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뷔 박장현 "'노래 신선하다'는 선배들 칭찬에 힘냈죠"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앨범을 몇 장 냈다는 이유만으로 뮤지컬의 주연을 맡는다고 생각하니 뮤지컬 배우를 꿈꾼 동생에게 미안했어요."
가수 박장현(34)은 뮤지컬 '할란카운티'에 출연을 결심하던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룹 '브로맨스'로 활동하다 2021년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 4위를 차지하며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동생이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을 당시 앙상블에서 주연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웠다"며 "그런데 제가 뮤지컬에 출연한다니 미안했고, 동생의 꿈을 꺾는 듯한 느낌이 들어 늘 도전을 피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바꾼 것은 동생의 격려였다. 동생은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는 오빠에게 뮤지컬 출연을 강하게 권유했다.
"어느 날 동생이 '왜 뮤지컬을 하지 않느냐'고 먼저 말했어요. 뮤지컬과 잘 맞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죠."
이달 폐막을 앞둔 '할란카운티'에서 박장현은 우연히 광부들의 파업에 동참한 소년에서 광부들을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는 다니엘을 연기했다. 처음 선 뮤지컬 무대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바탕으로 탄탄한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뮤지컬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막상 그는 출연을 결심한 뒤에도 책임감과 부담감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자신 역시 오랜 뮤지컬 팬이었기 때문에 가수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어 연습할 때는 저 자신이 민폐처럼 느껴졌다"며 "연기가 더하기, 빼기처럼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 마음처럼 안 따라줬다. 연기가 맞는 길이 아니구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함께한 뮤지컬계 대선배들은 좌절감을 느낀 박장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작품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장현은 "함께 작업한 류정한 선배, 안재욱 선배를 포함해 많은 선배가 노래에 대한 제 노력을 인정해주셨고, 제 노래가 신선하게 들린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그 말을 듣고 부족한 점은 그대로 인정하고 채워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들은 제가 감정을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는 게 신기하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저는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들을 잴 줄 몰라서 그러는 건데, 신선하다고 평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백했다.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은 무대에서 선배와 동료들을 보며 채워나가고 있다. 그는 가수 출신 배우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룹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뮤지컬을 보는 시야를 넓혔다.
박장현은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내 주변 캐릭터의 관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무대 전체를 보려고 한다"며 "무대의 분위기가 차가운지 뜨거운지 파악하는 법도 배우면서 점차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무대와 역할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그는 장기인 고음과 힘 있는 목소리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무대가 반복되면서 뮤지컬만의 매력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 관객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어 새롭다"며 "짧은 호흡의 가요와 달리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나눌 수 있어 설렌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는 나랑 안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피해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길이 생긴 느낌"이라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된 박장현의 목표는 어떤 극이든 무대에 어울리는 배우로 성장하는 것이다.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관객이 찾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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