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김순호 ‘프락치 자료’ 유출 건 강제수사 착수···“언론탄압 목적”
A씨 자택과 차량·휴대전화 압수수색
존안자료 언론 유출, 지난달 직접 고발장
김순호 전 경찰국장(현 경찰대학장)의 ‘프락치’ 활동이 담긴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존안자료가 보도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인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김 전 국장이 “자료유출 경위를 수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 1년 만이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김 전 국장의 대학 동기 A씨의 자택과 차량,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김 전 국장과 같은 시기 녹화공작 대상자로 징집된 A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녹화공작이란 보안사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군에 징집한 뒤 교내 동향 등의 첩보를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을 말한다.
김 전 국장은 자신의 존안자료가 언론으로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며 지난달 직접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 전 국장의 정보원 활동 이력이 보도될 당시 김 전 국장의 존안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은 국가기록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이었다. 경찰은 이 기관 공무원 중 하나가 자료를 유출했다고 판단하고 5·18 조사위 등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김 전 국장의 존안자료가 어떻게 언론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기자의 이름, 연락 횟수 등을 언급하며 연락 목적을 추궁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A씨를 포함한 김 전 국장의 성균관대 동기들은 김 전 국장이 경찰국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사에 비판 인터뷰를 했었다. A씨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인 나를 압수수색한 걸 보면 내 휴대전화를 보고자 했던 게 목적같다”면서 “결국 언론을 엮으려는 수사”라고 했다.
이어 “경찰이 압수수색 근거로 언론인과 여러 차례 전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면서 “이것이 영장신청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고 발부가 됐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언론 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관계자는 “공직자의 과거 행동이나 부적절한 행적에 대해 제보한 것이기 때문에 공익제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제보자를 색출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보복 행위로 볼 수 있어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에 제보한 취재원을 색출하는 수사를 한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압수수색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함에도 참고인을 압수수색하고, 이를 근거로 다시 다른 강제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경찰의 수사 편의주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한) 명백한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혐의가 공무상 기밀누설죄라 공무원이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수사가 언론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부분에 대해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자료 유출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니까 고발한 것”이라며 “국가기관에 의해 엄정하게 보존되어야 할 기록문이 유출되는 건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보도 이후 1년이 지나서야 고발한 이유에 대해선 “직위를 이용한다는 오해가 없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도와 목적에 따라 언론의 책임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의 존안자료엔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의 동향보고가 자세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국장이 담당한 서클은 농촌문제연구회, 동양사상연구회, 휴머니스트, 심산연구회, 고전연구회 등 5개였다고 한다. 동양사상연구회와 심산연구회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으로 구속된 뒤 고문 후유증 끝에 분신 사망한 최동 열사가 속했던 곳이다. 김 전 국장은 전역 이후 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되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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