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은 아름답고 주윤발은 따뜻했다! 내홍 딛고 출범한 28번째 ‘부국제의 첫 밤’[2023 BIFF]

함상범 2023. 10. 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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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전당.


[스포츠서울 |부산=함상범 기자] “두근거림을 안고 힘차게 시작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는 배우 박은빈의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렸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 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단독 MC로 선다는 건 쉽게 볼 일은 아니니까. 함께 하기로 했던 배우 이제훈이 급작스럽게 건강상의 이슈가 생겨 참석이 어려워졌고, 그 빈자리를 홀로 채워야만 했으니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두근거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름다운 밤”을 “아름다운 봄”이라 실수하는 모습도 나왔지만, 그 모습마저 멋지고 아름다웠다. 떨림도 잠시 어느덧 안정을 찾은 박은빈은 연기를 하는 배우임에도, 사회마저도 안정적으로 이끌며 뛰어난 재능을 다시 한번 뽐냈다.

박은빈의 품위 있는 진행에 힘입어 올봄부터 심한 내홍을 겪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4일 오후 6시 이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꽉 채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시작된 개막식은 축제의 성공을 암시하는 듯 멋진 신호탄을 쐈다.

박은빈.


행사에 앞서 국내외 스타들이 가득 자리를 채웠다. 그야말로 별들이 부산에 쏟아졌다. 아름다운 의상으로 매력을 극대화한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반가운 미소를 보였다. 송중기, 차승원, 한효주, 유지태, 조진웅, 한예리, 전종서, 정수정, 임수정 등을 비롯해 판빙빙, 존 조, 이와이 슌지, 주윤발까지 참석해 반가움을 더했다.

개막과 함께 올해의 공로상 수상자인 고(故) 윤정희를 추모하는 영상과 더불어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고인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윤정희를 떠나보내던 순간 함께했던 곡을 연주해 의미를 더했다.

윤정희의 유작을 연출한 ‘시’의 이창동 감독은 “한국 영화에 수많은 별이 있지만 윤정희 선생님은 그 중에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라며 “10대 때부터 제 마음의 별이었던 윤정희 선생님과 함께 영화 시를 찍었던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국 영화 공로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상을 따님인 백진희 씨에게 드리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


이에 백진희 씨는 “제가 어렸을 때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부모님과 함께 영화제의 탄생을 축하하며 행복해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여러분은 변함없이 영화배우 윤정희를 사랑해주셨다. 우리 어머니는 매일 생활 속에서 환상 세계와 현실의 만남을 겪으셨다. 마치 ‘시’의 주인공 미자 같다. 지난 십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고 감사를 전했다.

송강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배우 주윤발이 영예를 안았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호스트에 나선 송강호는 “영화계 큰 형님이시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분이다”라며 주윤발을 소개했다.

홍콩을 넘어 아시아의 살아있는 전설 주윤발과 연기력만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송강호, 홍콩과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계의 상징인 두 배우가 무대에서 상을 주고받는 모습은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느껴졌다.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특별한 순간을 기념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주윤발의 연기 인생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아울러 이안 감독, 지아장커 감독, 박찬욱 감독, 배우 유덕화 등이 남긴 주윤발에 대한 헌사도 공개됐다.

주윤발.


주윤발은 “저는 1973년부터 배우를 했다. 올해로 딱 50년이 됐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홍콩 영화계에 감사하다. 또한 이 자리에 함께한 아내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걱정 없이 앞만 보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의미 깊은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리고 한국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제게 긴 시간 큰 사랑과 응원을 주셨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는 한국말로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관객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수상 소감이 끝난 뒤에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관객이 꽉 찬 객석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시간 없어! 빨리 빨리”라고 한국말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주윤발과 송강호.


1976년 영화 ‘투태’로 데뷔한 주윤발은 ‘영웅본색’(1986)과 ‘첩혈쌍웅’(1989), ‘정전자’(1989)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두 차례, 홍콩 금장상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며 중화권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았다.

또한 2000년에는 이안 감독과 손잡은 ‘와호장룡’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중국과 할리우드를 넘나드는 연기 활동뿐 아니라 검소한 생활과 더불어 자기 재산의 막대한 양을 기부에 힘쓰는 등 전 세계 팬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행동을 일삼았다.

특히 막대한 양의 기부금을 두고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잠시 보관했던 것”이란 명언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영화의전당.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고아성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폐막작은 유덕화 주연의 ‘영화의 황제’(감독 닝하오)다.

심각한 내홍 때문에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부재로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가 되어 포문을 여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69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포함한 269편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총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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