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현장] 한국 수영史 바꾸는 ‘박태환 키즈’들...오늘 밤 일 낼까

후쿠오카/박강현 기자 2023. 7.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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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자유형 200m 세계선수권 결선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두 명 동반 진출
계영 800m에서도 메달권 노려

“한국 수영에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황선우)

“수영 강국도 해내기 쉽지 않은 걸 우리나라가 해냈네요. 최초로 일을 이뤄내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이호준)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왼쪽)와 이호준. /연합뉴스

한국 수영사(史)에 새로운 이정표가 수립됐다.

황선우(20·강원도청)와 이호준(22·대구시청)이 24일 나란히 2023 일본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 진출했다. 총 16명이 8명씩 준결선 1·2조로 나눠 실력을 겨룬 결과 황선우는 전체 3위(1분45초07), 이호준은 전체 6위(1분45초93)로 결선 무대에 안착했다.

25일 오후 8시 2분에 열리는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선 한국 선수 2명이 동시에 경영 종목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물살을 가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황선우의 결선 진출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결과였지만, 이호준이 결선에 합류한 건 기대를 뛰어넘은 일이다. 그만큼 한국 수영이 상향평준화 된 채 발전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 수영은 세계무대에서 ‘천재’ 한 명에 의존해 왔다.

전(前) 수영선수 박태환. /뉴스1

그 천재는 다름 아닌 박태환(34)이었다. 아시아권을 넘어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과시한 선수는 여태껏 박태환 한 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이름을 알렸던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200m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가 세계적 수준의 기량에 도달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젠 ‘박태환 키즈’들이 전면에 등장해 한국 수영 역사를 바꾸고 있다. 2003년생 황선우, 2001년생인 이호준은 박태환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수영 선수의 꿈을 안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이들에게 박태환은 때론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이면서도 언젠가는 극복해야 될 대상이었다.

시작을 끊은 건 황선우였다.

황선우가 24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거침없이 역영하며 깜짝 활약한 황선우는 지난해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한국신기록(1분44초47)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도쿄 올림픽 당시 박태환의 기존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뒤 본인의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의 주종목은 아니었지만, 2008 베이징 및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땄을 정도로 강점을 보인 코스였다.

황선우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메달을 넘어 ‘금빛 역영’을 꿈꾸고 있다. “포디움(메달 시상대)을 목표로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한 황선우는 “지금 1분44초대의 베스트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내일 잘 준비해서 저도 1분44초대, 더 나아가서 1분43초대까지 기록을 끊어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저는 메이저 대회에 나올 때마다 항상 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호준이 24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부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역영하는 모습. /뉴스1

이호준도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자유형 200m 전체 6위에 오르며 자신의 개인 종목 첫 세계선수권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록 자신의 자유형 200m 최고 기록(1분45초70)을 깨진 못했지만 단거리 신흥 강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호준은 특히 황선우의 아시아권 라이벌로 여겨졌던 중국의 ‘신성’ 판잔러(19)를 제쳤다. 판잔러는 지난 5월 중국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65의 성적을 작성하며 황선우를 위협했다. 그러나 판잔러는 이날 전체 공동 10위(1분46초05)에 머물며 결선행이 좌절됐다. 현지에 있는 중국 취재진들은 이호준에게 다가가 비결을 묻기도 했다.

경기 후 이호준은 “경기에 임하기 전에 (황)선우와 꼭 결선에서 만나자고 다짐을 했는데, 동생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면서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개인전을 뛰지 못했는데, 1년 사이에 이렇게 성장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개인전 결선에 같은 국적의 두 선수가 참가하는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굉장히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뻐했다.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계영 800m 입상을 꿈꾸는 수영 양재훈(왼쪽부터),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뉴스1

둘은 또 다른 ‘황금 세대’ 김우민(22·강원도청), 양재훈(25)과 함께 후쿠오카에서 28일부터 열리는 남자 계영 800m 부문 메달 합작까지 노린다. 계영 800m는 네 선수가 자유형을 200m씩 헤엄쳐 최종 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자유형에 강한 한국 선수들은 후쿠오카에서 일을 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한국 수영의 시계가 다시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25일 열리는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황선우는 3번 레인, 이호준은 7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른다. 결코 외롭지 않은 두 선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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