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폭염의 시작…'들쭉날쭉' 변동성 클 올 여름

박상욱 기자 2023. 6. 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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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88)
주말 사이, 올여름 첫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토요일엔 대구와 광주, 강원 춘천과 전북 완주, 경북 구미와 김천 등지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데 이어, 일요일엔 서울과 경기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지난주와는 상반된 날씨가 찾아온 겁니다.

지난주, 한반도 상공엔 영하 10~15℃의 차가운 공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강한 햇볕에 지표의 온도가 올라가도, 바람은 쾌적했던 것은 이러한 찬 공기 덕분이었습니다. 대기 상층에 차가온 공기가 자리하고, 하층엔 햇빛으로 덥혀진 공기가 위치하면서 대기는 불안정해졌습니다. 전국 곳곳에 소나기뿐 아니라 돌풍과 천둥·번개, 우박 등이 잇따랐던 이유입니다. 이는 극지방의 고온 현상으로 한 대전선 제트기류, 이른바 '북극 제트'가 뱀처럼 구불거리는 사행(蛇行)을 하게 됐고, 그렇게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듯 내려온 찬 공기가 한동안 그 위치를 고수하는 블로킹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마치, 온난화로 한겨울 이상 한파가 찾아오는 것과 같은 상황이 6월 초에 벌어진 겁니다.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한반도 대기 상층(500hPa)의 온도 분포 (자료: 기상청)
그런데, 이 찬 공기는 점차 동쪽으로 이동했고, 16일부터 한반도 상공엔 더 이상 찬 공기가 자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기온뿐 아니라 기온과 습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체감온도 역시 치솟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기온이 아닌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게 되면서, 제트기류의 이동과 함께 올해 첫 폭염특보가 찾아왔고요.

올해부터 폭염특보는 ①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것으로 예상되거나 ②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의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폭염경보는 ①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것으로 예상되거나 ②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의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지고요. 기존의 기준에서 '기온'을 '체감온도'로 바꾼 새 특보 체제는 지난 5월 15일부터 본격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30℃를 넘어섰고, 대전은 32.5℃, 춘천은 31.4℃, 대구는 34.2℃까지 치솟았습니다. 일요일엔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전날보다 더 올랐습니다. 서울은 32.6℃, 대전 33.1℃, 광주 33.5℃, 춘천 33℃ 등 하루새 낮 최고기온이 1~2℃도 가량 더 올랐죠. 주말새 '전국 최고기온'이 기록된 곳은 경기 여주의 금사 AWS와 양평의 옥천 AWS였습니다. 토요일엔 35.8℃, 일요일엔 무려 36.3℃가 기록됐습니다.

폭염에 대한 걱정은 지난달, “슈퍼 엘니뇨가 찾아온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이때부터, 각종 폭염 대책도 쏟아지기 시작했죠. 정부는 저소득층 대상 냉방 지원에 1천억원 가량의 예산을 쏟는다고 발표했고, 각 지자체 역시 각종 맞춤형 대책들을 내놨습니다. 도대체 올여름, 얼마나 더울 걸로 예상되기에 그런 걸까요. 실제 올해 '역대 최악의 폭염' 기록이 깨질 수 있을까요. 하나하나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국 단위의 관측이 본격화한 1973년 이래로 지난 50년간의 여름 기온을 살펴봤습니다. 해마다 '헉헉대는 더위'에 30℃는 가뿐히 넘었었던 것 같은데, 기록은 기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50번의 여름 가운데 평균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선 것은 불과 3번뿐이었습니다. 1994년과 2013년, 그리고 2018년이었죠. 소위 '역대급 더위'로 기록된 해였습니다. 1994년, 여름철 평균 최고기온은 30.7℃에 달했습니다. 두 번째로 더운 여름은 2018년으로, 평균 최고기온은 30.4℃를 기록했고, 2013년도 30.1℃로 30℃를 넘었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인 만큼, '대프리카(대구)'와 '광프리카(광주)', '서프리카(서울)' 등을 넘어, 겨울엔 뼛속 시리도록 춥고, 여름에도 서늘한 대관령 등 전국 각지의 기온이 고르게 올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당장 지난 일요일(18일)만 하더라도, 대관령의 일 최고기온은 26.6℃, 서귀포의 최고기온은 25.9℃, 백령도는 22.4℃에 그쳤고, 충남 태안의 가대암 AWS엔 최고기온 기록이 17.9℃에 불과했습니다.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를 기준으로도 '역대급 여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일수를, 열대야일수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의 일수를 의미합니다. '역대 최장 폭염' 타이틀은 2018년이 쥐고 있습니다. 그해 전국 폭염일수는 31일로, 전국 단위 통계의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일을 넘었습니다. 2위는 '평균최고기온 1위' 1994년(29.6일), 3위는 2016년(22일) 순이었습니다. 50년 평균 폭염일수가 10.2일인 것에 비춰보면, 얼마나 오랜 시간 폭염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열대야의 경우, 1994년이 16.8일로 역대 가장 길었고, 2018년 역시 16.6일로 매우 길었습니다. '평균최고기온 3위'인 2013년은 열대야일수 또한 3위(14일)에 올랐습니다. 폭염일수와열대야일수 모두, 추세선을 그려보면 공통적으로 '우상향'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갈수록 폭염과 열대야가 늘어만 가는 겁니다. 이런 추세만 보더라도, 올해가 더 더울 것이라는 예상은 그저 통계적으로만 보더라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지난 5월 17일, 동해와 강릉의 기온이 34℃를 넘어서고, 충청과 호남지역에서도 30℃ 넘는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이른 폭염이 올 여름 최악 폭염의 전조”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과연, 첫 폭염일이 빠르면 그해 여름이 무더울까요.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앞서 '여름철 평균최고기온',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등 주요 지표의 Top 3에 들었던 해, '단골 폭염 도시' 3곳의 첫 폭염일을 살펴보면 “이른 폭염이 여름철 폭염의 전조”라고 부르기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서울의 첫 폭염일은 7월 15일로, 이듬해(5월 24일)보다 한 달 반이나 늦었습니다. 정작 2019년, 전국 폭염일수는 13.1일로 50년 중 15위에 그쳤습니다. 물론, 대구의 경우 2013년(5월 13일)과 2018년(6월 2일), 첫 폭염일이 이른 축에 속하지만, 1994년(6월 16일)과 2016년(6월 18일)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폭염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 지구는 기온, 즉 '대기의 온도'만 높은 것이 아닙니다. 바닷물도 뜨겁죠. 바다는 지구상에서 육지보다 훨씬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84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급 엘니뇨? 엘니뇨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지구를 향하는 태양의 열에너지 가운데 89%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기도 하죠. 그런 바다가 평소보다 뜨겁고, 특히나 한반도 주변의 바다는 현재 전 세계에서 평년 대비 가장 뜨거워진 상태입니다. 서해와 남해, 동해의 경우 평년 대비 3℃ 안팎, 동해보다 먼 오호츠크해의 경우 무려 5℃ 안팎 더 높습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온이 평년보다 0.5℃만 높아도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1.5℃ 높으면 '강한 엘니뇨', 2℃ 이상 높아지면 통상 '슈퍼 엘니뇨'라고도 부르고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 한반도를 바로 둘러싼 바다의 상태는 그저 '향후 이상 기상 현상의 가능성'을 넘어, 실제 물리적으로 그 바다의 생태계를 위협할 만큼 달궈진 상태인 겁니다.
엘니뇨는 엘니뇨대로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미 엘니뇨는 시작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3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 이상으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는 것이 엘니뇨의 정의입니다. APEC 기후센터에 따르면, 이미 두 달 넘게 0.5℃ 이상인 상태가 이어져 왔고 이러한 상태는 향후 3개월 이상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7~10월 중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63.5%에 달한다는 것이 APEC 기후센터의 전망입니다.

