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오정세 "작은 손길이 모여 세상을 바꾸죠"

이이슬 2023. 8.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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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정세 인터뷰
SBS 드라마 '악귀' 민속학자役
김은희 작가와 두 번째 만남
"나를 더 사랑하는 오늘이 되길"

배우 오정세(46)는 이름 석 자만으로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영화 '부당거래'(2010)에서 악랄한 기자로 분해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3년 만에 주연을 꿰찼다. '남자사용설명서'(2013)에서 톱스타 승재로 분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은 그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시대를 앞서간 영화에서 선보인 절박한 연기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작품으로 여전히 회자된다. 1000만 영화 '극한직업'(2019)에서 창식이, 테드 창으로 분해 신하균과 나누던 유쾌 살벌한 연기도 잊지 못한다.

오정세[사진제공=프레인TPC]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악귀'에서 민속학과 교수 염해상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장소에 만난 오정세는 "'남자사용설명서' 승재가 없었다면, '악귀'의 염해상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상업영화 주인공인 승재 역을 맡았을 때 나를 향한 물음표가 컸다. 당시 조연을 계속 맡아왔기에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 승재를 통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덕분에 오늘날 해상 역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정세는 자신을 승재 역에 발탁해준 이원석 감독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4월 개봉한 감독의 신작 '킬링 로맨스'에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찜질방 장면에서 열연은 극을 한층 풍성하게 완성했다. 오정세는 "인생의 선물을 주신 감독"이라고 했다. 그는 "좋든 아니든, 설령 결과가 아쉽거나 속도가 느리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꽉 차 있다"며 남다른 의리를 과시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2019), SBS '스토브리그'(2020), TV조선 드라마 '엉클'(2021) 등에서 드러낸 진지한 얼굴도 강렬했다. 인간적인 그의 얼굴은 관객, 시청자를 무장해제 시키고, 어느새 극 안으로 깊숙이 당기는 힘을 낸다. 그렇게 오정세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어떤 작품은 재밌어서, 어떤 작품은 연기로 놀고 싶어서. 또 제작진에 대한 믿음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작품마다 에너지가 다른데, 해상은 함께 성장한 역할이다. '악귀'를 통해 나도 함께 성장했다."

오정세[사진제공=프레인TPC]

김은희 작가와 '지리산'(2021)에 이어 '악귀'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민속학과 교수인 해상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고 했다. 오정세는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고리타분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는 버거울 수 있지만, 김은희의 세계에서는 분명 후반부에 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은 누군가를 구하는 인물이다. 그 발걸음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인간적인 정서가 좋았고 그래서 더 아등바등하려 했다"고 했다.

오정세는 해상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가 자칫 숨 쉴 공간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코믹하고 유쾌한 모습도 녹여내고 싶었다. 내 장기를 작가님도 주문하셔서 해상의 성격 안에서 유쾌함을 그리고 싶었다. 다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위험하면 바꾸겠다고 말씀드린 후 연기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잘 녹아들었다"고 만족했다.

'악귀'는 무시무시했지만, 촬영장에서 그를 공포에 떨게 한 존재는 악귀가 아니었다. 오정세는 "벌레가 악귀나 추위보다 더 무서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는 "바닥을 들추기만 하면 바퀴벌레가 나왔다. 숲속 장면을 촬영할 때도 눈만 뜨면 지네가 보였다. 그나마 산속 촬영이 덜 무서웠는데, 조명이 없어서 벌레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해가 뜨면 큰 지네와 벌레들이 보여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프레인TPC, SBS '악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로하려면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게 어려우면 경건한 마음이라도 가지세요."('악귀' 염해상 대사中)

오정세는 이 대사가 마음을 툭 쳤다고 했다. 이는 해상의 큰 뿌리가 된 정서가 됐다. 그는 "안갯속이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해상의 마음은 충분히 알 거 같았다.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마음, 쓰레기를 줍는 작은 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았다. 작은 손길이 모여 큰 가치를 만든다"고 했다.

'악귀'가 품은 메시지를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거라는 오정세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재미를 추구한 드라마지만 사건과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청춘'이 보인다. 해상을 만나면서 저도 성장했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늘 노래를 들으며 집중하는 편인데, '악귀'를 촬영하면서는 허회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2022)과 김일두의 '나는 나를'(2019)을 들었다. 나는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해'라는 가사가 와닿았다. 모두에게 나를 더 사랑하는 오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오정세[사진출처=AFP·연합뉴스]

오정세는 지난 5월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에 다녀왔다.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거미집'(감독 김지운) 출연 배우로 레드카펫도 밟았다. 그는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영광스러운 무대지만 거창한 느낌보다 좋은 동료들과 소풍처럼 다녀왔다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즐기면서 다녀올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한 인물이 부각된 영화라기보다 앙상블 영화라는 점에서 더 특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정세는 "레드카펫을 지나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가서도 신나게 즐겼다. 마치 엄마, 아빠 손잡고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영화인이 객석에 보였다. 그 소중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런 기운들이 생소하면서도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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