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진선규·김해숙 ‘악귀’보다 소름 돋는 연기력 ②

김지혜 2023.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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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진선규, 오정세, 김해숙 (사진=IS포토)

싱거운 국에 조미료를 넣고 감칠맛을 더하듯. 배우 오정세와 진선규, 김해숙의 안정된 연기력이 SBS 금토드라마 ‘악귀’의 장르적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 오정세, 사회성 결여된 민족학 교수에 ‘매력’ 한 스푼 

‘악귀’ 오정세 스틸컷. (사진=SBS 제공)

오정세는 극 중 민족학 교수이자 악귀를 보는 염해상을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귀신(鬼神)을 볼 수 있었던 염해상은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집요하게 추적해 온 인물이다. 그냥 ‘악귀’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표현하면 딱 일 것 같다. 그 탓인지 사회성도 떨어지고 늘 무표정이다. 

그렇다고 해상이 무작정 사람을 막 대하거나 안하무인이지는 않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에게 냅다 질문을 쏟아내는 산영(김태리)을 진정시키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악귀에 씐 후 혼란스러워하는 산영에게 조력자가 돼 주기도 하면서 가끔씩 툭툭 내뱉는 농담으로 인간미를 보여준다. 

영화 ‘극한직업’ 오정세 스틸컷. (사진=CJ ENM제공)
‘노잼’인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건 오로지 오정세의 역량이다. 영화 ‘극한직업’ 테드창을 비롯해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승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노태규 등 오정세는 코믹한 캐릭터에서 두각을 보이다가도 드라마 ‘엉클’,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등에서 진중한 모습으로 보는 이를 울린다. 그야말로 연기로 사람들을 웃고 울린다. 그런 그가 ‘악귀’에서는 무뚝뚝하고 냉철한 염해상으로 완벽히 분해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오정세가 연기하는 염해상은 주야장천 귀신 이야기만 하는 현실과 거리가 먼 캐릭터다. 그런데 오정세는 이런 염해상 캐릭터를 진지하고 설득력 있게 잘 이끌고 갔다”라고 호평했다.

◆ 진선규, 짧지만 강력한 눈빛으로 ‘소름’ 한 스푼 

‘악귀’ 진선규. (사진=SBS 방송 캡처)

진선규는 ‘악귀’에서 이야기의 시작인 구강모 역으로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폭우가 내리던 밤 집에서 ‘댕기’라고 적힌 책을 발견한 강모는 “문 좀 열어봐”라는 소리에 문을 연다. 그렇게 그는 천장에 목을 매달아 숨진 채로 발견된다. 

극 중 산영의 아버지이자 전 민속학 교수인 강모는 ‘악귀’의 정체를 알고 있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다만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배우들의 회상신이나 귀신으로 등장하는 게 전부다. 이 때문에 한 커뮤니티에는 “진선규 분량이 왜 이렇게 적나요?”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사기도 했다. 사실 진선규는  ‘악귀’ 특별출연이다.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탓에 이런 해프닝이 생긴 것이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사진=CJ ENM제공)
본래 진선규는 극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로 유명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는 장첸(윤계상)의 오른팔 위성락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영화 ‘극한직업’, ‘사바하’, ‘돈’, ‘승리호’에 출연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이제 진선규는 주연으로 발돋움했지만 그럼에도 큰 역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진선규는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으로 주연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쳤다. 특히 ‘악귀’에 의해 조종당하는 모습부터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을 때 진지한 눈빛까지 보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해숙, 타락한 인간의 ‘분노’ 한 스푼 

‘악귀’ 김해숙. (사진=SBS 방송 캡처)

김해숙이 연기한 나병희는 ‘악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 중 하나다. 해상의 친할머니이자 중현캐피탈 대표인 나병희는 1958년 무당에게 돈을 주고 여자 아이 이목단(박소이)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다. 

김해숙은 ‘악귀’ 6화에서 제대로 등장한다. 호화로운 저택에서 단절된 채 살아가는 나병희를 연기하는 탓에 대부분 의자에 앉아 있는 상반신 장면이 전부이지만, 김해숙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해상에게 “우리가 아니었다면 네가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었을 거 같아?”라며 과거에 자신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나병희란 인물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 ‘도둑들’ 스틸컷 왼쪽 김해숙 (사진=쇼박스 제공)

김해숙은 ‘국민엄마’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영화 ‘도둑들’ 등 다양한 작품들을 오가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렇기에 비교할 수 없는 연기 스펙트럼으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식을 준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김해숙의 연기는 ‘구관이 명관이다’는 말을 절로 나오게 한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악귀보다 더 악귀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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