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애정 서린 '이곳'…김건희 찾았다

김수현 2023. 11.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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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거부하고 낮은 곳 향했던 발자취 뒤따라
영부인 육영수 여사 이어 '더 낮은 곳'에 임해
"한센인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보고 치료하며
친구가 돼주고 있는 의료진에 존경과 감사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1967년 대한민국 대통령 영부인으로서는 최초로 전남 고흥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소록도(小鹿島).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이곳은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는 뜻의 '천형의 땅'으로 불렸다. 한센인의 강제 격리 수용 공간이었고, 차별과 기피의 대상으로 취급됐으며 지금까지도 반쯤은 세상과 단절돼 있다. 이곳에 김건희 여사가 발을 들였다. 역대 영부인으로서는 네 번째, 보수정당 소속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육영수 여사에 이어 두 번째다.

한센병의 과거가 있는 곳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오스트리아 간호사는 20대에 대한민국 소록도로 왔다. 거금도의 징검다리인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 집단 거주지였다. 1916년 유일한 나병 전문병원인 자혜의원(조선총독부령 제7호)이 이곳에 들어선 뒤, 일본은 나병 환자를 이곳에 강제 수용했다.

'문둥이', '문둥병'. 유전과 전염성 때문에 일반인과 의료인들에게도 따듯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한센인들은 두 간호사의 간호를 받으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했다.

외면당했던 땅 소록도에서 생을 바쳐 봉사한 두 외국인의 행적은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줬다. 두 간호사 덕에 건강을 찾은 환우들의 증언이 쏟아졌고 이야기는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지난 9월 향년 88세로 오스트리아에서 선종(善終)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우리 국민의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관 앞에 마련된 고(故)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취약계층 봉사 정신' 영부인 순기능 보이나

소록도는 고 육영수 여사와 특히 인연이 깊다. 육영수 여사는 생전 고령의 소록도 한센인들에 깊은 관심을 두고 1974년 소록도병원에 병실과 진료실 등을 세웠다. 지금의 양지회기념관이다.

23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소록도 한센병 환자 치료시설인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 평생을 이국땅에서 봉사하고 있는 마리안느 수녀를 존경의 표시로 포옹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00년 이희호 여사 이후 영부인으로서는 18년 만에 다시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환우들을 격려했다.

김건희 여사의 소록도 방문은 역대 대통령 영부인으로서는 네 번째이며, 보수정당 소속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육 여사에 이어 두 번째다. 7일 소록도를 방문한 김 여사는 한센인 전문 치료·요양기관인 국립소록도병원의 치료 병동에서 한센병뿐 아니라 고혈압·기력저하 등 기저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를 위로하고, 한센인들을 위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과 소통했다.

또 43년간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인들을 돌봤던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지난 9월 선종한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생활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M 치료실'을 방문해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숭고한 정신을 새겼다.

김 여사는 의료진에게 "한센인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보고 치료하며 친구가 돼 주고 있는 의료진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록도 병원 방문에 앞서 유자체험 농장에서 만든 유자청을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일 전남 고흥유자체험관을 방문해 유자를 따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자신이 직접 딴 유자로 유자청을 만들어 국립소록도병원의 환자·의료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소록도 방문, 영부인의 임무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뜻…긍정적으로 비칠 것"

김건희 여사의 소록도 방문은 윤 대통령이 민생에 방점을 두는 시점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와의 동행'에 비중을 두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소록도는 역대 영부인 중에서도 몇몇만 몸을 낮춰 방문한 곳이라는 점에서 소외계층·여성·어린이 등 약자들을 위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며 국민을 독려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평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소록도는 외딴곳이라는 느낌과 힘든 곳이기 때문에 쉽게 가기 힘들고 특히 보수 정권의 영부인이 가기 쉽지 않은 곳"이라며 "김 여사가 소록도를 직접 방문했다는 것은 낮은 사람이던, 어떤 장소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영부인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적인 행보보다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여사는 국립소록도병원 방문에 앞서 환자·의료진에 전달할 유자청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는 한편, 고흥지역 특산물인 유자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 경제와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자 체험농장을 찾았다. 또 전라남도 순천 아랫장 전통시장에서 수산물·건어물을 비롯한 지역 특산물과 제철 농산물 등을 구매하고 판매 근황을 살피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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