉는 반말이면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남순은 나보다 50% 더 밝다. 150%"라며 "극본을 봤을 때 만화책 같았다. 어디로 튈지 몰랐고, 재미있어서 더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 모녀가 마약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도 재미를 더했다. 김해숙(67)·김정은(49)과 호흡하며 기가 빨린 적도 있지 않을까. "처음에 극본 리딩할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대선배님이고 TV에서 본 분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리딩해 경이로웠다"며 "현장에 가자마자 '네가 남순이구나'라며 먼저 다가와서 말 걸어주더라. 촬영할 때 수다 떨고 계속 붙어 있었다. 기가 빨렸다기보다, 오히려 기를 충전 받았다. 선배님들 에너지가 진짜 좋다"고 귀띔했다.

"연기하면서 해숙 선배, 정은 선배 눈을 많이 봤다. 정은 선배는 진짜 따뜻해서 나를 안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 현장에서 모든 사람을 잘 챙겨줘서 감동 받았다. 해숙 선배님은 집중을 시키는 압도감이 있다. 홀려 있었다"며 "세 모녀가 다 힘이 셌고, 모두 사랑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해숙 선배님과 정보석 선배님이 정말 사랑스럽더라. 나도 나이를 들면 점점 로맨스 기회가 줄어들 텐데, 겁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했다.

와이어 연기도 쉽지는 않았다. 전작인 '멘탈코치 제갈길'(2022)에서 쇼트트랙 선수를 맡았지만, "와이어 연기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짚었다. "스케이트는 배워서 나만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는데, 와이어와 액션은 혼자 결과물을 낼 수 없다. 당기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발이 맞는다. 그동안 배우끼리 합을 맞추는 게 익숙했는데, 와이어 연기는 스태프와 눈빛을 보고 맞춰 나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순처럼 힘이 세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한 번쯤 해봤을 터다. "근래 지방 촬영을 많이 다녔다. 출퇴근 시간에 걸리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 너무 힘들더라"면서 "남순처럼 힘이 세다면, 차를 던진 뒤 바로 잡아서 현장에 도착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유미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이환(43) 감독 영화 '박화영'(2018)·'어른들은 몰라요'(2021)로 주목 받았다. 그간 어두운 역을 주로 맡았는데 "캐릭터 고민, 편견, 결핍, 욕망 등을 고민한다. '이 캐릭터가 숨기고 싶은게 뭘까?' 생각하다 보면 '그럼 나는?'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공부하면서 성장한다"고 돌아봤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외적으로 내가 뭘 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긍정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크다"며 "둘 다 연기하기는 어렵다. 어떤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한다면 편해질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든 사람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 'Mr. 플랑크톤' 촬영에 한창이다. 실수로 잘못 태어난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 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재미'(이유미)가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징어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신드롬을 일으킬 지도 관심사다. '싸이코지만 괜찮아'(2020) 조용 작가 작품이라며 "정말 재미있다. 보면 눈물과 웃음이 나온다. 모든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는데, 요즘 에미상 의미를 되짚고 있다. "상을 받았을 때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실수할까 봐 기뻐하지 못했다. 초반에는 행복한 거 알겠는데 '너 진중해'라며 스스로 자제했다. 이후 과거의 기록 같아서 뿌듯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부담이 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더라. 점점 상의 의미가 변하는 것 같다. 킬러, 사이코, 의사 등을 정하지 않고, 극본을 봤을 때 궁금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 한 캐릭터 모두 궁금했는데, 앞으로 내가 만날 캐릭터도 궁금하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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