물론, 지난 184번째 연재에서 엘니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렸던 것처럼, '엘니뇨가 곧 폭염'을 의미하고, '엘니뇨가 곧 물폭탄'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금세기 들어 엘니뇨의 해는 총 5번(2002년, 2004년, 2009년, 2015년, 2019년) 있었는데, 그해 전국 폭염일수는 각각 5.4일, 14.8일, 3.6일, 9.6일, 13.1일에 그쳤습니다. 또, 금세기 7~8월 전국 강수량의 최고 기록(2002년 854.7mm)과 최저기록(2015년 294.9mm) 모두 엘니뇨의 해였고요. 결국, 엘니뇨 그 자체를 폭염이나 호우에 연관 짓기보다는, 한반도 기상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 겁니다. 1만km 넘게 떨어진 바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유심히,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는 주요 요소로써 말이죠.
APEC 기후센터는 1만km 넘게 떨어진 엘니뇨·라니냐 감시 수역의 해수온뿐 아니라 인근의 여러 변수를 종합해 7~9월 동북아시아 지역의 기상 전망을 내놨습니다. 당장 동북아 지역 전체적으로, 이 기간 기온은 평년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더위는 '디폴트'로 갖고 가는 겁니다. 반면, 강수는 곳에 따라 예측이 엇갈렸습니다. 비가 평년 수준으로 내릴 곳도, 평년보다 적게 올 곳도, 평년보다 더 내릴 곳도 있었죠. 한반도는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예상됐습니다. 더위와 비 모두의 영향을 받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가 된 겁니다.

이런 전망을 접하면서 “그래서 몇 ℃까지 기온이 오른다는 것이냐”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달의 시간, 그날그날의 기온이 몇 ℃까지 기온이 오른다는 정확한 답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PEC 기후센터가 위의 전망에서 기온과 강수 전망을 '가능성'으로 표현한 이유입니다.

우리 기상청도 마찬가지로 이를 가능성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6~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 비슷할 확률이 40%, 낮을 확률은 20%입니다. 이상고온(최저·최고기온의90퍼센타일 초과범위) 발생일수 또한 평년(3일)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에 달하고요.
해마다 '올해의 폭염'만 걱정하면 끝일까요. 그저 어떻게든 여름만 지나면 되는 걸까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내놓는 보고서를 보면서도 “아, 지구가 뜨거워지는구나. 그렇다고 하는구나” 마치 우리 스스로는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것처럼 '남 일'로 지나치면 되는 걸까요.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후변화와 동떨어진 곳이 아닙니다. 도리어 '지구 평균보다 더 뜨거워지는 곳' 중 하나입니다.

IPCC의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한반도의 기온도,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도, 매우 빠르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불과 50년이라는 시간 사이, 기온도 해수면 온도도 1℃ 안팎 올라버렸죠.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이 '2023년 여름'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바로, 기후변화 대응의 두 축인 적응과 감축뿐입니다. 단기적으론 다가올 폭염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론 이러한 이상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죠. 부디 올여름은 “아, 엄청 더웠네” 말만 하고서 가을을 맞이하지 않기를, 조금은 덜 더운 오늘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여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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