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박영수, 첫 재판서 “난 몰랐다”…측근에 책임 넘겨
1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 짙은 남색 양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기실에서 나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지난 8월 구속 기소된 이후 열린 박 전 특검의 첫 재판이었다. 심리를 맡은 형사합의33부 김동현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그는 마스크를 벗고 “박영수”라고 답했다. 이어 “직업이 뭔가요? 변호사 맞습니까?”라고 묻자 박 전 특검은 “예”라고 했다.
박 전 특검은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9억원을 받고 200억원 상당의 금품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박 전 특검 변호인은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와의 공모 관계를 부인하며 “양 전 특검보로부터 (대장동 사업 청탁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특검의 최측근인 양 전 특검보는 대장동 민간 업자들과 교류하며 청탁을 중간에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자신은 보고받은 게 없어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남욱씨 등에게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관련 컨소시엄 참여와 대출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금품 및 주택 등을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2014년 말 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양 전 특검보는 이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만나 청탁 관련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함께 금품을 약정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 변호인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만나지 않았고, 관련 청탁을 받고 대가를 약정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 전 특검은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을 대장동 컨소시엄에 참여시켜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은 적 없다”며 “200억원과 주택 등을 약속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50억 클럽’ 멤버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만배씨 스스로 (50억 클럽이) 허언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양 전 특검보에게 책임을 일부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후 양 전 특검보에게 (청탁 등을) 보고받은 것을 전제로 하는데,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다거나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이나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양 전 특검보는 남욱‧정영학씨 등과 만나 대장동 사업 관련 회의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는데, 박 전 특검은 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전 특검보는 박 전 특검에게 고용된 하급자가 아니라,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변호사로서 자신의 업무 활동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특검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도 남욱씨에게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양 전 특검보가 받았을 수는 있지만 나는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특검보 측도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전달한 사람은 박 전 특검”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특검보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김만배씨 등이 ‘피고인들’에게 청탁했다고 기재돼있는데, 양 전 특검보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며 “박 전 특검이 김씨 등의 청탁을 우리은행장에게 전달했다고만 나와 있다”고 했다.
박 전 특검 등은 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공소장 등에 담긴 범죄 사실이 계속 바뀌었다면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사건은 10년 전 일로 범행 일시를 최대한 특정한 것”이라며 “수사로 확보한 증거에 따라 범죄사실을 특정해가는 만큼 영장 청구서와 공소장의 범죄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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