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누가 사랑스럽지 않대?[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4. 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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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보라, 사진제공|(주)스마일게이트



귀엽고 엉뚱한 대답에 사방을 웃음꽃으로 물들인다. 오래 볼 수록 사랑스러운, 배우 김보라다. 그의 로맨스물이 기대될 정도다. 그러자 그가 동그랗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렇게 말한다.

“로맨스물은 생각보다 많이 안 찍었어요. 제가 사랑스럽지 않나란 생각도 들었죠. 눈이 큰데 다크서클도 짙고, 목소리도 중저음이라 로맨스물보단 공포물이 더 잘 들어오나 싶기도 하고요. 제가 로맨스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큰 기대 없이 사는 게 건강에 좋으니까 그렇게 여기고 있죠. 내가 욕심을 낸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감독이나 작가라면 이런 역을 내게 주겠니? 1차적으로 생각하면서 대본을 읽기도 하고요. 하하.”

호러물 인터뷰 현장이 이리도 화기애애할 수 있을까.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김보라는 조근조근한 말투로 사람을 들었다놨다 했다. 솔직하고 센스있게 답변하는 그는 ‘옥수역 귀신’에서 만난 김재현과 합부터 친구들의 반응, 아역으로 시작한 십수년의 연기 인생에 대한 소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김보라, 사진제공|(주)스마일이엔티



■“‘옥수역 귀신’ 반응이요? 친구들이 지렸다고 팬티 사달라던데요”

‘옥수역 귀신’은 옥수역에서 의문의 죽음이 연이어 일어나자 특종을 감지한 기자 ‘나영’(김보라)이 취재를 시작하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공포 영화다. 극 중 우원 역을 맡은 김재현과 호흡했다.

“부산 폐역사를 옥수역처럼 꾸며놓고 찍었어요. 진짜 실감나게 꾸면서 저 역시도 부산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촬영했어요. 실제 지하철역에서 올(all) 로케이션으로 찍어서 재밌었어요. 역을 빌리는 터라 시간 제한 때문에 잘 찍어야한다는 긴장감도 있었고요. 여름 한 달간 찍었는데도 시원해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친구로 분한 김재현과는 한살 터울. 그렇지만 워낙 김재현이 살가워서 굉장히 빨리 친해졌다고 했다.

배우 김보라, 사진제공|(주)스마일이엔티



“이번 작업으로 처음 만난 오빠였는데, 두번째 작품을 하는 마냥 엄청 편했어요. 재현 오빠가 워낙 활기차고 긍정적인 성격이거든요. 아이돌 세계가 치열한데 거기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반대로 전 첫인상이 차가워서 그런지 초면에 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하는 타입이고요. 그래서 금방 친해진 것 같아요.”

이번 영화 VIP 시사회엔 친한 친구들을 불러 반응을 살폈다. 어땠냐고 물어보니 기상천외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가 호들갑 떨면서 ‘팬티 한 장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지렸다고, 재미있는 주접을 떤 거죠. 하하. 좋은 평가요? 글쎄요. 저는 칭찬이나 좋은 말보다는 오히려 냉정한 평을 듣는 게 더 반가워요. 객관성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배우 김보라, 사진제공|(주)스마일이엔티



■“얼떨결에 시작한 아역, 25살에 비로소 연기 재미 알았어요”

그는 2005년 KBS2 ‘웨딩’으로 데뷔했다. 11살에 데뷔해 벌써 배우로서 17년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땐 부모 손에 이끌려 어떨결에 시작했어요. 제가 원하거나 꿈꾸기엔 너무 어렸던 나이였죠. 그렇게 연기를 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만두기도 애매한 시점이 왔고요. 스무살에 10년차가 됐는데, 처음으로 사람들 시선이 갑자기 부담스럽고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받아 ‘연기 그만둘래’ 선언하기도 했어요. 당시 사춘기가 왔나봐요. 물론 10분만에 ‘다시 해볼게’로 바뀌었지만, 직업을 사랑해서 시작한 건 분명히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었죠.”

그러다 연기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계기가 찾아왔다. 25살 때 일이었다.

“20대 초반에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길래 아르바이트처럼 단편 영화를 많이 찍었어요. 그러다가 25살에 찍은 단편영화가 영화제에 가는 걸 보면서 뿌듯했고, 다양한 감독들을 만나면서 이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 제가 신기하더라고요. 성장하고 있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그냥 그만 둘 수도 있었는데 계속 연기를 선택하는 날 보니 ‘아, 내가 연기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배우로서 강점을 물으니 그의 인장이 또렷하게 찍힌 소신을 내비쳤다.

“어린 시절부터 반추해보면 제가 직업적으로 목표나 욕심이 뚜렷하지 않아서 살아남지 않았나 싶어요. 또 누가 잘 나가던, 아니던 관심이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됐고요. 저랑 비교한다면 정말 끝이 없잖아요. 누구를 까내린다고 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닌데, 흘러가는 대로 내 할 일 하다보면 되는 것 같아요. 또 올해 초부터 느낀 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그러면서 성장했구나 느껴져서 조금 뿌듯합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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