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록 스피릿은 나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

임지우 2023. 8. 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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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헤드라이너 출연…"'코리안 록' 적립이 우리 밴드 목표"
"신곡 작업, '0'에서 다시 시작…자전거 탈 수 있는 한 현역일 것"
김창완 밴드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언젠가 록이 젊은이들에게 '서자'가 아닌 '적자'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유와 부르짖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젊은이들의 바람이 록을 향유하는 것으로 표현이 됐으면 합니다."

50년 가까이 한국 포크 록의 중심을 지켜온 가수 김창완이 김창완 밴드를 이끌고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지난 6일 오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 3일 차 축제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나선 김창완은 이날 무대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산울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대규모 록 페스티벌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헤드라이너로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창완 밴드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7년 밴드 산울림으로 음악을 시작한 김창완은 산울림 해체 이후 김창완 밴드를 결성해 현재까지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며 한국 록의 중심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록 음악을 향해 반세기 넘게 지켜온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록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세간의 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창완은 "'록 스피릿'이 젊은이들에게 (실현할 수 없는) 희망 사항이 되어간다는 느낌은 받는다"고 답했다.

"록은 아직도 '서자' 같은데요. 젊음과 자유, 이런 것들이 함축된 것이 록 스피릿인데 이것들이 점차 젊은이들에겐 희망 사항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김창완 밴드의 목표는 전신으로 여겨지는 산울림 음악 계승을 넘어 '코리안 록'을 적립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산울림은 이제 없는 밴드지만, 김창완 밴드로서 제가 꼭 하고 싶은 것은 '코리안 록'의 적립이에요.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 세대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완 밴드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날 펜타포트 무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산울림의 초창기 곡을 선곡했다.

이번 선곡을 두고 "한국 록의 원류를 찾아서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이 곡을 아마 처음 들을 20∼30대 젊은 관객과 어떤 '케미스트리'를 이룰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울림으로 인기의 절정을 맛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김창완은 옛 영광을 돌아보기보다 초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산울림 시절을 기억하는 팬을 위해 지금까지 '추억 파먹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한 그는 "오히려 그런 행위가 그분들을 더 늙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순수하게 초심을 갖고 계속 정진하는 것이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창완 밴드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0여년의 음악 경력에도 최근 김창완 밴드로 신곡 작업을 하면서는 다시 '0'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 독일의 가수 클라우스 노미의 음악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나름 스스로 록의 선두 주자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제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록을 정리해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수식어가 언제까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자전거 탈 수 있으면 계속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일 라디오 방송을 하러 목동까지 20㎞ 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요. 그때마다 마주치는 한쪽 다리 없이 외발로 자전거를 타는 분이 계세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죠. 저도 뭐, 그렇게라도 굴리겠습니다."

김창완 밴드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창완이 생각하는 '록 스피릿'은 무엇일까.

그는 "세상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순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분고분하지 마라, 그리고 순수해라. 근데 그 대상이 꼭 기성 세대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탁한 모습을 보여주고 탁한 일을 경험하겠죠. 그러나 나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 두 가지를 지키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산울림은 그랬어요."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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