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항저우] 장미란 차관의 "권순우, 비매너 유감", 예삿말이 아닌 이유

권수연 기자 2023. 9.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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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상당히 유감스럽다" 한국 테니스 대표팀 권순우(당진시청)가 경기 후 비매너 사건으로 한바탕 언론을 휩쓸고 난 후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말이다.

앞서 권순우는 전날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테니스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636위인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세트스코어 1-2(3-6 7-5 4-6)로 패해 탈락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권순우는 들고있던 라켓을 코트와 벤치에 여러번 휘둘렀다. 라켓이 박살이 나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몇 차례 더 패대기치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악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카시디트에게는 무시로 대응했다. 이는 곧바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로서 성숙하지 못한 행위라는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이후 후속보도로 당시 코트에서의 상황도 함께 밝혀졌다. 카시디트가 경기 중간 흐름을 끊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기도 하고,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며 경기를 지연시켰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것은 심리전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모두 선수 측에서 요청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카시디트는 2세트 승리 직전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해 흐름을 한 차례 끊고, 3세트에서 권순우가 추격해오자 또 한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도의적으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상대 행위가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본인 역시 심리전을 펼쳐 충분히 똑같이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쫓아가는 상황이 된 권순우는 조급했고, 이를 경기 후 감정적으로 표출하는 방법 외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아직 권순우에 대한 징계 논의는 없다"고 밝혔고, 권순우도 대한체육회를 통해 자필사과문을 부랴부랴 공개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아직 싸늘하다.

경기 후 패배에 격노한 권순우가 라켓을 내려치고 있다, 웨이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테니스 단식 2회전에서 패한 권순우가 라켓을 부수고있다, X (구 트위터) 

이 가운데 "상대 선수가 그런 불쾌한 행위를 했으니 한번은 넘어가자", "경기하다보면 라켓을 부수는 일은 테니스에서 종종 보인다. 과도한 비판은 하지말자"며 일부 권순우를 보호하는 댓글도 간혹 보이지만 "국가대표로써 미성숙한 처사였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지난 26일, 권순우의 해당 행위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 차관의 해당 발언은 단순히 부정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같은 스포츠인의 한 마디로 들여다보면 훨씬 묵직하다. 

장 차관은 현역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75kg이상 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탕궁홍이 무리하게 용상 금메달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당시 장 차관은 165kg으로 용상 중량을 사전 신청했는데, 금메달을 노렸던 탕궁홍이 훨씬 무거운 172.5kg을 적어냈던 것이다.

해당 무게는 당시 탕궁홍에게도 상당히 힘겨운 무게였다. 용상 1차 시기는 당연히 실패로 돌아갔다. 장 차관은 당시 2차 시기까지 합계 10kg을 더 여유있게 앞서갔다. 그러나 탕궁홍은 여기서 불가능에 가까운 182.5kg으로 중량을 더 올렸다. 

탕궁홍은 바벨 축이 크게 흔들리는, 떨어뜨리기 직전의 엉거주춤한 자세로 간신히 3차 시기를 성공했다. 결국 금메달은 탕궁홍의 목에 걸렸다. 이에 대한 판정 논란이 한 차례 있었지만 장 차관은 "어쨌든 역도 선수로서 3차 시기에서 증량해서 들어올렸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수긍하며 깨끗하게 은메달을 받아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나섰던 당시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연합뉴스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했고, 경쟁 후에는 상대의 결과를 존중할 줄 알았던 장 차관은 후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75kg이상 급에서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는 분명 권순우보다 500계단 이상 랭킹이 훨씬 낮은 선수다. 상위급으로 판단되는 상대를 이기려면 흐름을 끊는 등의 심리전을 병행하는 것도 작전의 일부다. 이는 비단 테니스 뿐만이 아니라 타 프로스포츠에서도 종종 활용되는 방법이다. 이를 적절히 읽고 되사용할 줄 알고, 상대에게 말려들어 패배했다면 순순히 인정할 줄도 아는 것이 올바른 스포츠인으로서의 자세다.

경기 중에는 선수로서 격렬한 승부욕을 표출할 수 있지만 경쟁이 끝나고 나서는 감정을 포함해 뒷정리를 잘해야한다. 스포츠는 시작 휘슬이 터지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만 전쟁터다.

이 가운데 권순우는 27일 오후, 홍성찬(세종시청)과 더불어 남자 복식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을 둘러싼 논란이 과열된 가운데 일본의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카이토 조를 상대로 어떤 대결을 펼칠지 대중의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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