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 논란, 학폭 검증 못한 제작진도 공범[포커스]

이이슬 2023. 9.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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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뺏고 술·담배 심부름…유흥비 탕진 주장
'더 글로리' 일진役 "실제야 연기야?" 비판
SNL·프라다 직격탄, 출연자 검증 문제 도마
김히어라[사진출처=연합뉴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지독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복수를 동력 삼아 달려가는 문동은의 처연한 삶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된 시즌1에 이어 지난 3월 시즌2까지 16부작에 걸쳐 완성됐다.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출연 배우 모두가 골고루 주목받았다.

배우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가 건져 올린 신예다. 극에서 송혜교(문동은 역)를 괴롭힌 가해자 이사라로 분했다. 신을 앞세워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역할이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룬 '더 글로리'는 출연자 검증에 자신만만했다. 또 다른 출연 배우 차주영은 인터뷰에서 "실제 배우들에게 과거에 학교 폭력이 없었는지 직업 확인하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줄이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한 인간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야기를 연기하는 배우의 캐스팅이 중요해서다.

그러나 시즌2가 종영 후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출연자의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일진이 연기한 일진을 봤다"며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더 글로리'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6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김히어라가 2004년 강원도 원주 상지여자중학교 재학 당시 악명 높은 일진(노는 학생) 모임인 '빅상지'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빅상지는 갈취, 폭행, 폭언으로 지역에서 악명이 높은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매체가 지난 5월 받은 제보에 따르면, 피해자는 "상지여중 일진 욕설을 드라마에서 다시 들을 줄 몰랐다"고 호소했다. 폭언과 폭행을 통해 갈취한 돈은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김히어라는 중학교 3학년 때 교실 절도 사건에도 휘말렸다고. 당시 사회봉사 처분을 받고 보육원이나 수녀원 등에서 2주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김히어라는 일진 모임 활동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가담은 부인하며 자신을 방관자였다고 해명했다.

소속사 그림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공식입장을 준비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보도된 내용처럼 김히어라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절도를 저지르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게 사실이라면, '더 글로리' 속 가해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들에게는 명백히 2차 가해다. 물론 완전한 검증은 사실상 불가하나, 출연자 검증에 실패한 제작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날개를 달았다. 이후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에 악귀 겔리 역으로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앞서 학교 폭력으로 공백기를 가진 조병규가 주연을 맡아 갑론을박이 이어진 작품이다. 학교 폭력 의혹 보도는 드라마 종영 후 불거졌다.

일진 학폭 의혹 보도 매체는 "취재가 지난 6월 끝났다"고 했다. 김히어라 측이 "드라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부탁해서 보도를 3개월간 유예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소속사 측은 최근 김히어라의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추진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사안에 경각심을 갖지 않은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에 또 한 번 학폭 폭탄이 터졌다. 김히어라를 검증 없이 캐스팅하려던 작품들은 뒤늦게 부랴부랴 손절에 나섰다. 자질 검증을 생략한 채 인기가 있으니 덮어 놓고 붙잡기식 캐스팅이 낳은 결과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김히어라를 호스트로 섭외한 OTT 쿠팡플레이 측은 'SNL 코리아4' 예정된 녹화를 취소하고 "9일 방송 예정이던 9회를 결방한다"고 알렸다.

뮤지컬 '프리다' 측은 오는 18일 예정한 인터뷰 등 일정 조율에 나섰다. 김히어라가 오는 9, 10, 12일을 비롯해 10월까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에 부닥쳤다.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더 글로리' 제작진은 학폭 의혹에 휩싸인 김히어라를 통해 가해자의 모습을 그렸다. 드라마, 공연, 예능 등 다양한 작품에서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언제까지 "완벽한 검증은 힘들다"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출연자의 출연 검증 시스템을 더 강화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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