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환자인줄”…‘정신병동’ 시청자 눈길 사로잡은 정운선·노재원·이이담 [SS스타]

함상범 2023.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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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는 재미와 의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드라마로 꼽힌다.

환자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는 탓에 주위 간호사들에게 민폐를 끼친 정다은(박보영 분)이 내과에서 정신과로 전과한 가운데 그의 시선으로 정신병동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정다은을 중심으로 명신대학교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의 줄거리가 메인 스토리로 흘러가는 동시에 매회 마다 굵직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박보영, 이상희, 이정은, 전배수, 장률과 같이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환자는 물론 모든 타인에게 배려하는 따뜻한 의사와 간호사로 나서 따뜻한 인류애를 그린다.

커튼이 없어 햇살이 가장 먼저 내리쬐는 정신병동은 매일 전쟁이 터진다. 급격하게 감정의 파도를 겪는 환자들이 자신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출해서다. 이른바 액팅 아웃으로 불리는 상황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다.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는 건 에피소드를 이끄는 신스틸러 배우들이다. 정운선과 조달환, 노재원, 권한솔, 김여진, 유은아, 김대건과 같은 배우들이 정신병 환자로 나서 잔잔한 힐링 드라마에 커다란 파동을 남겼다. 그 가운데 ‘정신아’에서 양극단을 오가는 눈부신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은 세 배우를 짚어봤다.

◇조증과 울증 오가는 ‘금수저’ 오나리 표현한 정운선의 스펙트럼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한 배우 정운선은 티빙 ‘해피니스’를 시작으로 JTBC ‘기상청 사람들’, ‘대행사’, ENA ‘마당이 있는 집’에 출연했다. TV 드라마 연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대행사’에선 실력은 있지만, 상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배원희로 분했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주란(김태희 분)에게 힘이 되는 이웃 해수로 나왔다.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직장을 다녔던 배원희와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해수는 간극이 큰 편임에도 모두 훌륭히 소화했다.

정운선. 사진 | 넷플릭스 ‘정신아’ 방송 캡처


‘정신아’ 속 환자 연기도 배우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표현해냈다. 정운선은 조울증을 앓고 있는 오리나로 등장해 작품의 포문을 열었다. 오리나는 다은이 처음으로 맡은 환자다. ‘금수저’지만 평생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다 주체성을 잃고 괴로워하는 인물을 맡았다.

조증을 표현할 때는 아무도 막지 못할 정도로 소리를 꽥꽥 지르거나, 다은을 때리기도 하고 심지어 모든 옷을 벗어 던진 채 병동을 뛰어다녔다. 우울증을 표현할 땐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어떤 자극에도 움직이지 않는 텐션을 연기했다. 극과 극의 감정을 오고 감에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오리나를 소화했다. 정운선 덕분에 정신병동의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쉽게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물과 웃음 담당한 노재원 “중재자님 암브로시아 좀 주세요”

정다은과 호흡이 척척 맞은 환자 김서완 역의 노재원은 ‘정신아’에서 웃음과 눈물을 모두 담당한다. 오랜 기간 공무원 채용 시험을 준비했던 김서완은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해 자신이 마법사라는 망상 장애를 앓고 있다.

심성이 곧고 착한 그는 담당 간호사 다은을 ‘중재자님’이라 부르며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는 관계를 맺었다. 성격도 밝고 인간적일 뿐 아니라 재미도 있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확 뺏어버린 캐릭터다. 사실상 ‘정신아’ 후반부는 김서완의 영향력으로 흘러간다.

박보영-노재원. 사진 | 넷플릭스


실제로 이재규 PD가 가장 늦게 캐스팅했다는 노재원은 디테일한 연기로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그려냈다. 마치 그 인물로 살아온 것 같은 현실감이 눈빛과 리액션, 제스처 등에서 밀려온다.

자연스럽게 “중재자님 암브로시아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다음에 화룡 꼭 잡으러 가요”라며 수줍게 번지는 미소, 망상에서 어느 정도 깨어나 다시 사회에 적응하려고 할 때의 불안한 얼굴, 느닷없이 화를 벌컥 내는 장면은 배우의 빼어난 연기력이 뒷받침 해 가능했다.

2020년 단편영화 ‘드라이빙 스쿨로’ 데뷔한 노재원 역시 주로 연극 무대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넷플릭스 ‘D.P.2’에서 수사관으로 나온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에도 합류했다. 여러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 덕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볼 것으로 기대된다.

◇차갑지만 묘하게 따뜻한 츤데레, 민들레 이이담

누구보다 간호사 업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다은은 “일을 못한다”고 핀잔받기 일쑤다. 반면 간호사 일을 하기 싫은데 빚을 갚기 위해 억지로 하는 민들레(이이담 분)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들을 일 없이 완벽히 업무를 처리한다.

심지어 몸이 아파 쉬어야 할 것 같은 상황인데도,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마무리하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선배 의사의 눈을 피하려는 황여환(장률 분)을 몰래 숨겨줄 줄 아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

간호사 딸의 이름으로 막무가내 대출을 받는 엄마를 둔 탓에 원하는 인생을 살지도 못하고, 사랑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어딘가 차갑고 독해 보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는 민들레에겐 정이 갈 수밖에 없다.

이이담. 사진 | 넷플릭스


이이담은 민들레에게 매력적인 현실감을 부여했다. 남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타인의 속내를 정확히 알아채고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츤데레’(겉으로는 엄격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이를 일컫는 합성어)같다. 자신을 궁지로 내모는 엄마 앞에서는 날 선 감정을 드러내지만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는 황여환에겐 따뜻한 미소를 건넬 줄도 안다. 민들레가 감정적으로 격차가 꽤 큰 캐릭터임에도 이이담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데뷔한 이이담은 JTBC ‘공작도시’에서 화자가 되는 메인 주인공을 맡아 이목을 끈 바 있다. 필모그래피에 비해 막중한 배역이었음에도 절제된 감정을 훌륭히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신아’를 시작으로 향후 활동이 기대되는 배우 중 한명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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