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적당한 노출, 필요한 순간 있어" [인터뷰]

정한별 2023. 6. 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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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스크린 복귀
동생 세상 떠나고 느낀 죽음의 무게
박하선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배우 박하선은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 적당한 노출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느낀다. 그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위해 용기를 낸 이유다.

박하선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을 담았다.


동생 떠올리게 만든 시나리오

박하선이 동생을 떠올렸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박하선은 명지를 연기했다. 과거 작은 방에서 시나리오를 읽던 그는 펑펑 울었다. 2019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하늘의 별이 된 동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나 밥 잘 먹어, 잘 자' 처럼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편지 내용이 동생이 해주는 말인 듯 느껴졌단다. 발달 장애가 있던 동생과 관련해 남편 류수영은 박하선에게 "참 천사 같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류수영은 "네 동생은 누군가를 해친 적이 없잖아"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천사라서 하늘이 데려갔다는 생각은 박하선에게 위로로 다가갔다. 명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박하선은 '난 이 여자를 알아'라는 믿음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 그는 "영화 속 명지를 보며 나처럼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하선은 남편을 잃은 명지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살을 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평소 몸무게는 53kg 정도였지만 48kg이 될 때까지 살을 뺐단다. 매일 운동을 하고 입맛이 도는데도 이전처럼 먹지 않았다. 박하선은 "빼고 찌우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며 "당시 예민했는데 남편이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운전을 할 때 화를 내는 등 평소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도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괜찮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힘 빼고 연기한 박하선

박하선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언급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과거의 박하선은 연기를 무조건 '열심히' 했다. 대본을 계속 읽고 준비하고 연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노력과 성취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하선은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했는데 남편이 '너 너무 열심히 하더라. 너무 열심히 하면 갇혀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돌아본 박하선은 자신이 너무 힘을 준 채 연기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생각이 달라진 그가 힘을 빼고 연기한 작품이다.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원작을 읽었고 천천히 준비하며 명지에게 가까워졌다.

배우들과의 매끄러운 호흡은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김남희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 출연했는데 박하선은 과거 이 작품을 보고 '저 배우랑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박'이라고 느꼈단다. 전석호에 대해서는 "'범죄도시3'처럼 러블리하다. '석블리(석호+러블리)다'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형이었던 박해일과 언젠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말도 들려줬다.


박하선에게 찾아온 변화

박하선이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설명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속 샤워 장면에는 박하선의 용기가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을 언급하며 "방송 때문에 이런저런 영화를 보게 되는데 바스트 샤워 신으로 끝나는 게 아쉬울 듯했다. 집에서 거울을 봤는데 옆, 뒤 정도는 보여도 될 듯했다.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이 구도 어떠냐'면서 시안을 보내주셨다. 그런 걸 편하게 얘기하고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적당한 노출은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박하선은 이전처럼 일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제대로 깨닫게 됐다. 그는 "20대에는 일밖에 없었고 일을 안 할 때는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왜 그렇게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식을 취하면서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단다. 촬영장은 여전히 가고 싶은 장소이지만 이제 그는 배우가 아닌 인간 박하선도 사랑하는 중이다. 박하선에게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다.

한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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